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어려운 소식이 전해졌다. 5당 대표 청와대 회동에서 대통령은 핵심 소재와 부품·장비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적·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하자는 내용을 제안했지만,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반대해 발표문에 넣지 못했다는 것이다. 

황교안 대표의 반대로 인해 법적·제도적 지원책부분이 삭제되고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라는 내용이 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황대표는 법적·제도적 지원책은 예산을 수반하는데, 그렇다면 추경을 강제하는 문구가 된다며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 

그러니까 법적·제도적 지원책이 들어가면 실제로 예산이 투입돼서 효과가 나타나는데, 예산이 투입되지 않는 말뿐인 문구로 바꿨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적 효과가 없는 말만 했다는 이야기다.

 

이게 황당한 것은 우리가 지금 말이나 늘어놓을 정도로 한가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이 한국을 경제적으로 급습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한국의 급소를 찌른다는 얘기가 나왔었고, 최근에도 무역보복 이야기가 일본에서 나왔었지만 너무나 국제적 상식에 어긋나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우익의 엄포용 협박 정도로 치부됐었다. 

하지만 일본은 경제공격을 전격적으로 단행했고 당연히 한국은 큰 충격을 받았다. 불시에 진주만 폭격을 당한 미국처럼 한국도 비상상황에 빠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이럴 땐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 정치인 말잔치를 벌일 시간이 없다.

 

즉각 해야 할 것은 바로 대체산업 개발이다. 일본과 협상도 해야 하고, 미국 등 국제사회에 호소도 해야 하고, 수입선 다변화도 해야 하고, 그 모든 일을 하면서 우리 내부적으로 빨리 해야 할 것이 자력으로 생산하는 능력을 갖추는 일이다. 한시가 급하다. 

그런데 우리나리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의석을 가진 한국당 대표가 소재, 부품, 장비 산업에 즉각 예산 투입하는 것을 반대했다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오히려 야당에서 먼저 나서서 정부에 더 많은 예산을 즉각 투입하라고 요구할 사안 아닌가?

 

믿기 어려운 뉴스가 또 있다. 부산에 있는 2차전지 소재 업체가 일본에서 수입하던 필름을 국산화했다고 한다. 그런데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이라고 외면하며 여전히 일제를 구입하는 바람에 해당 업체는 공장도 돌리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정부에선 우리 중소기업 제품을 대기업들이 쓰도록 유도하는 대책에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돈 쓸 일이 많을 것이다. 개발비 또는 개발시스템 지원부터, 개발한 제품을 팔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에까지 할 일이 많다. 1986년에 ‘4메가 D개발계획이 나왔을 당시 총 소요자금 148억 원 중에 정부지원이 982억 원으로 잡혔었다. 16메가 D, 64메가 D램 개발에도 이렇게 국가지원이 들어갔다. 한국 통신전자산업의 초석이 된 전전자교환기 개발 당시 기업들이 엄두를 못내 국가가 직접 1차 개발에 나섰다. 1차 개발로 가능성을 확인한 후에 비로소 삼성, 금성, 대우가 협력해 참여하도록 국가가 교통정리했다.

 

산업개발엔 이렇게 예산투입과 정부역할이 중요하다. 일본이 급습한 지금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소재, 부품, 장비 산업 육성에 거국적,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이럴 때 제1야당 대표가 정치현안을 걸고 정략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지도자들이 소재부품 산업에 예산투입한다는 문구조차 합의하지 못하는 우리 상황을 일본이 얼마나 우습게 보겠는가?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비서관인 오원철은 이렇게 말했다. 

부품공업을 소형선박에 비유한다면, 상공부는 항구의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여기서 상공부가 바로 정부라는 뜻이다. 부품공업은 소형선박처럼 위태로우니 국가가 지켜서 육성해야 한다는 뜻이고, 그러려면 예산이 필요하다. 야당이 한시가 급한 우리 상황의 엄중함을 빨리 인식해야 한다.

 

 

Posted by 하재근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