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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이명박 박근혜 화이트리스트, 국민 돈을 정권보위에

 

또다시 황당한 소식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작성한 연예계 좌파 실태 및 순화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건전 우파연예인 양성 및 조직화 계획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와 다른 보고서를 통해 연기자 L씨와 C, 그리고 개그맨 S씨와 C씨 등을 비롯한 연예인들이 거론됐다고 한다. 이들을 좌파 연예인의 대항마로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대목도 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참여한 작품 또는 건전 애국적 콘텐츠에 대한 제작 지원 및 건전 연예인에 대한 정부행사 섭외, 그리고 금연, 금주 등 공익광고 모델 섭외 등이 지원 내용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우파 연예인 육성으로 온건파를 포용하고 우파를 결집할 수 있다고 했다. 블랙리스트에 이어 말도 안 되는 일이 드러난 것이다

지원하고, 육성한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이익을 주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재원이 국민이 낸 세금이다. 국가재정 또는 국가시스템을 움직여 누군가에게 이익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그 누군가를 건전, 우파, 애국등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내 입맛에 맞는 사람이다.

 

어떤 건전한 우파적 애국자가 이명박 정부를 강력히 비판할 경우 지원 대상에 들어갈까? 똑같이 건전 우파 애국을 내세우는 친박 세력과 친이 세력이 견원지간인 것을 보면 건전 우파 애국이 진짜 조건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당시 보수적 지식인도 4대강을 비판하면 좌파로 몰렸다. 그러므로 건전 우파 애국이라 쓰고 입맛에 맞는 사람이라 읽는 게 타당해보인다

반대로 척결, 적출 대상인 좌파도 정말 이념적 좌파라기보다는 내가 싫은 사람정도의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김제동 같은 사람은 민주주의와 헌법정신을 내세우는 정도여서 이념적 좌파라고 하기 힘들다. 과거부터 권위주의적 정권들은 민주화 세력을 좌빨 빨갱이라며 척결대상으로 여겼다. 그러므로 이명박 정부의 좌파 적출은 사실상 민주 적출’, ‘내가 싫은 사람 적출의 의미로 읽힌다

종합하면, 좌파 배제라는 블랙리스트의 진짜 의미는 내가 싫은 사람 배제’, 건전 애국 우파 양성이라는 화이트리스트의 진짜 의미는 내가 좋은 사람 지원정도의 의미처럼 느껴진다는 말이다.

 

거기에 국가재정, 국가시스템을 활용했다. 심지어 국가안보를 담당하는 국정원까지 내세워서 말이다. 국민의 것인 국가 자원과 권력을 사유화한 것이다. 국기문란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좋아하는 사람 지원하라고 국민이 세금 낸 것이 아니다.  

지금 화이트리스트 연예인들 명단이 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연예인들 명단이 화이트리스트로 오인되기도 한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블랙리스트와 달리 화이트리스트는 해당 연예인을 매장시킬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만큼 떳떳치 않은 일이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지지는 마구잡이식으로 동원한 느낌이 있다. 그들을 모두 이명박 정부의 주구라는 식으로 몰 순 없다. 설사 어떤 연예인이 화이트리스트 명단에 정말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실제로 특정 정권을 위해서 일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니 함부로 재단해선 안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덮자는 말은 아니다. 명단으로 싸잡아 낙인찍을 것이 아니라 실제 활동상을 봐야 한다. 정말로 특혜를 받았는지, 다른 연예인들을 의식적으로 조직하거나 선동했는지, 정권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선전활동에 열을 올렸는지 말이다. 이렇게 구체적인 정황으로 접근해야 한다

일선 연예인은 자기가 화이트리스트에 든 것조차 모를 수 있는데, 제작쪽 라인은 다를 가능성이 있다. 기획, 투자, 배급 등에서의 조력을 충분히 인지하고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을 수도 있다. 이 부분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최근 정부 주도 펀드를 통해 40억 원 이상을 조달한 영화가 완성단계에 있다고 해서 화제다. 전체 제작비 중 지원금액이 상당히 높은 비중이어서 이례적이다. 이런 지원 심사에선 감독과 제작자의 경력이 중시되는데 이 영화에선 모두 신인이다. 이런 경우 보통은 서류 심사 탈락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독일에서 유학하다 월북한 사람들이 고초를 겪는 이야기라고 한다. 박정희 정권 시절의 동백림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설정이다. 화이트리스트 의혹이 제기된다. 이명박 정부 또는 박근혜 정부 당시 지원이 결정됐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는 연극계에서 지명도 있는 사람들이 지원대상에서 탈락한 반면, 생소하거나 의외의 사람들이 선정돼 업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것도 화이트리스트의 작용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4825일에는 대수비(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앞서 '건전애국 영화'50억 원을 연내 지원하는 방안에 관한 자료 마련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화이트리스트 관련 보고를 직접 받았다는 이야기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모두 국가자원을 사유화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즉 정권보위를 위해 썼다는 말이 된다. 그러한 권력을 위임해준 국민은, 연예인을 내세워 조종할 대상으로 봤다. 여론조작 작전의 대상 말이다. 대중예술인은 그 작전에 동원된 도구였다. 대한민국에서 21세기에 벌어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