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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유 퀴즈 온 더 블럭, 이대로 보내긴 아쉽다

 

유재석의 tvN 출연으로 관심을 모았던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종영을 앞두고 있다. 처음부터 12부작으로 정해놓고 시작된 프로그램인데 이제 그 끝이 보이는 것이다. 인기를 모았다면 시즌2 이야기가 나왔을 텐데 아직 나오지 않는다. 확실히 성적이 좋진 않았다. 이대로라면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다시 못 보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게 아쉬운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차별성에 더해 기본 이상의 재미까지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거리로 나가 시민들과 즉석 퀴즈쇼를 벌인다는 설정이다. 정답자에게 그 자리에서 현금 100만 원을 지급한다. 바로 현금이 주어지기 때문에 문제를 풀 때 긴장감이 생기고, 정답자가 생각지도 않았던 100만 원 선물에 기뻐할 때 시청자의 마음도 같이 환해진다. 그래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고 보고 나면 기분이 나아진다. 이 정도면 예능프로그램으로서 존재 이유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요즘 토크쇼는 주로 연예인들의 사생활이나 작품 홍보를 다룬다. 톱스타 또는 말을 잘 하는 연예인들이 출연하면 그 순간엔 흥미롭긴 하지만, 보고 나서 허무해진다는 게 문제다. 일반 예능은 대부분 연예인 사생활 관찰이다. 연예인이 요리하고, 밥 먹고, 친구와 놀고, 아이 키우고, 여행하고, 부부가 함께 하고, 부모님 만나는 모습을 전해주는 것이다. 이 역시 보고 나면 허무한 느낌이 든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그런 연예인 사생활이 아닌 시민들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거리를 걷다 우연히 만난 모든 시민들이 출연 대상자다. 단순히 퀴즈만 푸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이야기도 함께 나눈다. 수십 년 간 한 자리를 지킨 동네 슈퍼마켓 사장님, 운동 나온 어머니, 체험학습 나온 학생들, 출근하던 젊은 직장인, 서울 나들이하던 외국인 노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네 사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기에 공감하고 몰입하기 때문에, 그들이 문제를 풀 때 시청자도 응원하게 되고 틀리기라도 하면 함께 안타까워한다. 모처럼 고국에서 부인을 초청해 나들이하던 동남아 노동자가 100만 원을 받을 땐 시청자도 함께 박수쳤다. 이런 이야기들이 연예인 사생활보다 훨씬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해준다.

 

원래 무한도전에서 호평 받은 포맷이었다. 잠시 특집으로 나왔던 것을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정규 프로그램화한 것이다. 국민MC 유재석의 친화력과 소통력이 무한도전당시 돋보였는데, ‘유 퀴즈 온 더 블록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조세호도 공동MC로 톡톡히 역할을 한다. 특별히 화제성이 있을 만한 지점은 없지만 유재석, 조세호와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방영 시간 내내 소박한 재미를 만들어낸다. 요즘 예능 중에서 평균 이상의 재미다.

유재석은 무한도전종영 이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데,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그만의 길을 개척하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경우는 시민 친화형 퀴즈쇼로 신선한 포맷이었다. 시장에 바로 안착하지는 못했지만 안정적으로 공감과 재미를 주기 때문에 회를 거듭하면서 팬 층이 두터워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12회로 끝나는 것이 아쉽다. 이대로 마냥 연예인 사생활 관찰만 보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