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배우 진출이 파죽지세다. 이전에도 이런 흐름이 점점 활발해지는 추세였고, 많은 화제를 낳았었다. 그랬던 것이 2011년에 들어서는 뭔가 근본적으로 판이 바뀌는 느낌이다. 과거엔 아이돌의 배우 진출 사례들이 각각 화제가 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한 명 한 명 따지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아이돌 배우들의 대대적인 공습이 감행되고 있다. 아이돌들이 배우 영역까지 점령해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엔 신화의 에릭이나, 베이비복스의 윤은혜, 핑클의 성유리, 지오디의 윤계상 등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승기나 비같은 솔로 가수의 사례도 있다. 그후 소녀시대의 윤아가 <너는 내 운명>에, 동방신기의 정윤호가 <맨땅의 헤딩>에, 슈퍼주니어의 최시원이 <오! 마이 레이디>에, 2PM의 택연이 <신데렐라 언니>에, 티아라의 은정 지연이 각각 <커피하우스>와 <공부의 신>에, 손담비가 <드림>에, SS501의 김현중이 <꽃보다 남자>에, 빅뱅의 탑이 <포화 속으로>에, 씨엔블루의 정용화와 애프터스쿨의 유이가 <미남이시네요>에, JYJ의 박유천이 <성균관 스캔들>에 출연했다.

지금까지는 이런 사례들이 순차적으로 나타났다면 최근 들어서는 동시다발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드림하이>다. 이 작품은 KBS가 매해 초에 발표하는 학원물의 일종이다. 그동안 KBS의 신년 학원물인 <꽃보다 남자>나 <공부의 신>에는 아이돌 배우가 일부 포함되는 형식이었다. 이번엔 아이돌들로 아예 도배가 되고 있는 중이다. 택연, 수지, 우영, 은정, 아이유, 주 등이 그렇다. 과거엔 배우들 사이에 아이돌이 감초 역할로 있었다면 여기선 배우 김수현이 아이돌들 사이에서 감초(?)의 역할을 맡고 있다.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이 실감나는 사례다.

이외에도 <아테나>의 최시원, <몽땅 내 사랑>의 조권, 가인, 윤두준, <마이 프린세스>의 이기광, <파라다이스 목장>의 최강창민, <프레지던트>의 성민, <괜찮아 아빠딸>의 동해, 강민혁, 남지현, <웃어요 엄마>의 강민경 등이 올 1월에 동시에 활동했다. <시크릿 가든>에도 한때 재범의 출연이 예정되었었다. 이대로 가면 아이돌이 없는 드라마를 찾기가 더 쉬워질 것 같다.


- 아이돌 배우를 보는 '매의 눈'이 사라지다 -

젊은층 사이에서 아이돌의 인기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화제몰이를 위해선 이들을 캐스팅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의 아이돌들이 점차 국제적 스타가 돼가고 있기 때문에 해외 수출이나 투자를 위해서도 이들을 내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돌 입장에선 음악시장이 위축되기 때문에 다른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또 아이돌에게 반드시 음악을 하겠다는 열정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인기스타가 될 수 있다면 연기든 예능이든 다 좋다는 입장일 것이다. 아이돌의 수명이 그리 긴 것도 아니어서 노후(?)를 대비할 수밖에 없다. 많은 아이돌들이 장차 꿈을 가수가 아닌(!) 배우나 예능인이라고 공공연히 밝히는 상황이다.

이건 사실 합리적인 선택이다. 연예인으로서 수명이 긴 아이돌들은 모두 다른 분야로의 진출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성유리, 윤은혜, 에릭은 배우가 됐기 때문에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다. 비나 이승기도 노래만 불렀다면 지금처럼 대형스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은지원, 엠씨몽, 신정환, 탁재훈, 이기광, 윤두준, 김종민 등은 예능의 수혜를 받은 사례다. 카라의 구하라가 빅스타가 된 것에도 예능의 영향이 컸다.

한때 아이돌이나 가수 출신 배우들은 '발연기'로 틈만 나면 비난을 받았었다. 김태희 같은 CF퀸과 함께 아이돌은 작품을 망치는 발연기 원흉으로 집중적인 타격 대상이었다. 윤은혜나 성유리 등이 출연하는 작품마다 논란을 양산했고, <맨땅의 헤딩>의 정윤호나 <드림>의 손담비, <개인의 취향>의 슬옹 등도 비난을 받았었다.

아이돌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상당히 매서워서 비교적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는 소녀시대의 윤아조차도 <신데렐라 맨>에서 연기지적을 받을 정도였다. 아이돌들이 드라마에 출연할 때마다 대중은 '매의 눈'으로 경계했던 것이다. 지금도 물론 그런 경계의식은 살아있지만 과거와는 다른 느낌이다. 이젠 대중이 가수 배우들의 존재를 필연으로 받아들였다고나 할까? 발연기 논란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아이돌들의 연기실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된 이유도 있다. 과거엔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기를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요즘엔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 아이돌들이 애초부터 작심하고 연기 트레이닝을 받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기량이 나아지고 있다. 발연기 논란으로 망신당하는 사례들을 보며 연기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진 것 같다. 대중의 보다 관대해진 시선과 아이돌들의 수준 향상이 맞물려, 발연기 논란이 사라진 아이돌 배우 전성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 아이돌 배우 전성시대, 무엇이 문제인가 -

이대로 가면 우린 영혼이 없는 가수, 영혼이 없는 배우들만을 보게 될 것이다. 음악이 좋아서 음악에 열정을 불사르는 가수가 아닌, 배우나 예능인이 되기 위한 절차로서의 음악을 하는 가수들. 한 나라의 음악시장을 그런 가수 아닌 가수들이 점령하는 것은 얼마 우스운 풍경인가.

