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기 위해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송강호를 찾았다.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저의 동반자 송강호의 소감을 듣고 싶다.” 봉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인 살인의 추억부터 시작해 무려 네 편이나 함께 작업해온 두 사람은 이번 칸에서 각자가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를 보여줬다. 

봉준호 감독에게 송강호는 은인이다. 봉준호 감독이 입봉작인 플란다스의 개를 말아먹고, 그다지 상업적 요소가 강해보이지 않는 경기 서남부 살인 사건 소재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감독으로서의 전망이 아주 불투명했다. 초기에 한두 편 흥행이 실패하면 더 이상 제작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때 유명배우인 송강호가 봉준호의 두 번째 영화에 흔쾌히 출연하면서 저 유명한 살인의 추억이 성공할 수 있었다. 바로 그때부터 봉테일의 신화가 시작됐던 것이다.

 

송강호는 무명 시절 수많은 오디션에서 떨어졌다. 그런데 제작진이 탈락했다는 통보를 해주지 않았다. 통보가 오지 않으면 혹시 됐을까 싶어 다른 스케줄을 잡지도 못하고 희망고문을 당한다. 통보조차 해주지 않을 정도로 아예 무시당하는 것도 마음속에 큰 상처다. 

그런데 조감독 봉준호는 달랐다. 송강호에게 인상 깊은 연기였다며 그럼에도 출연이 불발된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고 다음에 감독과 배우로 다시 만나자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것은 무시만 당했던 무명배우 송강호에게 감동과 위로였다.

 

그리고 자신이 대스타가 된 후 바로 그 조감독에게 출연 제의가 들어오자 즉시 승낙한 것이다. 무명 때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은 일이 잘 되면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심정이 된다. 스타가 된 송강호에겐 한국 최고 감독들의 시나리오가 줄을 섰을 것이다. 그 작품들 소화하기에만도 정신없었을 텐데, 무명 시절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입봉작 말아먹은 초짜 감독 작품을 선택한 송강호의 의리가 놀랍다. 무명 배우 한 명 한 명에게 예의를 다한 봉준호의 사람됨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두 사람이 함께 칸 무대에서 영예를 자축하는 모습이 각별하게 느껴진 배경이다. 

두 사람은 영화적으로도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됐다. 봉준호는 한국 사회 소시민의 모습을 리얼하고 신랄하되 무겁지 않게 그리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바로 이런 캐릭터가 송강호에게 적역이었다. 봉준호에게 송강호는 그의 영화 구상을 현실화시켜줄 최적의 배우였고, 송강호에게 봉준호는 그의 배우로서의 개성과 능력을 극대화해 만개시켜줄 감독이었다. 서로 임자를 만난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장편영화 7편 중에 4편이 송강호와 함께였다. 두 사람은 이제 현장에서 눈빛만 봐도 통할 정도가 됐다고 한다. 앞으로도 두 사람은 한국 영화의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배우 콤비가 또 있었다. 바로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이다. 감독이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배우와 지속적으로 작업을 이어갈 때 그 배우를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하는데 조재현이 바로 김기덕의 페르소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성추문 의혹에 휩싸여 더 이상의 공동작업이 힘들어졌다. 결국 봉준호, 송강호가 감독 배우 콤비의 좋은 예로 남았다.

 

이번 기생충수상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명제를 확인시켜줬다. 특히 계급, 양극화의 문제는 세계 공통의 화두다. 1980년대에 신자유주의가 대두된 이후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졌다. 우리 사회의 고민이 세계인과 통할 수 있는 것이다. ‘기생충을 보고 각국의 관계자들이 서로 자기네 나라 이야기라고 했다고 한다. 이 정도로 통한다면 앞으로도 봉준호와 송강호가 그려낼 한국사회 민낯에 세계인의 공감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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