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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저주받은 즐나집, 김혜수 내년에 대박 맞나?

<즐거운 나의 집>이 뒤통수를 치며 마무리됐다. 이 작품은 처음에 불륜 치정극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신성우를 중심으로 사학재단 관련 테마가 진행되긴 했었지만 불륜 테마보다 그 비중이 약해보였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며 교수사회의 적나라한 묘사가 눈길을 끌었다. 마치 <하얀거탑>이 의사사회 속에서의 권력싸움을 묘사해 사회성을 획득한 것처럼 <즐거운 나의 집>도 그런 과정을 통해 사회적 의미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교수, 박사라고 하면 고고한 학문탐구의 이미지를 갖지만 실제의 모습은 철저한 위계와 권력관계로 이루어진 파벌사회의 느낌일 때가 많다. <즐거운 나의 집>은 그런 이면을 그려냈던 것이다.

지방대라든가 세칭 삼류대를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지식사회의 앙상한 몰골도 가감 없이 그려졌다. 출신 대학으로 사람의 능력을 판별하는 편견은 진리를 탐구하는 지식사회에 있어선 안 될 것이지만, 불행히도 우리 지식사회는 그런 편견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있다.

노예와 마찬가지의 처지인 시간강사의 실상도 실감나게 묘사됐다. 우리사회에서 지식탐구와 고등교육의 최일선에 있는 시간강사들의 처지는 극히 열악하다.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진 이슈가 아니라서 그 심각성을 모두가 덜 느끼고 있을 뿐이지, 이 문제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 중의 하나다.

사학재단의 전횡도 밀도 있게 그려졌다. 교수들을 신하처럼 부리며 학교라는 폐쇄적인 공간 속에서 왕족처럼 군림하는 봉건적 풍경이 황신혜의 집안을 통해 묘사된 것이다. 학교가 봉건시대의 영지 같은 느낌이랄까? 이것도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다.

<시크릿가든>에서 현빈이 한국 사회 최고위층의 조건을 열거하며 기업의 소유, 혹은 미술관의 소유, 혹은 학교의 소유여부를 들었었다. 그럴 정도로 사학재단은 우리 사회 권력의 핵심을 이룬다. 그러므로 사학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는데 <즐거운 나의 집>에 그것이 그려졌던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런 주제들을 불륜치정살인극이라는 막장 스릴러 속에 감췄다. 그래서 처음엔 그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점점 주제의식을 드러내기 시작한 <즐거운 나의 집>은 마지막회에 이르러 시청자의 뒤통수를 치며 정체를 확실히 했다.


마지막회에서는 주인공이 사학재단의 정체를 밝히며 그것을 공공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대학을 사유재산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더 이상 학교를 장악해선 안됩니다.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곳이지 학생들을 봉으로 알고 돈을 버는 곳이 아닙니다.”

대학이 사유재산(기업)으로서 영리를 추구하는 곳인가, 아니면 진리를 탐구하고 공동체에 봉사하는 곳인가란 문제제기를 비롯한 사학재단 관련 주제는 우리 사회에서 대단히 예민한 이슈다. 이 부분은 정치권에서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금단의 영역이다.

그만큼 사학은 우리 사회에서 일종의 성역을 형성하고 있다. 지식사회의 부조리도 거의 성역이다. 지식사회는 우리나라의 모든 부분에 대해 비판하는데 정작 지식사회를 비판할 권력이 우리 사회엔 없다. <즐거운 나의 집>은 막장의 탈을 쓰고 이 부분을 건드렸다.

작품의 밀도감과 사회적 의미에서 봤을 때 <즐거운 나의 집>은 너무나 저평가된 작품이었다. 인기가 없었던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의미조차 인정받지 못했던 것은 유감이다.

나무랄 데 없는 열연을 펼친 김혜수도 아쉽게 됐다. 이 작품보다 훨씬 무게감이 떨어지는 <역전의 여왕> 김남주가 연기대상 후보로 거론될 때 김혜수는 전혀 부각되지 못했다.

2009년에 가장 아쉬웠던 저주받은 걸작이 MBC의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라면, 2010년엔 <즐거운 나의 집>이 저주받은 걸작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MBC의 연이은 불운이 공교롭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의 핵심인물이었던 현빈은 다음 해에 <시크릿가든>으로 대박을 쳤다. 그렇다면 내년엔 김혜수가 대박을 맞을 차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