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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빗나간 돈자랑 도끼, 돈 갚았어도 비난 받는 이유

 

도끼는 돈 자랑으로 뜬 스타다. 자신이 얼마나 돈을 많이 벌고 화려하게 사는 지를 과시하면서 유명해졌고, 그것이 하나의 캐릭터가 됐다. 처음엔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도끼가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 치열한 노력으로 오늘의 자리까지 왔고, 지금 현재도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그의 돈 자랑에 대한 비난이 사라졌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유명인의 돈 자랑을 아주 싫어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유명인들은 과시적인 행태보다 겸손한 모습을 많이 연출한다. 도끼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돈 자랑으로 떠서 그것이 호감 캐릭터로까지 인정받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돈 자랑엔 비난이 쏟아졌고, 심지어 본인 책임이 아닌 돈까지 갚았는데도 여론이 안 좋다.

 

도끼 어머니의 채무 문제였다. 자신이 도끼 어머니의 중학교 동창이라는 이가 20년 전에 도끼 어머니에게 천만 원 이상을 빌려줬으나 연락이 끊기고 잠적했다며 아직도 돈을 받지 못했다고 한 주장이 보도됐다.

 

이게 대해 도끼가 즉각 대응했다. 채권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말을 하나하나 반박하며, 자신을 마이크로닷과 같은 사례로 엮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 한 달 밥값밖에 안 되는천만 원, 자기한테 오면 갚아주겠다고 했다 

바로 이 돈 자랑이 문제가 됐다. 언제나 하던 돈 자랑이었지만 20년째 돈을 못 받고 있다는 채권자가 있는 상황에서 채무자 가족이 할 말은 아니었다. 갚을 돈이 있으면 그 돈부터 갚아야지, 갚지도 않은 상태에서 채무자 가족이 호의호식하며 돈 자랑까지 하는 건 정당화될 수 없다.

 

도끼에게도 이유는 있다. 마이크로닷은 부모가 거액의 돈을 빌려 외국으로 도주, 그 돈으로 기반 잡고 잘 살았다는 의혹을 받는데, 도끼 어머니 채무 사건도 이런 프레임으로 엮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끼 가족은 거액의 돈을 빌린 것도 아니고 그 돈으로 기반 잡지도 않았으며, 외국으로 도망가거나 잠적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끼 어머니는 의도적으로 돈을 안 준 것이 아니라, 과거 집 두 채가 경매로 넘어가 채권자들에게 분배됐기 때문에 채무 문제가 이미 해소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도끼 측이 인지하지 못했던 채권이 있으면 연락해서 받으면 될 것을, 연락도 안 하다가 하필 마이크로닷 사건 즈음에 언론에 부정적으로 폭로한 것이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냈다.

 

이런 주장을 하는 가운에 천만 원이 큰 액수가 아니라는 말이 나왔고, 그것이 도끼 특유의 힙합 돈 자랑 캐릭터와 맞물려 뉘앙스가 강해진 것이다. 도끼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도끼의 반응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고 하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도끼 어머니가 빚을 졌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도끼 부모에겐 무엇보다도 먼저 빚을 감아야 할 의무가 있고, 도끼도 부를 과시하면서 연예인 생활을 하려면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빚을 갚지도 않았으면서 여전히 돈 자랑을 하고, 받을 돈이 있으면 와서 받아가라는 느낌의 고압적인 말을 하면서, 과거 돈을 빌려주고도 못 받은 사람에 대한 고마움이나 미안함을 표시하지 않고, 심지어 채권자를 공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은 자충수였다. 나중에 채권자를 만나 빚을 갚고 오해를 풀었다고 했지만 이미 이미지는 추락했다.

요즘 힙합 가수들은 스웩이라면서 으스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공격적으로 타인을 디스하는 걸 멋으로 여긴다. 청소년들이 그런 문화를 좋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처럼 자신의 가족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사람 앞에서까지 스웩과 디스로 대응하는 건 아무리 힙합에 관대해진 사회 분위기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돈 자랑도 상황 봐가면서 해야 한다는 걸 일부 힙합 뮤지션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