슈퍼스타K와 허각 너흰 감동이었어
예능 음악 칼럼 :
2010. 10. 23. 06:14
노래의 차원을 넘어서서 의상, 안무, 시각적인 카리스마 전체에서 총체적으로 느껴지는 느낌을 기준으로 좋다 나쁘다를 판단했었던 것이다. 이번 노래는 좋다가 아니라, 이번 무대는 좋다는 식이었다.
그럴 만큼 우리 가요계에서 '노래'는 무의미해진 지 오래다. 가수가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여겨지지 않고 종합 엔터테이너 혹은 예비 예능인, 예비 탤런트 정도로 여겨지는 시대다. 노래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를 즐기는 것이 가요계의 모든 것이 됐다.
<슈퍼스타K>의 미덕은 이럴 때 '노래를 듣는' 경험을 사람들에게 선사해줬다는 데 있다. 아마도 제작진이 처음부터 이런 목표를 가졌을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사람들에게 이 시대에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하게 했다.
김지수와 장재인이 <신데렐라>를 불렀을 때, 우린 백댄서와 노출과 섹시한 안무가 없어도, 기계음이 없어도, 단지 사람의 목소리로 구현된 노래 그 자체가 얼마나 강렬한 느낌을 주는 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슈퍼스타K>는 결과적으로 실력 있는 가수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어떤 가수가 대중의 사랑을 받을 만한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우리 사회에 던진 셈이 됐다. 일종의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 것이다.
<슈퍼스타K>가 진행되는 동안 뜨거운 논란이 인터넷에서 계속됐고 그것은 결국 논란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음악 자체에 대해, 우리 가요계의 현황에 대해 한번은 더 생각하게 하는 기회였다.
<슈퍼스타K>는 또 보통 사람이 순수한 열정만으로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통해 수많은 이 시대의 서민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그것은 인간적인 감동이며 동시에 희망이었다.
- 넌 감동이었어 -
이 뜨거운 드라마는 허각의 우승으로 완결됐다. 허각이 우승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예선에서 허각을 보고 누구나 비주얼 때문에 희생자가 될 걸로 짐작했었다.
그러나 허각은 계속 살아남았고 끊임없이 전진했다.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며 허각의 자신감도 점점 커지는 것 같았다.
허각이 처음에 보여준 모습은 지나칠 정도로 착한 모습이었다. 마치 최근의 <대물>에서 지나칠 만큼 착한 모습으로 시청자를 답답하게 한 고현정 캐릭터처럼 허각도 지나치게 착했다. 그리고 의기소침한 모습이었다.
그는 자신의 욕심을 당당하게 내비치지도 못할 정도로 패배의식에 사로잡힌 모습을 보였다. 마치 이 시대 88만원세대의 표상 같았다고나 할까.
그랬던 그가 본선 어느 순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에게 조금씩 자신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에게서 마침내 샤우팅이 터져나왔을 때 그는 무대를 장악했다. 예선 때의 그 허각이 아니었다.
성장드라마다. 극적인 변신, 드라마틱한 성장, 예상치 못했던 성공. 감동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허각의 성장은 이번에 <슈퍼스타K>가 준 감동의 결정판이라 할 것이다.
각본 없는 리얼 드라마이며 감동적인 인간극장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슈퍼스타K>에서 허각이 화룡점정을 한 것이다. 허각이 음악적 자의식과 자신감을 길러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비록 감동드라마로 막을 내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사생활을 까발리고 출연자의 단점을 여과없이 내보내 여론재판을 유도했던 <슈퍼스타K>의 냉혹한 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여전히 씁쓸한 기억으로 남는다.
인간성 투표, 팬덤 집단행동을 부추기는 시청자 투표의 과대한 비중의 문제도 여전히 남는다. 꽃미남이 아닌 허각이 우승했다고 해서 이 문제를 간과할 순 없다.
최소한의 합리성, 따뜻함이 보강되길 바라며 '리얼 감동 버라이어티' <슈퍼스타K>의 시즌3을 기다린다. 내년엔 제발 압도적인 실력을 가진 도전자들이 많이 나타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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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무대의 차이를 확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네요~~
아쉽게도 전 재방을 봐야 겠습니다^^
본인이 노래하는것을 즐기고 행복해하는것이 눈에보이니...
비쥬얼이나 이런 여타의 것을 모두 떠나서 함께 즐기게 되네요
실력으로 인정받는 좋은 뮤지션으로 성장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