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각 방송사의 시상식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탄식을 남기고 끝났다. 그보다 더 어처구니가 없었던 건, 그런 볼 품 없는 시상식조차 하지 못하는 대중가요계 풍경이었다. 시상식을 해봐야 비난만 들을 뿐이어서 요즘엔 가요대잔치식으로 한 해를 결산하는 '다함께 모이자쇼'가 연말에 진행된다.

그 가요대잔치도 목불인견의 상황이다. 아이돌밖에 안 나온다. 물론 간간이 일반 가수들도 양념처럼 등장하긴 하지만, 아이돌 독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구성이다. 한국 각 방송사의 가요대잔치를 보면서 일본인들이 남긴 댓글을 보니 이런 구절들이 있었다.

'한국에는 모두 아이돌뿐이야? 아이돌만 출연하는 가요제인지?'

'한국에선 나이 먹으면 가수를 못하나?'

일국의 한 해를 결산하는 자리에 어린 아이돌만 나오니 이런 의문을 가질 만도 하다. 옛날에 젊은 가수들만 출연하는 <젊음의 행진>이라든가 <영일레븐>같은 쇼프로그램이 있었다. 어린 시청자들만을 위해 특화된 프로그램이었다. 요즘 한국의 연말 가요대잔치 출연자들의 평균 연령이 과거 <젊음의 행진>보다도 훨씬 낮다. 이게 나라꼴인가?

어린 아이돌의 음악이 한 국가를 뒤덮고 있다. 대한민국은 아이돌 공화국이 되어버렸다. 요즘 그 아이돌들이 수출역군(?)이 되어 찬사를 받고 있다. 한국 문화의 국제적 위상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안으로는 썩고 있다. 아이돌 대잔치로 퇴락한 가요대잔치가 그것을 보여줬다.


- 아이돌에 맞서는 잔다르크, 아이유 -

일반 대중들도 계속 되는 아이돌 그룹의 독주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터졌다. 삼촌-오빠팬들의 로망이 된 '소녀종결자' 아이유의 열풍. 아이유는 거대 아이돌 군단에 홀로 맞서는 잔다르크로 아이돌 대세의 '대안 대세'가 되었다.

아이유는 처음에 별로 반향을 얻지 못했다. 걸그룹에 파묻혀 곧 사라질 가수 같았다. 하지만 순위프로그램이 아닌 일반 음악프로그램과 예능에서 통기타 치며 노래하는 모습이 공개되며 '특별한 아이'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아이유는 예능에서 꾸밈없이 순수하고 귀여운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며 더욱 솟아올랐다.

그러던 차에 마침내 2010년 6월에 첫 번째 히트곡이 터지고, 바로 다음 달에 <영웅호걸>에 출연하며 아이유는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쟁쟁한 멤버들이 있는 이 프로그램에서 아이유는 1인자가 되어 위상의 수직상승을 경험한다.

여기서 아이유는 걸그룹보다 더 걸그룹같은 매력을 보여줬다. 바로 귀엽고, 화사하고, 사랑스럽고, 순수한 소녀의 매력이다. 그 매력의 폭발력이 쌓이고 쌓였을 때 드디어 폭탄이 터진다. 2010년 12월 둘째 주, 저 유명한 삼단고음 사건이다.

삼단고음은 아이유의 '실력'을 상징하는 이벤트였다. 이것으로 아이유는 아이돌과는 차원이 다른 실력파 여가수로서 위상을 확고히 했다. 그러자 균형추가 순식간에 기울면서 그녀는 새로운 대세가 되었다.

삼단고음 이틀 후에 삼단폭행 사건이 터졌다. 아이유가 <영웅호걸>에서 자기 머리를 세 번 때린 사건(?)이었다. 이건 아이유의 순수함, 소녀다움을 다시 확인시켰다. 실력과 순수를 동시에 인증한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솔로 여가수로서 홀로 우뚝 섰다.


