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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평양 불참 레드벨벳 조이는 애국자가 아닌가

 

북한에서 열리는 남북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 - 봄이 온다에 출연할 레드벨벳의 멤버 조이가 공연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보도가 나와서, 레드벨벳과 소속사인 SM, 드라마 제작사와 방송사에 비난이 쏟아졌다. 

조이가 MBC 월화드라마 위대한 유혹자에 출연하기 때문에 불참한다고 했다. 그러자 여론이 폭발했다. 조이가 드라마에 출연하는 걸 뻔히 알면서 SM이 왜 평양 공연을 수락했느냐는 비난이다. 게다가 레드벨벳이 일본 공연을 다녀왔다는 것이 알려져, 일본엔 가고 국가행사엔 빠지는 것이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국민감정을 건드린 것이다. 

여론이 이렇게 돌아가면서 레드벨벳 소속사인 SM를 비롯해 레드벨벳, 드라마 제작사, 방송사 등에 전방위적으로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불참 당사자인 조이에게 악플 세례가 퍼부어졌다. 평범한 화보 기사에도 악플이 이어져, 이대로 논란을 방치할 경우 두고두고 조이에게 화가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해명이 나왔다. 애초에 SM이 평양 공연을 고사했다는 것이다. 조이의 드라마 촬영 때문에 4월초 공연이 어렵다는 사정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리고 국민감정을 건드린 일본 공연 부분은, 일본만 특별히 생각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었던 일정이기 때문에 드라마 촬영 일정과 진작 조율을 했다는 것이다. 평양 공연은 갑자기 끼어든 것이라서 드라마 일정과 충돌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해명이 사실이라면 레드벨벳과 SM을 비난할 이유가 사라진다. 그들에겐 잘못이 없다. 그런데도 이 해명을 알리는 기사엔 여전히 SM 등과 드라마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국가 대사에 일개 드라마 때문에 불참하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전에 정해진 일정이 있고 그것을 분명히 고지하면서 고사까지 했다면, 계속해서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 

특히 조이에게 더 이상 불이익이 가해져선 안 된다. 이 문제에 애국심 이슈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조이가 두고두고 공격당할 우려가 큰데, 그런 공격은 진짜 애국심이 아니다.

 

어쨌든 업계 차원에서 이 문제가 중요한 것은, 평양 공연이 아이돌에게 상당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아이돌은 보통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나 유명할 뿐 그 연령대를 벗어나면 인지도가 듣보잡수준으로 떨어진다. 중장년층까지 인지도가 넓혀지면 그때 국민 아이돌이 된다. 평양 공연은 그 정도 수준으로 인지도를 높일 기회다. 

실제로 평양 공연이 결정된 후 중장년층이 많이 보는 시사프로그램에서 레드벨벳이 반복적으로 소개됐다. 그들의 히트곡인 빨간맛뮤직비디오도 수없이 나왔다. 레드벨벳의 인지도가 단기간에 수직상승했다. 평양 공연을 전후한 기간엔 더욱 집중적으로 소개될 것이다. 돈으로도 사기 힘든 기회다. 이런 기회를 멤버가 빠질 걸 뻔히 알면서도 차지해서 다른 팀에게 기회가 가지 못하도록 막은 게 사실이라면 문제가 있다.

 

현재 나온 해명대로라면, 멤버가 빠진다며 고사했는데도 공연을 준비하는 측에서 괜찮다며 출연을 요청했다고 한다. 레드벨벳이 국가를 대표하는 원톱 아이돌도 아닌데, 왜 꼭 레드벨벳이어야만 했느냐는 의문이 나올 일이다. 평창 올림픽 당시 북한의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가 레드벨벳 노래를 흥얼거려 화제가 됐기 때문에 그것이 레드벨벳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완전체로 정상적인 공연을 보여줄 수 있는 다른 팀들로선 아쉬워 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