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문화 부문 글로벌 아젠다로 방탄소년단을 꼽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방탄소년단을 소개한 표현이 인상적이다.
"미국의 타임 매거진 독자들에게는 올해의 인물이다. 세계적인 온라인 여론 조사에서 그들은 후보에 오른 행성 지구(The Planet Earth)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를 이겼다" ... "당신이 은둔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방탄소년단이 누구냐'는 질문은 절대 할 수 없다. 빌보드200 2번 연속 1위, 2018년 빌보드 톱 소셜아티스트 부문 수상 등 K팝 센세이션을 주도했다"
다보스포럼은 서구권 최상층이 주도하는 민간회의다. 거기에서 ‘은둔생활을 하지 않는 이상 방탄소년단을 모를 수는 없다’고 한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인지도가 어느 수준까지 확산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기존 한류 팬층인 아시아권은 진즉에 넘어섰고, 라틴아메리카나 서구 10대 마니아층까지 넘어, 보수적인 서구 지도층까지도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당연시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다보스포럼 측은 방탄소년단이 한국어를 쓰는 점에 주목했다. 방탄소년단이 언어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세계적 인기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스페인어로 메가 히트곡 ‘데스파시토’를 낸 루이스 폰시와 더불어 방탄소년단이 미국 외에서도 세계적인 히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고, 특히 방탄소년단은 아시아의 문화적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다보스포럼 측이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이렇게 반기면서 홍보까지 하는 것은 그런 성공 사례가 세계화의 정당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구 선진국들은 모두가 이익을 본다면서 세계화를 추진했다. 그런데 사실은 강대국, 글로벌 대기업, 서구 금융자본만 이익을 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문화산업적으로도 미국 대중문화가 일방적으로 후진국 시장을 잠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그에 대해 다보스포럼이 방탄소년단을 반대 사례로 제시한 것이다. 인터넷에서 장벽이 사라지고 세계화 환경이 만들어진 결과, 영어권 가수가 아닌 방탄소년단이 오히려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는 얘기다. 이것을 사례로 제시하며 ‘세계화는 다른 문화를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그러니 과도한 보호주의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세계화의 흐름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방탄소년단 사례 정도로 세계화의 부작용에 대한 논란들이 정리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분명하고도 놀라운 것은 다보스포럼이 영어권 이외의 나라에서 나타난 세계적인 히트 사례로 방탄소년단을 적시할 정도로 방탄소년단의 위상이 확고해졌다는 점이다. 다보스포럼 측은 ‘올해 방탄소년단은 세계적인 음악의 트렌드를 이끌었다’라고까지 했다.
올해 한국에서 방탄소년단은 그야말로 역사적인 활약을 펼쳤다. 우리나라 대중문화계에서 어느 한 분야 세계 1위가 나타난 최초의 사례다. 단순히 빌보드 차트 1위를 몇 번 한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빌보드 1위는 한 해에도 수십 명이 할 수 있는데, 방탄소년단은 올해 그 수준을 뛰어넘어 세계 보이그룹 1위에 올랐다.
서구사회 주류인 다보스포럼이나 국제정치의 무대인 유엔에서까지 방탄소년단을 인정한 것이 이들의 위상을 말해준다. 지금 국내에서 방탄소년단이 크게 주목 받고는 있지만, 해외에서 전해지는 이런 엄청난 소식들에 비하면 국내에서 여전히 홀대 받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을 정도로 방탄소년단은 올해 저 높이 비상했다.
음악팬층 사이에 팝송이 가요를 압도하는 분위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중년층 이상 국민에겐 정말 감개무량한 사건이다. 옛날에 ‘2010년대엔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사람이 화성에 간다’는 식의 상상은 제기됐어도, ‘2010년대엔 한국에서 세계 최고 보이그룹이 나온다’는 상상은 그 누구도 하지 못했었다. 방탄소년단이 그걸 현실로 만들었다. 건국 이래 최초로 대중문화계 한 부문 세계 1위에 오른 한국인. 이 정도면 올해의 인물로 꼽을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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