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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도넘은 혐한류 마케팅, 놀아나지 말자

최근에 '대만, 한국드라마 통제추진..韓流 제동' 이런 식의 기사가 보도돼 우리 네티즌들이 분노했다. 제목만 보면 마치 대만이 한국에게 엄청난 해코지라도 하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내용을 찬찬히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대만의 입법위원(국회의원)들이 외국 프로그램의 무분별한 방영을 조절하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유선라디오TV법 조항을 '유선 라디오 TV 프로그램 중 본국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40% 이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개정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는 자국 프로그램 의무비율이 20%인데 그것을 40%로 늘린다는 것이다.

이걸 우리 언론은 대만이 한국드라마를 통제하려 한다는 식으로 제목을 달아 너도나도 보도했고, 네티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증오를 폭발시킨 사건이다.

'보든지 말든지 미개한 섬나라 주제에'
'한국인들에게 섬나라에 짱꿰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해준거. 아- 저 존만한 섬에도 짱꿰들이 모여 살고 있구나--- 희한해~~'
'역시 섬짱꼴라답다,,,,'

이런 댓글들이 달렸다. 이것 외에도 차마 옮길 수 없을 정도로 모욕적인 표현이 많았다. 한국의 수준으로 봤을 때, 뻔히 이런 반응이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굳이 저런 제목으로 보도를 한 것은 작심하고 증오를 부추겼다고밖에 볼 수 없다.

대만이 자국 프로그램 의무비율을 40%로 올린다면 이웃 국가로서 축하해줄 일이다. 만약 한국 TV 프로그램의 80%가 외국 것이라면 우린 어떤 기분일까? 우리 국민들은 심각한 위기감을 느낄 것이고, 그렇게 되기도 전에 벌써 난리가 났을 것이다.

우리나라든 다른 나라든 모든 나라에게 문화적 주체성은 소중한 것이다. 그러므로 대만의 의무 비율 조절에 한국이 핏대를 세울 일은 전혀 없다. 그런데도 언론은 '한국드라마 통제'라는 식의 자극적인 보도를 일삼고, 또 네티즌은 거기에 넙쭉 넘어가 분노를 터뜨리는 한국. 이런 한국의 '어메이징한' 수준은 외국의 반발을 초래해 혐한류를 더 키울 수밖에 없다.


- 도를 넘은 것은 우리 언론 -

최근 '도 넘은 혐한류'라는 식의 보도가 툭하면 넘쳐나고 있다. 외국에서 뭔가 꺼리가 생기기만 하면 언제나 도를 넘었다며 혐한류를 걱정하는 보도들이 줄줄줄 터져나온다.

특히 걸그룹 관련 선정적인 이슈가 터지면 만세다. 대만에서도 그렇고 일본에서도 그렇고 누군가가 성적인 문제를 걸고넘어지면, '소녀시대 성상납? 도를 넘었어'라는 식으로 제목을 달아 네티즌을 낚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일이 터지길 기다리기라도 한 것 같다.

정말로 한류의 미래를 걱정해서 '도를 넘은 혐한류' 보도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옳다구나 또 터졌어' 하면서 기사 장사를 하는 것일까? 단연 후자라고 생각된다.

한류가 국제적으로 성장하는 데에 가장 걸림돌이 될 것은 각국의 국가주의적 반발이다. 이런 의식은 국가와 국가가 서로를 자극하며 커지게 되어 있다. 타국에 대한 배타적 감정이나 증오심, 차별의식이란 면에서 남부러울 것 없는 한국인들이다. 이런 한국인들을 상대로 저런 기사낚시를 하면 타국에 대한 증오, 분노가 자동적으로 표출된다. 그러면 그것이 타국 네티즌을 자극해 한국에 대한 경계심에 불을 지를 것이다.

한류를 걱정한다는 언론의 증오 부추기기 보도 행태가 결국 한류를 죽이게 되는 것이다. 설사 네티즌이 대만의 의무 프로그램 비율 조정을 오해해 비난한다고 해도 언론이 그것의 정당함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증오를 잠재워야 한다. 하지만 언론이 오히려 앞장서서 선동하는 형국이다.

- 뿌리 깊은 증오장사 -

한때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베라가 독일에서 한국을 비하했다고 해서 난리가 났었다.

베라 한국사회 비판 서적 출간.."한국인들은.."

베라 '한국비하' 대체 왜? 제2의 미즈노 등극하나

'두 얼굴' 베라, 네티즌 “제2의 미즈노” 분노

'미수다' 베라, 독일에서 한국 '뒷담화'하는 책 펴내, 네티즌 '분노'

"한국 사랑할 필요없다"…'미수다' 베라, 한국 폄훼 논란

'미수다' 베라, 韓지하철 보면 쥐가 떠오른다구?

그것은 위의 제목들로 기사화됐다. ‘국민 여러분 베라가 호박씨를 깠답니다! 베라가 한국을 욕한답니다! 제2의 미즈노가 나타났습니다! 돌을 던지세요!’ 이런 정도의 느낌이랄까? 마치 편집자 전국체전이 열린 것 같았다. 누가 더 선동적인 문구를 뽑아내나 하는 경쟁에 수많은 매체들이 뛰어들었다.

정말 황당했던 것은, 그중에 베라가 썼다는 책을 보고 제대로 판단한 기사가 없었다는 데 있었다. 책을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만 가지고 '옳다구나!'하며 달려든 것이다.

인터넷에서 그런 소문이 흘러다닌다면 언론은 사실확인과 분석으로 네티즌의 맹목적인 증오를 다독여야 한다. 우리 언론은 항상 거꾸로만 간다. 이병헌이 헐리우드 영화에 출연했을 때는 마치 일본에서 이병헌을 폄하하는 듯한 흐름이 있는 것처럼 기사를 내보내서 우리 네티즌을 선동한 매체도 있었다. 올림픽 때 일본을 누른 후에는 마치 일본에서 이승엽이 보복당할 것처럼 말도 안 되는 추측기사를 내보낸 매체들도 있었다. 언제나 이런 식이다.

그런 낚시에 '옳다구나'하고 반응하는 네티즌이 있기 때문에 언론이 꺼리만 생기면 '옳다구나'하면서 증오 선동 보도를 일삼는 것이고, 그런 언론의 보도가 다시 한국인의 외국에 대한 적개심을 높이는 악순환이다.

그렇지 않아도 네티즌의 관심사가 집중된 아이돌이다. 이제 그들은 '자랑스러운 수출역군'으로서 한국의 보배(?)까지 되었다. 그렇게 소중한 사람들을 외국에서 폄하한다고? 우리 네티즌이 반응할 수밖에 없는 소재다. 증오장사를 일삼는 언론에게 이보다 좋을 수 없는 호재인 것이다. 한류가 커질수록 혐한류 기사장사가 우리 언론에게 블루오션이 될 전망이다. 네티즌에게 경각심이 요청된다. 증오낚시에 놀아나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