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가 오랜만의 멜로 히트작 조짐을 보인다. 멜로코드는 대부분의 드라마 기본 스펙이긴 하지만 멜로 그 자체에만 집중해서 히트하는 드라마는 의외로 드물다. 멜로코드는 코미디나 스릴러적인 요소들과 함께 갖은양념처럼 버무려지게 마련인데, 특히 요즘은 장르물 전성기이기 때문에 멜로의 위상이 더 위축됐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멜로 하나에 집중해서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일단 스타 캐스팅의 힘이 컸다. 송혜교와 박보검이 나온다. 각각 태양의 후예‘'구르미 그린 달빛'이라는 엄청난 성공작의 후속으로 이 작품을 선택했기 때문에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1회 반응은 안 좋았다. 낭만적인 사랑을 그린 드라마들이 해외 로케로 시작될 때가 많다.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광이 로맨틱한 정서를 고조시키고, 해외의 인연이 한국으로 이어질 때 드라마틱하면서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인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작품도 그런 공식대로 쿠바 로케로 시작됐다. 너무나 뻔한 스토리 시작방식에, 두 사람을 우연히만나게 하기 위해 여주인공이 수면제를 먹고 외출한다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정까지 투입됐고, 위험에 처한 여주인공을 남주인공이 구해주면서 만나는 것도 식상한 구도였으며, 박보검이 머리를 기른 낭만청년으로 등장한 것은 무리수처럼 보였다. 그래서 혹평이 쏟아졌다.

 

2회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 한국에서 회사 대표와 신입사원으로 다시 만난 두 사람이 가까워질 때 여성 시청자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동면하던 멜로 세포를 소생시킨다는 반응이다. 김진혁(박보검)의 직진이 통했다. 신입사원과 대표라는 엄청난 간격이 있지만 김진혁은 주저 없이 대표인 차수현(송혜교)에게 다가갔다. 새벽에 트럭을 빌려 타고 무작정 지방까지 찾아가 보고 싶어서 왔다고 고백했다. 일부 여성들에게 이런 직진남의 판타지가 있다. 특히 요즘처럼 남성들이 위축돼서 이리 재고 저리 재느라 고백도 못하는 초식남 전성시대엔 더욱 그 판타지가 강해진다. 물론 아무나 직진해선 안 되고, 김진혁(박보검) 정도의 매력남이니까 판타지가 충족되는 것이다.

 

그래도 일부의 혹평이 그치지 않았다. 너무나 전형적인 구도 때문이다. 상처 있는 대표와 캔디형 사원의 만남이라는 신데렐라 코드를 남녀 설정만 바꿔서 그대로 반복했다. 거기에 재벌인 차수현 전 시댁의 개입, 차수현 어머니의 압박 등이 마치 주말드라마를 방불케 했고 심지어 스캔들까지 조작하는 재벌의 음모는 막장드라마를 떠올리게 했다. 올 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멜로이지만 신데렐라 코드에서 탈피했고 직장 내 부조리까지 세밀하게 그려 찬사를 받았다. 그에 비하면 재벌, 스캔들, 어머니의 압박 속에서 신데렐라 멜로에만 집중하는 남자친구는 확실히 진부해 보인다.

그런 아쉬움을 뚫고 나온 것이 김진혁의 싱그러운 미소와 직진이다. 김진혁은 언제나 시청자의 예상보다 한 호흡 빨리 차수현에게 다가갔다. 보고 싶어서, 지켜주고 싶어서, 외롭게 두지 않으려고. ‘불가항력적인 사랑이다. 사랑이 그를 무모하게 만들었고, 이를 보는 시청자를 설레게 한 것이다. 진부해도 상관없다. 이런 설렘은 언제나 옳다. 그동안 용두사미로 끝난 작품이 많았는데 남자친구는 과연 초반의 에너지를 후반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

 

Posted by 하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