- 아이돌의 대안이 아이유? -

가요대잔치가 아이돌판이라고 했는데, 2010년 가요대잔치엔 '실력파 여가수' 아이유도 중심인물이었다. 그렇다면 서두의 지적이 '오버'였다는 말인가? 그렇지가 않다는 게 문제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예능에서 보여준 '사랑스럽고 귀엽고 순수한 소녀의 매력'이 아이유의 중요한 인기요인이다. 이건 아이돌 걸그룹의 인기몰이 양상과 다를 바가 없다. '어중간한 섹시' 대신에 순수함의 농도를 더 강하게 했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귀여운 소녀가 화사한 옷을 입고 나와 발랄한 무대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아이유와 걸그룹 사이엔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소녀시대의 '오빠를 사랑해'나 아이유의 '오빠가 좋은 걸'이나 오십보백보인 것이다. 걸그룹에 대한 팬심과 아이유에 대한 팬심은 비슷한 성격이다.

아이돌의 대안으로 각광받는 아이유도 일종의 아이돌인 셈이다. 그래서 <영웅호걸>에서의 아이유에게서 전혀 이질감을 느낄 수 없었다. 아이유와 아이돌의 차이는 아이유가 통기타를 연주한다는 그것 하나밖에 없다.

아이돌에 몰두하다가 그것에 대한 대안마저도 '사랑스럽고 귀여운 소녀'에게서 찾는 시대. 나라꼴이 정말 말이 아니다. 한국 아이돌의 역사는 대중의 비판과 업계의 응전으로 이루어져왔다. 아이유 사태에 대한 응전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통기타도 치고 삼단고음도 가능한 걸그룹을 말이다. 그렇게 아이돌의 경쟁력이 향상될수록 한국 대중문화는 수렁 속에 빠져들 것이다. 아이돌과 아이유만 있는 신한류열풍 시대는 악몽이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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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그네 2011.01.07 09:16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견이 있어 글을 적어 봅니다. 젊음의
    행진 등을 기억하시나 본데 그 당시에도 젊은 가수들이 하는 음악
    을 어르신들은 정말 못마땅해 하셨습니다. 기타치고 노래부르는
    자체를 어른신들은 딴따라 라고 하며 멸시(?)하셨죠. 어떻게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오십보 백보인 것입니다. 지금 TV를 틀면 아이돌
    이 나온다고 하시지만 그때의 음악프로에서도 젊고 어리고 장발에
    어르신들이 이해못하시는 음악이 주류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때보다 대중매체의 영향으로 연예데뷔시기가 무척
    빨라진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최신 유행가요는
    어리고 젊은 연예인들이 주도를 했습니다.

    두번째, 문화를 향유하지 않은 기성세대들의 문제도 있습니다. 지
    금 어른들이 즐길만한 가수들이 신곡앨범을 내면 과연 몇 장이나
    팔리겠습니까? 음원은 다운받으실까요? 물론 자녀들을 양육하느라
    아끼고 저축하는 것은 있지만 실지로 그들이 주류나 유흥에 쓰는
    돈은 있어도 문화에 쓰는 돈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니 제대로 소비가 이루어 지지 않고 음악하는 전통가수들은
    신곡을 낼 엄두가 나지 않지요. 그냥 일년에 한 번 디너쇼 정도?
    만약에 예를들어 송창식, 김세환, 윤형주씨 등이 앨범을 낼 때 충
    분히 소비가 된다면 그분들도 계속 새로운 신곡을 낼테고
    음악방송도 가능할 겁니다. 그러나 과연 어른들이 앨범을 사실까요?

    제가 지금 미국에 있지만 이곳은 과거 전통가수들도 계속 신곡을
    발표하고 기성세대들은 충분히 소비합니다. 즉,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니까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습니다. 음악시장의 크기를 고려
    하더라도 우리는 너무 문화소비에 인색합니다.

    분명 40~60대의 어른들도 과거의 추억과 함께한 음악들이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양희은씨 등의 음반도 충분히 구매가능
    합니다. 이효리가 작년 신보를 발매했을 때 음반을 약 2만장
    정도 판매했습니다. 물론 주요 수익은 음원과 행사지만 적어도
    앨범이 판매되면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기성세대가 2~3만장도 못 살 정도로 가난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안 사는 거죠.

