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주에 걸쳐 신해철의 발언이 몇 차례 화제가 되었다. 화제가 된 그의 발언들은 대체로 옳은 것이었다. 예컨대 “모든 40대가 소녀시대 좋아하면 집단으로 문제 있는 것” 같은 발언이 그랬다.
하지만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발언도 있었다. 바로 교육 관련 발언이 그랬다. 신해철은 음악 학원을 개원했고 그에 따라 사교육 관련 발언을 종종 하고 있다. 특히 지난 번 사교육 광고 모델로 출연한 사건 때문에 매체들은 그의 사교육 관련 발언을 주기적으로 기사화한다.
그러므로 신해철의 교육관은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질 수밖에 없는데, 그런 그의 교육 관련 발언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우리 사회에 잘못된 교육관을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이 신해철에게 항상 교육 관련 질문을 하고, 신해철은 ‘철의 신념’으로 그에 대한 대답을 주저하지 않으며, 그렇게 나온 발언이 주기적으로 크게 기사화되기 때문에, 그의 교육관의 오류를 분명히 지적하지 않으면 차후에 비슷한 발언의 문제가 반복될 것이다.
- 신해철의 생각 -
신해철 교육관의 근본적인 문제는 그가 공교육을 ‘개인에 대한 국가의 부당한 억압’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것은 억압적인 공교육을 받으며 자란 그의 개인적인 체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신해철이나 서태지 같은 사람들이 보여주는 학교에 대한 인식은 ‘막힌 꽉 막힌 이 시커먼 교실에서, 전국 900만의 아이들의 머릿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심어놓고 있어’ 같은 가사가 대변해준다. 이것이 과거 독재 시절을 거친 한국인이 공유하는 학교에 대한 인상이다.
신해철은 이런 체험을 바탕으로 공교육 무용론을 주장한다. 즉, 자신이 사교육 광고에 출연한 것은 ‘일부 네티즌 좀비 찌질이들의 오해’처럼 돈 때문이 아니라 철저히 신념에 입각한 행위였다는 이야기다.
그 신념이란 앞으로 공교육 즉 학교는 없어져야 할, 없어지고야 말 구시대의 유물이며, 학교는 대중을 통제하려는 불순한 목적을 수행하는 기관이고, 이젠 사교육이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사교육과 홈스쿨링의 결합이 교육의 미래라 생각하고, 체인화 대형화 온라인화를 통해 사교육 가격은 점점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그가 대형 사교육 업체의 광고에 출연한 이유다.
- 신해철, 국가를 말아먹을 셈인가? -
신해철은 공교육의 의미를 전혀 엉뚱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만약 해방 직후 한국 사람들이 ‘민주주의란 제왕적 대통령의 절대권력과 부패, 부정선거, 정치폭력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여 민주주의 폐기론을 주장했다면 얼마나 코미디일까?
당시 한국인이 경험한 민주주의는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민주주의라는 단어의 뜻을 자신의 경험에서 찾지 않았다. 한국인은 민주주의라는 단어의 근원적인 의미를 찾고, 그 의미를 현실에서 실현하기 위해 싸워왔다. 그랬기 때문에 우리 현대사의 진보가 가능했던 것이다.
공교육도 마찬가지다. 공교육의 의미를 독재 시절 암흑의 학교를 겪은 자신의 경험에서 찾는다면 신해철같은 치명적인 오류를 저지르게 된다. 신해철의 얘기는 이승만이 싫으니 민주주의도 싫다는 얘기와 같다.
민주공화국에서 공교육의 진정한 의미는 시민 억압에 있지 않다. 공교육은 신분제의 철폐, 차별의 폐지, 그로 인한 시민의 평등을 상징하다. 공교육이 없었다면 각자의 신분에 따라 재산에 따라 모두가 자유롭게 교육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인류역사 수천 년간 그래왔다.
민주공화국은 극히 최근에 그런 차별을 없애기 위해 등장한 정체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으로부터 교육의 자유를 몰수해야 했다. 그래야 귀족이나 부자의 아이들이 특별한 교육을 받아 신분을 세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주공화국은 재산, 계층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의 아이들이 같은 교육을 받도록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신분이 사라지고 평등한 ‘시민’이 탄생하는 것이다.
공교육이 억압의 일종인 건 맞다. 하지만 그것은 시민에 대한 억압이 아니라 특권에 대한 억압이다. 특권세력은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민주공화국에 의해서 교육의 자유를 뺏겼다. 그들은 이 자유를 회복하려 한다.
그래서 부자들이 자사고 등을 원하는 것이다. 여기서 홈스쿨링까지 가서 교육이 완전 자유화되면 과거 귀족사회로 돌아가게 된다. 민주공화국이 전복되는 것이다.
신해철의 주장은 정확히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 자신이 어렸을 때 받은 치 떨리는 억압이 너무 싫어, 무작정 공교육을 거부하며 자신도 모르게 공화국을 공격하는 것이다. 신해철은 이점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신해철은 사교육의 가격도 대형화를 통해 싸질 거라고 한다. 교육은 싸지고 말고 할 대상이 아니다. 교육엔 ‘가격’이 없어야 한다. 무상 보편 서비스가 공교육의 본질이다. 이것이 시장에서 거래할 상품이 되면 가격이 붙고, 거기에서부터 교육의 가치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싼 교육이 사람들을 위한 양질의 서비스가 되는 일은 영원히 없다. 일단 교육이 거래되는 상품이 되면, 언제나 비싼 교육이 싼 교육보다 우월할 것이고, 비싼 교육을 살 수 있는 특권층의 지위는 세습될 것이다.
신해철은 온라인 교육에 기대를 거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교육이나 EBS 과외가 과연 수천만 원 짜리 족집게 사교육을 이길 수 있었나? 신해철의 말이 맞는다면 한국에서 사교육 문제가 이미 사라졌어야 한다.
신해철의 자유교육론은 대단히 위험하다. 그런데 신해철은 자신의 생각에 강력한 자신감을 갖고 있고, 그 신념을 주장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다. 신해철이 이런 주장을 굽히지 않고, 그 말이 점점 대서특필된다면, 그는 한국 교육의 주적이 될 것이다. 그의 생각이 실현된다면 대한민국은 무너지게 될 것이다. 신해철에게 교육관을 돌아볼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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