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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의사요한, 고통으로 인간을 말하다

 

SBS 금토드라마가 연이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첫 금토드라마였던 열혈사제가 큰 인기를 끌었고, 두 번째인 녹두꽃이 작품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데 이어, 세 번째인 의사요한9% 내외의 시청률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통증의학과 의사인 차요한(지성 분)이 주인공이다. 작품은 차요한이 수감된 감옥에서부터 시작됐다. 죄수들의 원인 모를 병을 같은 죄수인 차요한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진단해내는 설정이었다. 그런 모습을 통해 천재적 능력자이며 동시에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타인의 고통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차요한의 모습이 그려졌다.

 

보통 의료드라마들에선 피가 튀는 외과적 처치 장면이 부각된다. 반면에 의사요한에선 사람들의 무시와 방해 속에서 환자의 병을 찾아나가는 차요한의 추리가 부각됐다. 최근 범죄의 진실을 추적해가는 장르물이 유행인데, ‘의사요한은 고통의 원인을 추적해가는 설정으로 장르물과 의료드라마를 융합했다. 이런 점이 기존 의료드라마와 다른 신선함을 만들어냈다.

고통의 원인을 추적해가는 과정이 긴박하게 그려졌기 때문에 초반 시청률이 10% 이상으로 치솟았다. 감옥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자유롭지 않은 죄수 신분으로, 의료기기 하나 없이 작은 단서들만으로 추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다른 의사들이 죄수라며 차별하고 차요한의 말을 무시하는 장면이 나와 안타까움이 더 커졌고 그것이 더욱 강한 몰입으로 이어졌다.

 

고통의 원인을 밝히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도 줬다. 사실 원인 모를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분명히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꾀병 취급을 하거나, 의료기기 검사에 특이점이 없다며 당신은 건강하다고 병원 측이 강변하는 경우가 있다. 아픈 것도 고통스러운데 의사가 몰라주니 더욱 서럽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자세하게 호소하려 해도 의사가 검사결과만 훑어보고 환자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것 같아서 답답할 때도 많다.

의사요한에서 차요한은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의 말을 절대로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검사결과가 정상인데 환자가 아프다고 할 경우, 검사결과가 아닌 환자의 말을 더 신뢰했다. 환자의 말 하나하나를 단서로 추적에 추적을 거듭해 마침내 고통의 원인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그래서 꾀병 취급 받으며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을 뻔한 환자의 유전병을 진단해내고, 엉뚱한 병명으로 진단돼 잘못된 치료를 받던 환자의 오래 전 일기를 통해 진짜 병명을 찾아내기도 했다. 이런 모습이 원인 모를 고통을 경험했던 이들에게, 그리고 고통 호소를 몰라주는 의사에게 서운함을 느껴봤던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준 것이다.

차요한이 석방 후 병원에 복직한 다음부턴 안락사 이슈를 통해 이 작품만의 주제의식을 표현하고 있다. 환자가 끔찍한 고통으로 괴로워할 때 환자에게 가장 이로운 선택을 해야 하는 존재가 바로 의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치료 가능성이 전혀 없고 단지 고통만 남은 경우에 의료가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다. 선천적 무통각증으로 고통을 모르는 차요한을 통해 고통의 의미를 성찰하고, 고통을 중심으로 삶과 죽음을 말한다. 드라마 홍수 시대에 의미 있는 의료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