    아이돌 음악이 판친다고 하기전에 과연 어른들이 최근에 언제 음악
    시디를 샀는지 한번 되돌아 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71년생이시라면... 저랑 동갑인데 음악적 취향이
    약간 구식(^^;;;나쁜 뜻이 아니고)이신가 봅니다. 저는 아이유와
    요즘 가수들의 음악이 참 좋은데요.

    • 김경민 2011.01.08 01:56  수정/삭제 댓글주소

      하재근님이 아이유와 요즘 가수들의 음악이 싫어서 이런 글을 쓰신게 아닌것 같은데요..하재근님의 글을 쭉 읽어보면 아이돌의 양적 팽창 뿐 아니라 질적 발전도 분명 인정하고 계십니다..

      예전에도 지금도 어리고 젊은 연예인들이 가요계를 주도했다고는 하나 그 정도가 지금은 너무 지나치니 쓰신 글이지 "예전에는 어리고 젊은 가수들이 주류가 아니었다"라고 쓰신 글이 아닌 듯 합니다^^;;

      윤종신씨도 얼마전 방송에서 그러더군요. "80년대에는 가요톱텐20위권에 모든 장르의 음악이 혼재되어 있었고 그야말로 가요계의 르네상스였다. 지금처럼 아이돌의 음악만으로 가득차 있지 않았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지금도 20위권안에 아이돌음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라고 하실런지요..다시 말씀드리지만..정도의 차이인듯 합니다..예전보다 젊고 어린 친구들의 독무대가 훨씬 훨씬 더 심해졌다 이 소리인거에요..80년생인 저도 그 차이가 느껴지는데 9살 오빠(?) 언니(?) 되시는 나그네님은 그 차이가 안느껴지시나봐요..

      그리고 하재근님께서 예로 드신 젊음의행진과 영일레븐은..예전에도 젊은이들만을 위한 특화된 프로그램이 있었다고 쓰신거죠..그런데 지금은 거의 모든 가요프로그램이 아이돌 일색이잖아요..그 점을 지적하신거에요..30대 이후가 즐길만한 음악과 문화가 예전보다 많이 사라졌다는 말이죠..아이유와 아이돌 음악이 싫다시는게 아니구요..

      저..아이돌 아이유 걸그룹 다 좋아합니다..가장 많이 듣는 음악이 아이돌 음악이구요..그런데 계속해서 아이돌만 발전할 수는 없잖아요..하재근님 글 중에 "걸그룹 한류폭발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라는 글과 "엄정화의 이유있는 한탄과 걸그룹 한류"라는 글이 있어요 검색해서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나그네님 의견중에 문화에 위해 돈을 지출하는 것에 너무 인색하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 충분히 공감합니다..특히 어른들일수록 그런 경향이 심하시죠..그 어른들의 젊은이 시절엔 문화를 즐긴다는 것이 지금보다 더 사치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르고 나그네님 말씀대로 주류나 유흥에는 돈을 지불하면서 문화에는 쓰지 않는다는 것도 공감합니다..

      하지만..설사 장년층의 잘못이 커서 그 잘못때문에 장년층의 문화가 없는 것이라고 해도..누군가 그 현상을 지적하는 말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요..아이돌은 더이상 발전하면 안된다..라는 뜻보단..아이돌외에 청년층과 장년층의 가요도 함께 발전하자는 뜻의 글 같은데요..^^

      나그네님이 쓰신 의견에 반대해서 글을 남긴 것이 아니라..하재근님의 의견이 조금 왜곡되는거 같아서 글 올렸습니다. 물론 이 글 하나만 본다면 나그네님처럼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걸그룹 한류폭발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라는 글과 "엄정화의 이유있는 한탄과 걸그룹 한류"라는 글 읽어보시면 위에 있는 글도 조금 다르게 읽히지 않을까 싶어요^^*

  2. 아이유는 하이브리드 적 측면을 가지고 있죠.
    아이돌과 아티스트라는 점에서.
    전 오히려 아이유가 가요계를 아이돌 위주가 아닌, 아티스트 쪽으로
    이끌 신호탄으로 보고있습니다.
    너무 급작스럽게 변하면,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들게하니깐요.