그렇다고 배우가 되기 위해서 진지한 열정을 불사르는 것도 아니다. 아이돌들의 목표는 인기스타, 인기연예인 정도라고 생각된다. 음악도 그렇지만 연기나 예능조차도 그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진정성이나 전문성이 점차 사라져갈 수밖에 없다.

최근에 일본 네티즌들의 댓글대화에서 이런 것을 봤다. 한국은 열정적인 전문 연기자들이 연기를 하는데, 자기네들은 얼굴 곱상한 아이돌들이 손쉽게 주연을 하는 바람에 수준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는 자탄이었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한국도 요즘엔 우리처럼 돼가고 있어요.'

한국은 일본에 비해 아이돌 교육이 워낙 철저하기 때문에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연기면 연기, 모든 면에서 월등할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아이돌이 다 '해먹을' 때 각 분야의 진정성이 사라질 것은 당연지사다. 이미 아이돌이나 가수들의 예능점령으로 개그맨들은 갈 곳을 잃었다. 이젠 배우들까지 아이돌에게 치어 살아야 하나?

그 경우 진정성이나 전문적인 열정, 장인의 카리스마가 사라지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도 있다. 점차 절대권력이 되어가는 대형 기획사의 독점적 지위가 더욱 비대해질 것이란 문제다. 몇몇 기획사가 음악시장, 예능, 드라마를 모두 장악한다는 상상은 으스스하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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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기자를 꿈꾼다면 먼저 가수가 되어야 하는 사회...
    그나마 노래나 춤도 안된다면 연기자의 꿈도 포기해야 하는 사회..

    이건 아니죠

  2. 선생님의 글을 여기서 만나다니...
    이-메일로 받아보던 선생님의 글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더욱 건필하십시오

  3. 의도적이란 거 암시롱 이런 글을? 2011.02.12 15:43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분명 하재근님은 이에 대한 전반적 상황을 꿰뚫고 계시리라 여겨지는 데...

    전혀(?) 모르는 척 하구서 이런(?) 글을 올린 이윤 뭘까요? ^^

    일본식으로 사회 시스템(!)을 만들려는 게 목적이란 거 아시잖아요~

  4. 마초꽝 2011.02.13 07:34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일본식이니 떠드는 것도 우습고 일본과 비교하는 것도 우습네요..
    일본 아이돌은 연기연습 안하고 주연 맡는 줄 아십니까?..
    아닙니다..
    쟈니스나 하로프로등 아이돌 소속사의 시스템을 제대로 들여다 보면 일본 아이돌그룹들이 연기에 매달리는 정성을 알 수 있을겁니다..
    일본 아이돌 그룹들은 노래 보다는 연기에 더 정성을 쏟습니다..
    소속사는 어찌보면 노래 연습보다 연기연습을 더 많이 시킵니다..
    자니스주니어 애들부터 연기연습 들어가고 하로프로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습니다..
    홍콩 중국은 우리보다 더 심하고 미국도 겸업은 많이 합니다..
    그건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 그 얘기가 아닌 데... 2011.02.14 01:27  수정/삭제 댓글주소

      저들이 일본식으로 만든다는 건, 연예시스템에 대한 것을 넘어선...
      사회전체를 두고 한 얘기랍니다!

      물론, 연예시스템은 그 하부를 떠받치는 형태로...
      음~

  5. 무대에 서는건 마찬가지 2011.02.25 09:35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원래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무대에 서는 사람이 노래를 하든 연기를 하든 상관없이 예술인이었습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고, 우리나라의 광대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연기에 재능이 보이는 사람은 연기에 치중한 거고,
    노래에 재능을 보이는 사람은 노래에 노래를 중시했을 뿐입니다.

    심지어는 연기자 중에서 희극에 더 적합한 사람은 코미디언이란 별도의 직업으로 떨어져 나가기까지 했죠.

    마치 예전의 논란을 보는 듯 하네요.
    그 당시에도 그랬죠. 연기하던 사람이 노래를 하면 별 같잖은 게 노래한다고 하고,
    가수가 연기에 도전하면 별 같잖은 게 연기한다고요.

    그렇지만 그 당시 홍콩에선 연기와 노래를 병행하는 경우도 많았고, 미국 초기 연예계를 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전영록을 비롯하여 엄정화, 임창정, 김민종 등 두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한 사람들 많습니다.

    심지어 코미디언들도 희극만이 아닌 정극에도 많이 나오고 개중에는 감독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수를 하느냐 연기자를 하느냐를 가지고 문제삼는 건 단지 비난을 위한 비난일 뿐이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제대로 하느냐 못하느냐일 뿐 입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현재 가장 잘나간다는 예능 엠씨인 강호동은 태어나지도 못했을 겁니다.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 대중에게 여흥을 전달하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6. 특정기획사에서 연기예능가수 전부다 로비와 기획으로 공중파를 점령하는건 정말 짜증나는 일이죠. 연기자는 연기를 하고 가수는 노래를 하라, 제발!! 어중이떠중이처럼 나돌다가는 죽도밥도 안된다.알겠니 아이돌들아?

  7. 아이돌 배우가 많이 나오니깐 톱스타 될 정도의 미모를 가진 신인배우가 안나오는 거 같음
    아이돌이 예뻐봤자 김태희 송혜교 한가인 이민정 같은 애들한텐 안되는데 다 30대다.
    이쁘다는 배우들이 다 30대
    잘생긴 남자배우들도 현빈 조인성 원빈 다 30대
    이쁜 신인 배우들좀 나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