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 음악 칼럼

무한도전, 전설이 된 이유

 

얼마 전 ‘무한도전’은 무려 8주년을 맞이했다. 한 프로그램이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바로 지난 달에도 한국갤럽 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TV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특히 인터넷 공간에서 ‘무한도전’은 압도적 위상이다. 주말이 끝나면 언제나 ‘무한도전’ 관련 기사가 최대 화제로 떠오른다. 함께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들은 ‘패밀리가 떴다’, ‘1박2일’,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 가’, ‘진짜 사나이’, ‘런닝맨’, ‘남자의 자격’ 등 그때그때 유행에 따라 계속 바뀌어왔지만 ‘무한도전’만큼은 요지부동 정상에서 내려올 줄을 모른다.

 

‘무한도전’엔 시청률 수치로만은 재단할 수 없는 파괴력이 존재한다. 한국방송광고조사에서 ‘무한도전’은 프로그램 몰입도 1위로 꼽힌 바 있다. 시청자들이 다른 프로그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이 빠져들고 열정적인 지지를 보내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붙는 광고에 대한 호감도까지 높아질 정도다. 또, ‘무한도전’은 케이블TV에서 상시적으로 재방송되고 있고 인터넷 시청률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종합 시청률로는 단연 한국 1위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무한도전’과 인연을 맺었던 연예인들은 연예인생을 통틀어 가장 아쉬웠던 일로 ‘무한도전’ 고정에 자리 잡지 못한 것을 꼽을 때가 많다. 최근엔 영국의 방송사 제작팀이 한국 대표 예능프로그램을 취재한다며 ‘무한도전’ 촬영장에 나타나기도 했다.

 

단순한 인기나 호감 정도가 아니다. ‘무한도전’은 시청자들에게 절대적 사랑, 지지, 그리고 존경을 받는다. 이른바 ‘존경 받는 예능’. 그래서 ‘무한도전’엔 극성스런 아이돌 팬덤 이상의 프로그램 팬덤이 존재한다. 아이돌처럼 ‘무한도전’도 팬덤 대상 물품 판매로 수십억 원대의 매출을 올린다. 이런 가외수입까지 올리는 프로그램은 그 예가 없다. ‘무한도전’은 또, 그렇게 발생한 수익을 기부하는 것으로도 명성이 높다. MBC 파업이 이어질 때 네티즌은 가장 괴로운 일이 ‘무한도전’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들 했다.

 

‘무한도전’은 가히 기적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런 정도의 프로그램은 그 전에도 없었지만, 앞으로도 또 나타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 일개 예능 프로그램이 어떻게 전설이 된 것일까?

 

 

 

◆평균이하 찌질남들이 국민을 웃기고 울린다

 

기본적으로 ‘무한도전’은 서민의 이야기다.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평균이하 서민을 표상하는 캐릭터들이다. ‘압구정날라리’를 꿈꿨지만 결국 ‘강북멋쟁이’일 수밖에 없는 유재석을 비롯해, ‘하찮은’ 박명수, ‘상꼬맹이’ 하하, ‘식신’ 정준하, ‘뚱보’ 정형돈, ‘사짜’ 노홍철, ‘민머리’ 길에 이르기까지 미니시리즈 남자 주인공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캐릭터들인 것이다. 이들이 온갖 상황극 설정으로 국민을 웃기고 울린다.

 

이 평균이하 찌질남들의 행각에 시청자는 깊은 공감을 느끼며 빠져들었다. 마치 우리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다. 하도 오랫동안 빠져들다보니 이 캐릭터들은 마치 시청자의 친구나 형제처럼 돼버렸다. 보고 있으면 정이 가고 기분이 좋아진다. 안 보면 허전하다.

 

‘무한도전’ 출연자들은 오랫동안 자기 캐릭터를 연기하며 합을 맞춰왔기 때문에 그 호흡이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 ‘무한도전’ 수준으로 척척 맞아떨어지는 상황극은 보기 힘들다. 강호동이 이끌었던 전성기 ‘1박2일’이나 겨우 ‘무한도전’에 견줄 수 있을 것이다. 박명수가 다른 프로그램에서 부진을 겪는 것도 ‘무한도전’ 수준으로 박명수의 상황극을 받아주는 팀이 없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치고받는 절묘한 호흡을 보고 있노라면 감탄이 절로 난다.

 

‘무한도전’엔 템포가 빠르고, 매회 새로운 기획을 선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템포가 빠르기 때문에 TV를 스치듯이 보는 기성세대 시청패턴과는 맞지 않지만, 열정적인 팬층을 만들게 된다. 매회 새로운 기획이라서 때로는 실패할 때도 있지만, 그런 실패까지도 감수하는 도전정신과 실험정신이 시청자의 찬탄을 자아낸다. 이것이 똑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타 예능과 가장 대비되는 지점이다.

 

‘무한도전’은 이슈나 유행을 기민하게 반영해서 프로그램 곳곳에 숨겨놓는다. 시청자들은 이런 것을 찾아낼 때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말하자면 제작진과 시청자들이 상호소통하는 매개체로서, 일종의 놀이판이라고 할 수 있다. 싸이가 인터넷 놀이의 중심이 된 것처럼, ‘무한도전’도 네티즌 세계의 중심이 되었다.

 

‘무한도전’이 존경 받는 가장 큰 이유, 그것은 예능에 사회를 담았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웃기는 가운데에 사회문제를 표현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언제나 약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다. 최근 8주년 특집 방송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정도 특집이면 보통은 축제 분위기로 갈 법도 한데, ‘무한도전’은 정리해고라는 우울한 이야기를 다뤘다. 웃음주고, 눈물주고, 생각까지 하게 하는 예능프로그램. 그래서 ‘무한도전’은 전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