  3. 결국 돌고 도는거라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 초중반 소몰이 발라드 가수가 넘쳐나던 시절 이에 염증을 느낀 대중들이 동방신기를 기점으로 아이돌들에게 주목한 것처럼 양산형 아이돌에 질린 대중들은 다시금 조용한 음악을 찾고 있는거라 봅니다. 결국 기획사들이 이런 대중들 흐름을 읽냐 못 읽냐에서 판세가 갈리겠지요.

  4. 하지만 대안으로 찾고 있는 아티스트 계열 기존 가수들이 여러 문제(군 입대, 분열, 소속사 문제) 등으로 이전만 같은 인기를 못 끌고 있죠. 앞으로 데뷔할 신인들이 어떠냐에 따라 아이유 이후 여전히 아이유와 유사한 아이돌 계열 아티스트가 흥할지 순수 아티스트 계열이 부활할지 봐야할겁니다.

  5. ㅎㅎㅎ 2011.01.07 11:32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글 정말 시원하게 쓰셧네요.
    소녀시대 앵벌이나 아이유 앵벌이나 결국 옹호하는 쪽은 아래쪽이 꿈틀거리는 나이든 남성들, 소위 일본식으로 발하면 오타쿠 족인데, 한국은 굳이 아름다이 감싸안으며 팬이라 하지요.

  6. 걸그룹시대에 반대급부로 선택한 첫신호탄이 아이유 아닐가 싶군요.
    이런 조짐은 이번 아이유가 빵 터지기전부터 조금씩 보이긴 했지만 미미했고 아이유가 그 대세흐름을 바꿀 제목으로 선택받은 느낌입니다.
    정말이지 무섭게 몰아치네요...

  7. 아이돌이 그렇게 싫으시면 2011.01.07 18:02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이런거 포스팅하실 시간에 다른인디밴드나 무명가수포스팅을 좀 해주시죠. 지발좀 이런걸로 뷰어수 올리지 마시고...

  8. 다른것보다 성형시대 거품꺼진건 그나마 다행이네요.
    소녀시대는 정말 예능이고 뭐고 할거없이 튀어나오는게 너무 짜증나서
    티비보면 토나올지경

  9. 정곡이네 2013.10.22 00:34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결국은 똑같아. '귀엽고' 아티스트 면모까지 갖췄기 때문에 마음껏 좋아해도 될만한 '소녀'- 차별성으로 아티스트 면모가 나온것일뿐.. 진짜 노래만으로 뜨는 시대는 이제 갔죠. 결국 중요한 건 인간을 비쥬얼적으로나 캐릭터 같은 걸로 파는 거임. 일본은 이 방식이 무르익고 익어서 대놓고 설정놀이 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느려서 무르익어가는 중인 것 같음. 한창 아이돌 문화에 빠져들고 있달까. 아이유가 거의 끝판왕인 것 같네요. 합리화단계까지 온듯.. 대놓고 설정놀이 즐기기엔 아직 순수하다기보단 덜 질린 것 같음. 일본이랑 좋아하는 컨셉이 달라서 아티스트 면모가 부각된 것일뿐. 한국에서는 좋아해도 되는지, 취향까지도 평판을 의식하니까;; 얼마나 좋겠어요, 마음껏 좋아해도 음악으로 좋아하는 거야, 라고 합리화할 수 있는 아이돌이 등장해줬는데- 열심히 우상화 작업 들어가야지ㅋ 아이돌 자체가 우상화랑 떨어질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비쥬얼이나 캐릭터적인 요소가 강하면 항상 우상화가 되더라구요. 그 인간 자체를 좋아한다, 존경한다- 이러면 볼장 다본거임. 사실 음악은 취향일 뿐인데 실력이니 가창력이니 급을 매기고 평가하는 것도 참 한국스러운 문화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