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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백기투항 설리 최자 기어이 단죄하려는 괴물들

 

2014년에 설리와 최자가 백기투항했다는 기사들이 나왔다. 데이트하는 모습이 디스패치에 '딱 걸려', 결국 열애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한 기사는 "설리 최자 슈퍼문 데이트, 디스패치 보도에 열애설 인정, 진작 이럴 것이지" 이런 누리꾼 반응을 전했다. 

그 전에 두 차례 열애설이 났지만 두 사람은 부인했었다. 누리꾼들은 거짓말을 한다며 분노하고 두 사람을 질책했다. 누리꾼 수사대가 출동해 온갖 분석으로 두 사람을 몰아붙였다. 그러다 파파라치 매체가 사진까지 찍어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그때까지 사람들은 열애설을 부인하는 두 사람, 특히 설리에게 맹공격을 가했었다. 거짓말하는 게 죄라고 했다. 결국 설리 측에서 먼저 인정하고 바로 이어 최자 측에서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최자는 이런 입장을 밝혔다. 

입에 담지도 못할 정도의 악성 댓글과 루머로 인해 정신적으로 많은 고통을 받고 힘들어하고 있는 그 친구에게, 저와의 관계가 또 다른 고통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침묵만이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리꾼들은 누리꾼 수사대와 파파라치 매체의 공조로 이 두 사람의 백기투항을 받아냈다며 만족해했다. 하지만 그건 또다른 지옥의 시작이었다. 열애를 숨긴다며 거짓말한다고 그렇게 공격하더니, 열애를 인정하자 이번엔 두 사람이 사귀는 게 옳지 않다며 집요하게 공격한 것이다. 설리에겐 성희롱성 댓글까지 일삼았다. 

그렇게 설리는 대중의 샌드백으로, 악플의 표적으로 찍혔다. 거짓말하지 말라며 열애만 인정하라더니, 막상 인정하자 더 그악한 공격으로 되갚았다. 그리고 설리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최자가 남았다. 

이 커플을 끝까지 단죄해야 속이 시원한 것인가? 최자의 SNS로 몰려가 악플 공격을 해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설리 관련 기사에도 최자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있다. 도대체 최자가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가?

 

한 누리꾼은 "누구(설리)는 죽음을 고민하며 눈물 흘릴 시간에, 남자들에게 온갖 성희롱에 시달리며 괴로워할 시간에 당신은 고기를 먹고 있었군요. 맛있었나요"라며 최자가 SNS에 올린 고기사진을 놓고 비난했다. 최자와 설리는 이미 헤어졌는데 최자가 고기를 먹는 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 

"본인이 방송에서 어린 여자와 사귀는 것을 자랑하고 있을 때 누군가는 악플에 시달리고 있었다. 본인이 책임감 없는 사랑을 했음을 깨닫기를 바란다"라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크다. 최자와 사귄 뒤부터 설리가 내리막길을 걸었다며 최자를 비난한다. 

하지만 최자와 사귄 이후에 설리를 고통 속에 몰아넣은 건 악플러 누리꾼들 자신이다. 최자와 설리는 사귀었을 뿐이다. 남을 해치지 않았고 불륜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이성을 사귈 자유가 있다. 그런데 누리꾼이 그것을 만천하에 밝히라고 강요하더니, 밝히자 두 사람의 사귐을 죄악시하며 설리를 공격했다. 그렇게 가해행위를 해놓고 이젠 최자 책임이란다. 최자는 피해자 중의 한 명인데 말이다.

 

최자가 방송에서 열애 토크를 하도록 공개 압박을 가한 것이 누리꾼 자신이다. 최자와 설리는 끝까지 숨기려고 했다. 일단 공개한 이상 솔직하게 토크하는 요즘 예능 분위기에서 열애 얘기를 안 할 수도 없다. 안 하면 또 거짓방송한다고 질타했을 것이다. 그래놓고 이젠 방송에서 얘기했다고 공격하다니 너무 하지 않은가? 

만약 최자가 설리에게 데이트폭력을 가했다든가, 또는 어떤 여배우처럼 헤어지면서 두 사람 사이의 일을 까발려 상대의 매장을 시도했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최자가 그랬다는 얘기는 없다. 그냥 사귀었을 뿐이다. 자기 스타일대로 사귀었고, 일단 공개한 후엔 솔직하게 말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그걸 죄악시하며, 여자 걸그룹 멤버는 귀엽고 청순하고 순수하고 사랑스러워야 하는데 설 리가 거기에서 벗어났으니 몹쓸죄를 지었다고 이 커플을 단죄했던 사람들. 그들이 설리가 떠난 지금 최자에게 분풀이를 한다. 최자가 가해자란다. 정작 가해행위는 자신들이 하고서 말이다 

물론 설리와 최자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둘이 어떤 관계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100% 옹호할 순 없다. 똑같은 이유로 비난할 수도 없다. 다만 남이 편안하게 사귀는 꼴을 못 보고 기어이 까발리게 만들고, 공격하고, 한 사람이 떠난 지금 남은 사람까지 공격하는 일부 악플러들이 괴물이란 점은 분명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