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의 '좋은날' 안무에 가슴을 치며 답답함을 표현하는 대목이 있다. 그것이 생각날 만큼 답답하다. 이경규의 말도 떠오른다. '답다바네~~' 정말 답답하다.
김제동이 사과를 했다는 기사가 떴다. 기사의 첫 내용이 이렇다.
"방송인 김제동이 9일 논란이 된 '김제동 햄버거' 사건과 관련해 "상처 받은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등록금 관련 시위장에서 대학생들이 햄버거를 전경들에게 즉시 먹으라고 들이밀었다는 사건이다. 이에 대해 전경들이 조롱받았다며 모욕감을 느꼈다는 기사가 나왔다. 여기까진 그러려니 하겠는데 난데없이 비난의 화살이 김제동에게도 갔다. 그래서 김제동이 사과를 하게 된 것이다.
답답한 건 김제동이 이 사건과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위에 설명했듯이 대학생들이 전경에게 햄버거를 전달한 방식에 있다. 그런데 김제동은 그런 방식을 기획하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한다.
기사에 따르면 그는 단지 학생들에게 기부를 했을 뿐이다. 기부하면서 반은 학생을 위해 반은 전경들을 위해 써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럼 그것으로 끝난 것이지 그 후의 사태에 대해 대체 왜 김제동이 책임을 져야 하나?
예컨대, 국민들이 수재민 도우라고 성금을 냈는데 공무원들이 수재민이 모욕감을 느낄 방법으로 그 돈을 집행했다. 여기서 비난받을 대상은 성금 낸 국민인가, 잘못 집행한 공무원인가? 돈 냈으니 국민도 잘못이라며 비난한다면 '답다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인터넷에서 이런 글도 봤다.
'김제동은 존경을 배워라 ... 제발 상대방을 헤아릴 줄 알아라. 야비한 사람.'
'김제동씨 실망입니다 차라리 본인이 사서 주던지 이런 방법은 가증스러워...'
정말이지 '답다바다'.
언론도 문제다. 자꾸 김제동 햄버거라는 말을 쓰고 있다. 그에 따라 이 사건은 '김제동 햄버거 사건'이 되었다. 그래서 위에 인용한 사과 기사에도 김제동 햄버거 사건이라고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일단 김제동 햄버거 사건으로 명칭이 붙어버리면, 구체적인 내용과 상관없이 심리적인 차원에서는 무조건 김제동에게 책임이 가게 되어있다. 이런 게 이름 정하기의 위력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민감한 사안을 명명할 때는 정말 책임 있는 가해자의 이름이 아니면 함부로 넣어선 안 된다.
처음에 아무 생각없이 김제동 햄버거라고 했더라도 일단 민감한 사태로 비화한 후에, 사태와 김제동이 아무 상관없다면 더 이상 그런 말을 쓰면 안 됐다. 김제동 햄버거 사건이라는 말을 계속 쓰는 건 이름붙이기의 폭력이다. 이런 식의 이름붙이기는 진실과 상관없이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김제동에 대한 피로감과 비호감을 증대시킬 것이다.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인데도! 주의가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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