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드라마라는 찬사까지 받았던 <왔다 장보리>가 가족 간의 대화해와 연민정의 파멸로 마침내 막을 내렸다. 연민정이 국밥집에서 장보리가 당했던 구박을 고스란히 당하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이렇게 악행을 저지르던 악녀가 마지막에 파멸하는 건 막장드라마의 기본 공식이어서 새삼스럽진 않은 결말이다. 악녀의 파멸을 보는 것은 막장드라마의 통쾌한 재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민정의 파멸은 온전히 통쾌하지만은 않았다. 구도가 씁쓸했기 때문이다. 연민정은 국밥집 딸로 태어났지만 자신의 출생을 부정하고 감히 보리의 인생을 넘봤다. 보리는 최고 엘리트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연민정 모녀의 악행으로 인해 국밥집 부엌데기 신세로 자라났다. 그러나 타고난 고귀한 품성과 능력이 빛을 발해 결국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감히 신분상승을 꿈꿨던 연민정은 도로 국밥집으로 떨어져 개처럼 취급받는다는 설정이다.

 

이렇다보니 드라마 주제가 ‘주제파악’인 것처럼 느껴졌다. 각자 태어난 주제를 알고 그 주제대로 평생을 살아야지, 감히 신분상승 따위를 꿈꾸며 상류층 ‘그분’들의 세계로 끼어들려 해서는 천벌을 받는다는 구도다. 딸을 도왔던 어머니는 정신이 망가졌고, 딸은 전과자 신세에 한쪽 손이 망가졌다.

 

연민정, 연민정의 친모와 함께 악의 축을 형성했던 보리의 친모와 시모도 모두 신분상승을 추구했던 사람들이다. 보리의 친모는 비술채라는 귀족들의 세계로 진입하려 했고, 보리의 시모는 재벌가로 진입하려 악전고투를 치렀으나 돌아온 건 악녀라는 낙인뿐이었다. 각자 태어난 팔자대로 살아야지 감히 ‘웃전’을 넘봤다간 이 꼴 될 줄 알라는 경고처럼 느껴진다.

 

물론 작가가 처음부터 이런 의도로 극을 쓰진 않았을 것이다. 다만 기구한 인생, 출생의 비밀, 뒤바뀐 운명, 악녀 코드 등 뻔한 흥행공식을 조합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천한 집안에서 태어난 악녀가 고귀한 집안에서 태어난 공주의 인생을 훔치려다 천벌 받는 내용으로 귀결된 것이다.

 

<왔단 장보리>는 이렇게 일반적인 흥행코드들을 조합하고 그 강도를 높여 시청자를 자극한 드라마, 즉 막장드라마였다. 그런데 그 조합이 너무나 잘 이루어져 인기가 폭발하다보니 막장을 넘어선 국민드라마라는 말까지 듣게 됐다. 보통 막장드라마는 욕하면서 본다고들 하는데 <왔다 장보리>는 찬사 받으며 순항했다.

 

<왔다 장보리>가 방영되는 동안 마치 ‘성공한 쿠데타는 반역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성공한 막장은 막장이 아니다’라는 말이 통용되는 것 같은 분위기까지 형성됐다. 그만큼 시청률 높고 재미가 있으니 막장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이 나왔다.

 

이것은 마치 자극적인 양념과 인공 조미료로 맛을 낸 음식이, 사람들이 좋아하고 장사가 잘된다는 이유로 웰빙식단이라고 소개되는 것과 같다. 이렇게 자극적인 음식이 웰빙식단이란 찬사까지 독차지하면 진짜 웰빙식단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왔다 장보리> 같은 작품이 명작이란 찬사까지 받을 경우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어느 작가가 힘들게 수준 높은 작품을 창조하려 긴 밤을 새우겠는가? 그저 극단적인 설정과 자극적인 캐릭터들을 버무리기만 하면 돈과 명예를 독차지할 수 있는데 말이다.

 

<왔다 장보리>가 우리 국민에게 강력한 재미를 선사해준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악녀 막장극으로 만들어진 재미는 뒷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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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역겨워서 2014.10.13 19:07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감히 막장드라마에 국민드라마라는 이름 붙이지 마세요.

  3. 그래도 성공한 삶이다 조금만 아쉬운 소리하면 도와줄 사람 수두룩하고 기술도있고 더군다나 친딸이 회장집 손녀다 20년후에는 비단이가 그냥두겠나? ㅋㅋㅋ

  4. 드라마를 너무 이성적 접근을 하는군

  5. 태생이 가난한 사람들을 악마로 만든 드라마

    • 공감해요 2014.10.14 04:15  수정/삭제 댓글주소

      정말요ㅠ 구지 태생이 가난한 사람들을 이렇게 까지 악마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요... 정말 눈살이 찌푸려져요 이 드라마에서 악인들은 죄다 태생이 가난한다는게 너무 불편함ㅡ.ㅡ 장보리는 원래 출신이 남달라서 그런 나쁜환경에서도 착하게 잘자라는건가? 참 씁쓸한 드라마에요. 아마 국밥집딸인 연민정이 정당한 방법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신분을 상승하고 어머니한테 효도했다 이런 스토리였음 인기가 없었을 테니까 작가도 어쩔수 없었나봐요...흠

  6. 참....그냥 정석대로 끝냈으면...배우들 뒷힘붙여서 뭣좀해먹지...왜 없던2회를 더만들라고해서 끝을 이모양 만들었는지....마봉춘이 그러다가 여민정꼴나요

  7. 연민정이 남을 해하며 자신이 올라가고자 노력했기에 벌을 받는다는 내용아닐까요? 만약 장보리가 연민정처럼 악행을 저질렀다면 장보리일지라도 비술채 딸이 된다고 쳐도 행복하지 못 했을 것이고 재희와 결혼하지 못 했겠죠

  8. 네 팔자를 알아라!!가 아니라. 자신의 성공을 위해 패륜을 저지르고 남의 인생을 훔칠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결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들여다보심이 이 드라마의 핵심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9. 이 글도 만만치 않게 억지스럽다..

  10. 보리 보리 장보리
    최고였어.작가님. 짱

  11. 걍....... 드라마로 봤다..
    꼬이고 꼬이는게 짜증 나긴 했지만......

  12. 블로그에 담아갑니다
    출처는 남깁니다

  13. 현실에서 가난한 여자가 성공할수 있는길은 공부잘하거나 노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보통 남자를 통해서 상승하게 되죠

  14. 마지막회 괜찮게 끝난 거 같은데ㅋㅋ
    내용은 좀 그래도 연민정 캐릭터하고 도씨 아주마 덕분에 마니 웃었음 ㅋㅋㅋ

  15. 우리 엄마가 좋은 하는 드라마입니다 ㅋㅋㅋㅋㅋ

  16. 마지막이좀 아쉬웠어요.

  17. 결말이 좀 그렇긴함..ㅋㅋ 뒤바뀐 처지가 뒤늦게 제자리를 찾았다는게..ㅋㅋ조금 씁쓸하네요

  18. 비밀댓글입니다

  19. 요즘 사람들은 은유적 표현보다는 직설적인 표현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생각없이 보고 들으니 포장하거나 돌려서 표현하지 않고, 눈길을 끌 수 있게 자극적으로 만들면 대박을 치는 가벼운 시대잖아요. 그리고 내용을 떠나서 시청률만 높으면 국민드라마가 되는 시대기도하구요...
    아무튼 가벼운 시대에 가볍지 않은 좋은글 읽고갑니다.

  20. 비밀댓글입니다

  21. 이글 아주공감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