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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태양의 후예' 베트남의 반감 이해는 하지만..

  

태양의 후예방영을 놓고 베트남에서 논란이 벌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지 기자가 ‘’태양의 후예방영은 오욕이라고 쓴 글이 현지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기자는 한국군이 베트남전에 참전해 베트남인을 학살했었는데, 그런 한국의 군대를 미화하는 드라마가 베트남에서 방영되는 것은 치욕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내 네티즌 반응은 전반적으로 베트남 사람들의 심정에 공감한다는 쪽이다. 우리가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는 것처럼 베트남 사람들도 한국에 사과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베트남 군대가 한국에 와서 전쟁을 했을 경우 우리의 감정도 좋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누가 한국이나 중국의 방송에서 일본군을 찬양하는 드라마가 방영되는 것을 생각이나 하겠는가라고 꼬집은 대목이 현지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뼈아프면서도 당연한 지적이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나 같아도 일본이 저런 드라마 만들면 욕할 듯’, ‘이해된다. 우리나라에서 일본군 미화하는 격이잖아.’ 이런 반응들이다.

 

 

하지만 이건 말이 안 된다. 한국군을 일본군에 비유한 것이 말이다. 한국은 베트남을 식민통치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35년 간이나 타국을 지배한 일본의 만행에 한국을 동일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한국군은 6.25 때의 중공군과 비교할 수 있다. 식민통치한 것이 아니라 전쟁을 한 번 한 것이고, 지원병으로 참전했다는 점에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중공군이 한국에 입힌 피해가 베트남 전쟁보다 훨씬 크다. 전쟁 당시 중공군 때문에 수많은 한국인들이 희생당한 것은 기본이려니와, 그들로 인해 통일이 좌절되어 우리 민족사에 크나는 상처가 됐고 반세기가 넘도록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 이산가족들은 생이별을 해야 했다. 중공군 때문에 북한에선 이천오백만 한민족이 김씨 왕조 치하에서 신음하게 됐다. 실로 수치로 계량할 수 없는 피해다.

  

 

한국군의 가해는 일본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되고, 중공군보다도 크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인 것이다. 물론 남의 나라에 군대를 보내 사람을 죽인 행위에 경중을 가린다는 것 자체가 인도적인 차원에선 무리가 있지만, 객관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현대의 중국 인민해방군이 주연인 영화나 드라마가 한국에서 상영된다면 어떤 반응일까? 지상파는 몰라도 극장 상영이나 케이블 방영 정도라면 그렇게 거센 반발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우리 대통령이 중국군 열병식에 참석했을 때도 국내에서 그리 큰 반발은 없었다.

 

그러니까, 무자비한 식민통치를 자행한 일본군 미화만 금기시하는 것이지 과거의 모든 교전상대국을 싸잡아 금지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이다. 물론 우리의 입장을 베트남에게 강요할 순 없다. 베트남인들이 한국군 드라마 방영을 국가적 치욕으로 여긴다면 그건 그들의 자유인 것이고 우리는 존중해야 한다. 어쨌든 우리는 가해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해의 내용이 너무 과장되어 필요 이상의 자해적 여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한국군이 일본군에 비유되는 것 말이다. 이런 논리가 퍼지면 우리의 기억이 거기에 맞게 조정되어 정말로 한국군이 일본군 수준으로 격하된다. 한국이 일본 수준의 가해를 한 나라라는 가짜 역사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것이다.

 

이 사실이 바로잡히지 않으면 베트남 사람들의 기억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 한국군이 정말 일본군이 한국에 한 수준으로 베트남에 피해를 입혔다는 과장된 피해의식이 생기는 것이다. 이것은 반한감정의 씨앗이 될 것이다.

 

한국인들이 단체로 맞습니다. 한국은 일본과 같은 짓을 했습니다.’라고 하면 베트남인들의 기억 왜곡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베트남 사람들의 감정을 존중해야 하고, 우리는 당연히 사과해야 하고, 절대로 베트남 사람들을 탓해선 안 되지만, 최소한 사실관계는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