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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MBC연기대상, 공효진으로 사고쳐라

현재로선 MBC 연기대상에서 한효주가 가장 유력해보인다. 올 한해 MBC 드라마는 매우 저조했었는데 그나마 MBC의 체면을 세워준 작품이 <동이>였고, 한효주가 <동이>에서 동이역을 맡았으니 가장 유력하지 않을 수 없다.

한효주는 ‘깨방정’ 숙종인 지진희와의 왕실판 하이틴 로맨스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씩씩하고 굳세고 밝은 캐릭터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환하게 해주기도 했다. 큰 무리 없는 주연이었다. 따라서 한효주에게 대상이 가도 크게 이상하지는 않다.

만약 장희빈의 캐릭터가 좀 더 살았다면 이소연도 유력한 후보가 됐겠지만 <동이>에서 장희빈은 그렇지를 못했다. 장희빈뿐만 아니라 <동이>의 모든 캐릭터들이 2% 부족했다.

그에 따라 다른 작품이 대상 후보작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바로 <역전의 여왕>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전편에서 비롯된 기대에 너무나 못 미치는 드라마였다. <동이>의 대항마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약하다. 김남주에게 대상이 간다면 작년의 <내조의 여왕>까지 합산된 공헌상의 성격이 될 것이다. MBC에게 2년째 도움 줘서 고맙다는. 이런 식의 ‘보은’ 시상은 낯 뜨겁다.

그러므로 한효주가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길은 없을까?


- MBC와 SBS의 엇갈린 선택 -

2008년 MBC 연기대상이 방영된 후 인터넷에선 민란이 일어났었다. MBC를 성토하는 민란이었다. 사람들이 밤을 새가며 MBC를 욕했다. 왜냐하면 송승헌과 김명민에게 동시에 대상을 안겼기 때문이다. 송승헌에게 ‘보은성 공헌상’으로 대상을 줌으로서, 김명민이 받은 연기대상의 가치를 무너뜨리고 자사 이미지에도 먹칠을 한 사건이었다.

그때 SBS가 사고를 쳤다. 인기 드라마들을 제쳐놓고 <바람의 화원> 문근영에게 연기대상을 안긴 것이다. SBS는 연기대상다운 시상을 했다며 찬사를 들었고, MBC는 졸지에 SBS와 비교되며 두 번 죽었었다. 말로만 듣던 ‘dog망신' 이었다. MBC 연기대상을 보며 TV를 부수고 싶었다는 댓글까지 있었다.

올해 MBC가 장사 잘 해준 드라마에 대상 준다는 식의 뻔한 시상 말고, 의외의 선택을 한다면 2008년의 오명을 씻을 수 있을 것이다. ‘방송사 공헌도 기준의 상 나눔 상조파티’ 말고 진짜 연기대상다운 대상을 수여한다면 말이다.

어차피 <동이>가 압도적인 대상감이 아니라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선택에 따른 부담감도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바로 이럴 때 MBC도 SBS처럼 사고를 쳐야 한다.


- 공효진이 있다 -

올해 MBC에선 <파스타>의 공효진이 있었다. <파스타>는 대단히 사랑스러운 드라마였는데, 공효진이 이 작품의 핵심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주연으로서의 역할을 무리 없이 해낸 수준이 아니라, 공효진의 압도적인 연기력과 존재감으로 인해 작품이 전혀 다른 차원으로 뛰어오를 수 있었다. 공효진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면 ‘솁~’하며 강아지처럼 주방장을 따라다니는 그 역할을 그렇게 유쾌하게 소화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실수연발의 초보조리사이며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젊은 아가씨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누구 못지않은, 귀여우며 동시에 당찬 캐릭터를 너무나 생생하게 보여줬었다.

공효진이 이선균에게 기습 뽀뽀를 한 후 ‘어머 나 미쳤나봐’하며 우왕좌왕하던 모습이나, 궁시렁궁시렁 대면서 몸개그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을 쓰러지도록 할 만큼 귀엽고 웃겼다. 그녀 때문에 <파스타>가 그저 그런 로맨스 드라마가 아닌 ‘아주 특별한’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충분히 대상감인 연기였다.

SBS는 그해의 흥행작들을 모두 제치고 문근영에게 대상을 안겼을 때 엄청난 찬사를 받았었다. 모처럼 시상식의 의미를 제대로 살린 시상이었다. 올해는 MBC가 그런 사고를 쳤으면 좋겠다. 흥행작 톱스타라는 뻔한 공식 말고, 배우의 힘을 보여준 사람에게 연기대상이 가는 광경을 또 보고 싶다. 그것은 연말의 기분 좋은 선물이 될 것이고, MBC의 이미지에도 2008년의 먹칠을 지우는 ‘금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