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자 국내에선 김 감독이 성역으로 떠올랐다. 절대적 찬양의 분위기 속에서 누구도 감히 김기덕 감독을 비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나도 ‘피에타’ 수상 직후 방송프로그램에서 ‘김기덕 감독의 작품에 나타나는 여성을 보는 시각은 성범죄자의 사고방식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가 집단적인 비난에 직면했었다. 감히 김기덕 감독을 폄하한 것에 대한 공격이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김기덕 감독은 절대적 거장이 되었다. 이것이 그의 권력을 더 강화했다. 영화인들은 그 거장과 함께 작업하길 원했고 김기덕 감독에겐 사람들을 좌지우지할 힘이 생겼다. 신인배우들에게 거장의 작품에 출연기회를 주겠다고 은혜를 베풀 듯 말할 수 있게 됐다.
당시 김기덕 성역화의 정점은 대종상 사태였다. 2012년 제49회 대종상이 ‘피에타’를 제치고 ‘광해’에게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주요 부문을 몰아준 것이다. ‘피에타’에겐 심사위원특별상과 여우주연상만 돌아갔다. 인터넷이 폭발했다.
‘대종상 심사위원 수준이 딱 요만큼인 거야 스스로 하류라는 걸 증명한 거니까’
‘한국 영화계 쓰레기구나’
‘심사한 사람들아! 영화란 예술 장르를 알기나 하냐?’
‘광해는 피에타에 비하면 쓰레기다’
베니스 황금사자상에 빛나는 ‘피에타’를 능멸한 대종상에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따지고 보면 ‘광해’가 대종상을 받지 못할 이유가 없음에도 사람들은 ‘피에타’를 제친 ‘광해’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피에타’에게만 작품상 자격이 있다는 식이었다. 이로써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 영화로 공인됐다. 대중이 김기덕 감독에게 엄청난 거장이라는 아우라를 만들어준 것이다. 국가대표 거장이기에 감히 그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못한 것이 영화인들의 침묵에 영향을 미쳤다.
예술에 객관적인 기준은 없다. 외국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고 그것이 훌륭한 예술로 보증 받은 건 아니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나라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외국 유명 영화제의 수상 여부가 예술의 절대적 기준인 것처럼 받들어 모셨다. 사대주의다.
김기덕 감독이 해외 영화제 현장에서 아리랑을 부르며, 한국적인 복색을 하고 다닌 것은 애국주의를 건드렸다. 우리나라를 빛내 국가적 자부심을 고취시킨 영웅의 위상에 오른 것이다. 이런 대중정서도 김 감독을 성역으로 만들었다.
김기덕 감독 관련 폭로를 한 사람은 김 감독에겐 제작 현장에서 ‘신’과 같은 권위가 있어서 감히 그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고 했다. 사회가 떠받들지 않았다면 그런 권위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우상을 만든 셈이다.
해외에서 상만 받아오면 무조건 떠받드는 관행. 국가적 자부심을 고취시켰다고 하면 영웅시하면서 무조건 보호만 하려는 문화. 김기덕 우상화 현상에서 돌이켜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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