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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황당한 예술대 미투, 아이 보내기가 무섭다

 

예술대에서 끊임없이 일이 터지고 있다. 제일 먼저 터진 건 조민기 사태다. 조민기가 청주대 예술대에서 학생들에게 성추행을 했다가 징계를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민기 측에선 부정했지만, 거기에 분노한 실명 폭로와 더불어 11학번 공동 성명까지 등장했고 결국 조민기가 사과했다 

경성대에선 조재현이 교수로 있으면서 진로 상담 도중 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넉 달 뒤 사과하겠다며 해당 학생을 불러내 이번엔 성관계를 시도했다고까지 주장했다. 

그 다음엔 2007년에 제자가 음대 성악과 교수에게 성추행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교수는 "진학 문제로 고민하던 제자와 나란히 누워 대화를 하다 잠깐 껴안았더니 '부모님이 기다리셔서 가봐야 한다'고 말해 그냥 보냈다""속옷을 벗었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고 이게 진실의 전부다"라고 해명했다. 제자와 나란히 누워 대화하다 잠깐 껴않은 것 자체가 이상하게 느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태준 시인이 한국시인협회 차기 협회장으로 선출됐다는 소식에 또 논란이 일었다. 과거 그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있을 당시 학생들이 성폭력 피해를 호소해 해임 당했다는 것이 뒤늦게 다시 논란이 된 것이다. 감 시인은 억울하다고 했지만 해고 무효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대학이 교수 징계에 대단히 소극적인 우리 현실에 비추어봤을 때, 해임 결정에 소송 패소까지 있었다면 의혹에 무게가 실린다. 

서울예대 대나무숲 SNS 계정에선 강간몰카 고발이 나타났다. 선배가 여자 후배를 성폭행할 듯이 끌고 가서 서프라이즈라며 울고 있는 얼굴을 촬영했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선배가 '소변보는 것을 보여줘야 집에 보내주겠다'고 했다", "백여 명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 '00아 임신하자'라는 글이 올라왔다" 등의 폭로가 이어졌다.

 

서울예대 대나무숲 SNS 계정에선 미투 운동을 보면 ○○○과의 교수님도 해당되던데 학교는 무엇을 하고 있나라며 교수의 문제를 고발하는 주장도 게시됐다. 5, 6년 전 당시 교수이던 시인이 여학생들에게 나랑 사귀자며 치근덕댔고, 술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일삼는가 하면 성관계를 요구하기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 교수들의 성추행 의혹을 방관하거나 무마하려 했다는 것이다. 

배병우 사진작가도 서울예대 교수 시절 제자들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교수님이 나를 지목해 교수들 술자리에 호출해 술집 접대부처럼 대하고 다른 교수들이 지켜보는데도 신체를 만지고 술을 따르게 했다. 또 함께 제주도에 내려가자는 말을 자주하며 학교 근처 카페에서도 내 손을 잡고 다녔다등의 주장이다. 한명구 교수도 성추행 폭로가 나와 사과하고 교수직을 사퇴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의 김석만 교수도 성추문에 휩싸였다. 그는 세종문화회관 이사장까지 지냈고, 차기 국립극장장 최종후보에도 오른 거물이다.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했던 A씨에 대한 폭로도 나왔다. 강의시간에 여배우는 접대가 당연하다. 다 벗고 달려들 정도로 욕망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시집이나 가라’, ‘여배우가 되려면 줘야 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며 학생들 성희롱하듯 말하고 우리를 애인쯤, 노예쯤 인권을 무시하는 등의 모습을 참 많이 봤다는 주장이다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에게 20여 년 전 성폭행당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성폭행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계를 요구했고, 논문 타이핑을 시키거나 영어 번역을 시키는 등 "노예처럼" 부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3년 휴학 후 복학했지만 해당 교수는 여전히 학교에서 군림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 교수는 아직까지도 현직에 있다고 한다. 

피해 사례가 너무 많아 황당하다. 연예계가 무서운 곳이라는 말은 흔히 하는데 예술대가 무서운 곳이라는 말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나오는 폭로를 보면 예술대도 안전한 곳은 아닌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자식을 마음 놓고 예술대에 보낼 수 있을까?

 

교수가 왕으로 군림하는 학교 분위기가 문제다. 청주대 학생들은 조민기를 예술대의 왕으로 느꼈다고 했다. 교수가 논문 결정권자이기 때문에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도 항의 한 번 제대로 못했다는 주장도 있다. 바닥이 좁고 소문이 빠른 문화예술계의 특성상 교수가 나쁜 말을 퍼뜨리면 자기 앞길이 막힐까봐 두려웠다는 주장도 있다. 교수가 교육과정 중에 가하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징계에 소극적인 대학 당국의 태도도 문제다. 조민기에 대해 학내에서 문제가 제기됐을 때 학교 측이 처음에 내린 처분은 정직 3개월이었다. 그걸 보고도 중징계라고 했다. 학생 입장에선 기껏 고발했는데 그 교수가 3개월 후에 다시 눈앞에 나타나는 일이다. 이런 일을 겪으면 무력감에 빠져 다신 고발을 못하게 된다. 

전면적 조사와 강력한 처벌로 예술대를 일신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예술대에 자식 보내기 무서운 곳이라는 낙인이 찍힐 판이다. 지금부터라도 각 대학 대나무숲 SNS 등에 올라오는 폭로들을 적극적으로 조사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