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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비앙카, ‘전교1등? 웃기네’



비앙카가 <미녀들의 수다>에서 한국 학부모와 한국교육을 꼬집었다. 비앙카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 있는 한국 엄마들은 맨날 즈그 애 공부하면 전교에서 1등한다 하는데, 전교 1등? 웃기네. 왜냐면 그런 1등 같은 것도 없고, 하고 즈그 애 맨날 선생님 옆에 앉아갖고, 그 선생 옆에 자리는 제일 공부 못하고 말 안 듣는 애들 자린데...”


 “아니 1등이 없어요?”


 “그런 거 없어. 아니, 있는데 누구라고 말은 안 하고 그냥 성적표 따로 나눠주고, 1등 2등 그런 거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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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학부모-


이것은 한국인이 한국식 교육제도에 쩔어서 미국에 가서까지 1등 놀음을 하고 있다는 소리다. 이것이 한국이란 나라의 학부모의 실체다. 이명박 교육정책은 ‘수요자 중심주의’다. 초중등 과정에서 수요자라 함은 학부모를 일컫는다. 학부모 중심 교육과정은 말하자면 아이에게 칼을 쥐어주는 것처럼 위험한 일이다. 1등 놀음밖에 모르는 집단이 어떻게 교육을 살필 수 있다는 말인가?


한국 학부모들은 언제나 학교를 탓하고 교사를 탓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욕심에 대해선 함구한다. 그러나 문제는 학부모의 욕심에 있다. 학부모가 아이를 어렸을 때부터 1등 경주의 경주마로 조련하고 학교와 교사에게 압력을 행사하는데 어떻게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는 말인가?


급기야 외국에 나가서까지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한국 학부모들이 가는 곳마다 사교육 열풍이 불고, 지나친 치마바람이 화제에 오른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자기 지역에 일류학교가 생기길 원하고, 아니면 일류학교 선택권이 주어지길 원하며, 궁극적으로는 자기 아이가 일류학교에 들어가길 원한다. 수요자 중심주의로 이런 수요자의 욕망이 반영될수록 교육제도는 평준화와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일부 운동권과 전교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여 년간 평준화 체제가 해체되고 경쟁문화가 더 강화된 건 학부모와 정치권의 야합에 의해 가능한 일이었다. 1등 놀음으로 안에선 나라가 기울게 하고, 밖에선 나라망신을 시키며, 아이를 잡는 우리의 학부모들. 비앙카가 그것을 비웃었다.


-부끄러운 교육제도-


비앙카는 한국 엄마들이 아이들을 교사 가까이에 앉히는데 거기는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앉는 자리라고 했다. 이것은 한국 교육제도에 익숙한 사람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우리식 관념으론 공부 잘 하는 순서대로 교사 가까이에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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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수준별학습이나 우열반이 절대로 허용돼선 안 되는 이유다. 교사는 교육하는 자다. 교사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은 다른 학생보다 교육을 더 잘 받는다는 뜻이다. 비앙카의 말에 의하면, 그것이 공부 못하는 아이들의 차지라는 것이다.


한국은 공부 잘 하는 아이에게 교육력을 더 쏟고, 못하는 아이는 배제하는 나라다. 그래서 배제당하지 않기 위해 사교육 선행학습이 판을 친다. 일단 우열반이나 수준별이 갈리면 그것이 평생 이어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왜냐하면 뒤처진 아이를 이끌어주는 교육적, 사회적 시스템이 없으므로.


요즘 시장화된 금융의 문제로 ‘정작 우산이 필요할 때 우산을 걷어버린다’는 말이 회자된다. 즉 경기가 좋고 경영실적이 좋을 땐 지원이 주어지지만 경영이 무너져 정작 지원이 필요할 땐 지원을 걷어버린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


한국 교육이 바로 ‘우산을 걷어버리는’ 체제다. 사교육을 못 받아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에게 교육이 집중적으로 행해져야 하는데, 엉뚱하게 사교육 많이 받은 아이들한테 교육이 집중된다. 그렇게 냉혹한 체제에서 살았던 한국 학부모들은 아이를 교사 옆에만 붙이려고 하는 것이다. 낙오시키지 않으려고.


미국은 선진국 중에서 가장 한국교육과 비슷한 일류학교 경쟁체제인데도 불구하고, 교사 옆에 오히려 공부 못하는 아이가 앉는다고 비앙카는 말하고 있다. 핀란드같은 평준화 체제로 가면 이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거기에선 공부 못하는 아이에게 교사의 관심이 집중된다. 뒤처지는 아이를 끌어올리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자기 아이 1등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꼴찌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교육방침이다.


남이야 어떻게 되건 말건, 나 하나 1등 하겠다고 악착같이 선생님 곁을 지키는 아이들을 만드는 한국의 교육제도. 어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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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러운 일제고사 -


일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제고사가 치러지고 있다. 찬성하는 단체들도 많다. 일부 학부모 단체도 찬성하고 있다. 이런 경우 ‘보수성향의 학부모단체’나 ‘우파성향의 학부모단체’라고 말을 하면 뜻이 통하긴 한다. 그러지 못하고 ‘일부’라고 어정쩡하게 표현한 이유는, 한국에서 ‘보수 우파’를 표방하는 집단을 도저히 ‘보수 우파’라고 봐줄 수 없기 때문이다. 보수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고 그저 탐욕으로 점철된 집단의 행태만이 보이고 있다. 어쨌든, 그런 집단들이 일제고사에 찬성한다.


한국에서 절대로 일제고사가 안 되는 이유는 이곳이 이미 설명한 것처럼 패자를 배제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일제고사를 보면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한 경쟁이 격화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교 1등이 없는 나라에 가서까지 전교 1등 타령을 하는 학부모들이 살고 있는 나라다. 일제고사는 전교 1등을 넘어 전국 1등 경쟁까지 만들어낼 것이다.


독일에서 온 미르야는 비앙카의 말을 받아서, 독일에서는 전교에서고 반에서고간에 등수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에 일제고사는 없던 등수까지 만들어내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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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성적공개가 맞물려 있다. 비앙카는 1등이 있기야 하겠지만 성적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1등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는 현재 대대적인 성적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 단체는 자기 아이의 전국 등수를 알아야겠다며 강력한 성적공개를 주장한다. 이럴 경우 발생할 경쟁의 압력이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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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세계 도처에서 ‘전교 1등? 웃기네’ 소리를 듣는 부끄러운 한국인이 양산될 것이다.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겠다더니, 이게 무슨 꼴인가. 오락프로그램에서마저 비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