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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레이디가가 악마주의? 서태지로 족하다

 

레이디가가 공연반대에 한기총까지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이 커지고 있다. 어느 이름 모를 작은 단체의 반대 수준이 아니다.

 

레이디가가 공연이 청소년 관람불가가 됐을 때부터 말들이 많았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억압이란 비판이었다. 난 꼭 그렇게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레이디가가 공연은 우리 입장에서 보면 지나치게 선정적인 것이 맞다. 미국의 대중문화가 그렇다. 가수들이 보기 민망한 수준으로 옷을 벗는다.

 

우리나라 대중문화도 요즘에 급속히 미국화하고 있다. 걸그룹의 선정성, 방송 프로그램의 선정성 등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선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대중문화는 우리만의 정체성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청소년 관람불가 정도는 적절한 규제 장치였다고 본다. 지금 우리는 급속한 상업화 흐름을 완화시켜나가야 할 때다. 무조건 표현의 자유만을 고집할 일이 아니다. 청소년들까지 ‘하의실종’에 빠진 분위기와 대중문화의 선정성은 분명히 관계가 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연 자체를 아예 금지하자고까지 주장하는 건 심각한 ‘오버’다. 레이디가가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댄스가수다. 매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후보에 오르고 공연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공연까지 금지하면 나라꼴이 우스워진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마치 북한이나 보수적인 이슬람국처럼 인식될 것이다. 지금 한국은 문화적 선도국이라는 이미지를 맹렬히 구축해가고 있었는데, 그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레이디가가 공연에서 문제되는 것은 선정성만이 아니라 악마주의 문제도 있다. 선정성 문제 지적은 어느 정도 공감이 가지만 악마주의 비판은 정말 황당하다.

 

약 20여 년 전에 악마주의 논란이 우리 사회에도 있었다. 바로 서태지와 아이들이 그 대상이었다. 당시엔 큰 논란이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웃음만 나올 뿐이다. 그 짓을 또 되풀이하자는 말인가?

 

서태지와 아이들도 그렇고, 레이디가가도 그렇고 주류중의 주류인 댄스가수다. 정말 악마주의적 요소가 있다면 그들은 결코 주류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악’을 싫어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악마주의 퍼포먼스는 과거에 락 가수들이 많이 보여줬었다. 그건 그들이 정말로 악을 추구하는 악인들이어서가 아니라, 기존의 보수적 질서에 대한 저항을 예술적으로 그렇게 표현했을 뿐이었다. 악마주의 퍼포먼스를 한다고 정말로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나마도 요즘엔 모든 것이 ‘팝화’, '상업화‘하면서 그런 문화도 많이 사라졌다. 레이디가가의 기괴한 퍼포먼스도 단지 자극성, 상업성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라는 비판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악마주의는 오버다.

 

청소년 관람불가 정도면 충분한 규제다. 성인들조차 이것을 선택할 자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건 지나친 오만이다. 물론 비판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연 자체를 금지하라며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도를 넘어섰다. 공연금지 주장은 다른 사람들의 자유마저 빼앗겠다는 것인데, 이야말로 엽기적인 반시민적 사고방식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