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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0.

 

<하재근의 문화읽기> 돌아온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EBS | 문별님 작가 | 입력 2015.07.20. 21:07 | 수정 2015.07.20. 21:17

[EBS 저녁뉴스] 

[EBS 뉴스G]

유나영

한 주간의 문화이슈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하재근 문화평론가 자리했습니다. 

[스튜디오]

유나영

1980, 90년대에 굉장히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종이접기 아저씨’가 있었죠. 

김영만 씨가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더라고요. 어떤 내용이죠?

하재근

김영만 씨가 최근에 이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는 TV 프로그램에 등장을 했는데, 

이분이 과거에 이제 1988년부터 TV 유치원 하나 둘 셋, 혼자서도 잘해요, EBS 딩동댕 유치원, 

이런 프로그램에서 거의 한 20여 년간 유아들을 상대로 종이접기를 가르쳤던, 그런 분인 겁니다. 

그래서 지금의 한 2030 세대라면 누구나 어렸을 때 이분 TV 방송 앞에서 

종이를 따라서 접었던 그런 추억이 있는 분인데, 그분이 오랜만에 TV에 나타나니까 

그 방송이 처음에 인터넷 방송을 하고 그걸 촬영해서 나중에 TV로 내보내는 그런 프로그램인데, 

인터넷 방송을 할 때부터 벌써 2030 세대가 몰려들어서 서버가 다운되고, 

그리고 이분이 나타나자마자 8시간 동안 트윗이 14만 개가 생기고, 

그리고 심지어는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출연자가 백종원 씨인데, 

백종원 씨의 부인인 소유진 씨가 자기가 이 프로그램을 본다고 하면서 SNS에 사진을 올렸는데 

그 안에 색종이가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까 이제 백종원 씨, 남편을 보려고 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씨를 보기 위해서 남편 프로그램을 제치고 

소유진 씨가 그런 글을 올릴 정도로, 굉장히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유나영

말씀하신 것처럼 솔직히 저도 그 코딱지들 중에 하나거든요. 

2030 세대들의 반응이 굉장히 폭발적이었는데 보면서 눈물이 났다, 가슴이 뭉클했다, 

이런 얘기가 굉장히 많더라고요? 

하재근

예, 그렇죠. 그러니까 이 김영만 씨 관련된 빅데이터 분석을 해보면, 

관련 심리 검색어로 어떤 것이 등장하냐면, ‘줄어들다’, ‘작다’, 

이건 아마도 어렸을 때 굉장히 커보였던 아저씨가 지금 보니까 옛날보다 작게 보이네, 

뭐 이런 느낌, 그런 것들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고, 그다음에 등장하는 것들이 

‘울다, 눈물 나다, 좋다, 눈물 흘리다’, 다 눈물, 울음과 관련된 것들, 

그 방송을 할 당시에도 채팅창에 2030 세대가 울컥한다 등등, 이런 것을 계속 올리니까 

아저씨가 나도 눈물이 난다, 왜 이렇게 우는 친구들이 많으냐, 이런 식으로 말을 했었는데 

이것은 그만큼 2030 세대가 굉장히 어렸을 때 추억을 생각하면서 눈물이 났다는 거죠. 

이 종이접기 아저씨가 옛날에 했던 방송 그대로, 자 우리 친구들, 뭐 우리 코딱지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어렸을 때 많이 들었던 얘기들, 손톱만큼만 접어주세요, 이런 것들. 

그리고 아저씨는 미리 준비해왔어요, 이런 거, 어렸을 때 고사리 손으로 따라하려고 해도 굉장히 어려웠는데 아저씨는, 

아저씨는 하나 더 준비해왔어요, 이러면서 하나 쓱 꺼내고. 

