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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해외 명품 전범기 논란, 한국은 호구인가

 

최근에 세계적인 명품 업체인 프라다가 공식 인스타그램에 일제 욱일기가 연상되는 동영상을 게시해 논란이 일었다. 프라다가 향수 제품을 출시할 예정임을 알리는 광고성 내용에 욱일기 이미지를 넣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황당한 것은 프라다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아주 사랑 받는 소위 명품 업체이기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들을 고객으로 장사하면서 한국에서 절대 용납 받을 수 없는 이미지를 버젓이 내건 것이 어이없다. 여기서 소개된 향수도 한국에서 판매할 것 아닌가. 

더 황당한 것은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란 점이다. 프라다는 2008년 봄·여름 시즌 패션쇼에서도 욱일기가 그려진 의상을 선보인 적이 있다. 2014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도 또다시 욱일기가 그려진 의상을 선보였다. 이쯤 되면 상습이다.

 

그동안 한국 등에서 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는 것을 당연히 인지했을 것이다. 이번에도 한국 지사에서 욱일기 동영상에 대해 본사에 문제제기를 했다고 한다. 이렇게 논란이 반복되고, 피드백이 나오는 데도 같은 행태를 반복하는 것은 한국 등 아시아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행태라고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원래 국제적으로 영업하는 업체들은 각 나라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 민감하다. 혹시라도 금기를 건드렸다가 영업에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싸이도 신곡으로 아싸라비아를 내놓으려 했다가, 아랍 지역에서 혹시 아라비아 폄하라고 인식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아싸라비아곡 발표를 포기한 적이 있다. 이렇게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정상적인 행태다. 

그런데 프라다는 몇 년에 걸쳐 한국 등 아시아 소비자들의 역린을 건드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무시도 이런 무시가 없다.

 

프라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또 다른 소위 명품 브랜드 디올은 상하이에서 선보인 2018 컬렉션에서 욱일기 문양 드레스를 등장시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논란이 일자 디올 측은 욱일기가 아닌 단순한 레드 컬러 포인트 디자인이라고 했지만, 확실히 욱일기와 유사한 디자인이었다. 일제에 침략당했던 중국에서 그런 디자인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그들이 얼마나 아시아 국가들의 역사적 배경에 무관심한지를 알 수 있다. 

또 다른 소위 명품 브랜드인 생로랑도 2016년 봄·여름 패션쇼에서 욱일기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글로벌 SPA 패션 브랜드 자라도 과거에 미국에서 욱일기 티셔츠를 판다는 것이 알려졌다. 자라 측은 나치 문양이 들어간 제품을 팔았다가 고객이 항의하자 즉각 해당 제품을 철수시킨 적이 있다. 하지만 욱일기 제품에 대해선 당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외 유명 패션 회사들이 욱일기라는 전범기 문제에 전반적으로 무신경한 것이다. 여기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소비자들의 행태도 영향을 미쳤을 터다. 아무리 욱일기 문제가 터져도 아시아 소비자들은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의 핵심 고객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해서 물건을 사주니 점점 소비자들을 무시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해외 업체들이 우리를 무시했을 때 분명한 불이익이 생겨야 그들이 한국을 존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