이러면 아이들은 따라갈 수가 없어서 굉장히 분통터지고, 애타고 이랬던 심정이, 

어렸을 때 막 쌓여 있던 게 여기서 막 터져가지고 굉장히 눈물이 나고, 

근데 또 아저씨가 어른이 됐으니까 이젠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이런 얘기도 하고, 

아 우리 친구들 다 컸구나, 이런 얘기 하니까 왠지 또 아저씨한테 인정받는 것 같고, 

내가 옛날엔 그렇게 꼬맹이였는데 이제는 벌써 내가 엄마가 되고 내가 아빠가 됐구나, 30대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옛날 생각도 하면서 위안도 받고 왠지 막 아저씨한테 어리광도 부리고 싶고,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푸근하다라는 말도 등장을 하는데, 

아저씨가 푸근하게 느껴지니까 어리광도 부리고 싶고, 

아저씨한테, 우리 정말 그동안 힘들게 살았어요라고 하소연도 하고 싶고, 

이러한 여러 가지 심정과 함께 위안을 받으니까 그게 결국에는 2030 세대의 눈에 눈물이 맺히게 한 것 같습니다. 

유나영

아저씨도 덩달아 위로를 받으시고 좀 가슴이 울컥해지셨던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영화 ‘국제시장’을 보면서 기성세대들, 중장년층들이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옛날이 떠오른다 이런 얘기 하는 건 이해가 가는데요. 2030 세대 하면 아직 좀 어리잖아요. 

어른이라고 얘기하기도 좀 그런데, 옛날을 추억하는 이 현상, 특이하다고 볼 수 있지 않나요? 

하재근

그러니까 너무 이상한 것이, 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여러 연예인들이 나와서 저마다 자기의 쇼를 하는 건데, 

거기에 아이돌도 나오고 유명한 연예인들이 많이 나옵니다. 온몸을 바쳐서 뭔가 합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튀는 게 어려운 건데, 왜 종이접기 아저씨가 튀었을까. 

사실 이게 그렇게 어른이 보기에 굉장히 재밌는 것도 아니고, 잠깐 신기해서 보다가 좀 채널 돌릴 수도 있고 그런 건데, 

왜 이렇게 열광적으로 2030 세대가 관심을 보였을까. 그런데 과거 추억에 열광하는 것은 주로 뭐냐면, 

미래가 그렇게 길지 않은, 많지 않은 분들,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 과거를 돌아봅니다. 

그런데 미래가 창창한 사람들은 앞날을 보기에도 바쁘기 때문에 과거를 잘 돌아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꿈을 꾸는 거고,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 추억에 잠기는 건데, 

왜 2030 세대가 벌써부터 추억에 잠기고, 더 놀라운 것이 왜 울었냐는 거죠. 

저도 어린 시절이 있지만, 제가 2030 세대 때 제가 어린 시절에 봤던 뽀미 언니가 나왔다고 해서 

제가 그걸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상상이 안 됩니다. 그러니까 제 때는 그랬는데, 

왜 2030 세대는 추억에 잠기면서 눈물을 흘리느냐, 이것은 현재 2030 세대가 살고 있는 현실이 

그만큼 너무 힘들고 차갑고, 엄혹하기 때문에 

옛날을 떠올렸을 때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흐르면서 

그 아저씨가 이거 하다, 종이접기 하다 힘들면 엄마한테 해달라고 하세요, 이런 말 들으니까, 

옛날엔 힘든 게 있으면 엄마가 다 해결해줬는데, 지금은 학자금 대출, 취업 경쟁, 

상사가 나를 평가하고 잘리고 이렇게 차갑게 살고 있는데, 

뭐 누가 날 이끌어줄 것이며 누가 내 일을 대신 해줄 것이며, 

종이접기 아저씨처럼 나를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고, 

그렇게 차가운, 힘든 어른의 삶을 살다가 갑자기 옛날의 기억이 떠오르니까 

그 순간 2030 세대한테 눈물이 나온 것으로 보이고, 결국에는 미래의 희망이 없는 이 상황이 

2030 세대한테 위안을, 눈물로 만들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유나영

현실을 반영했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한 마디로 세파에 찌든 어른 코딱지들이 

종이접기 하나로 울고 웃었던 어린 시절, 순수했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감동을 받았던 시간이 아니었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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