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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유시민하고 얽히면 언론이 이상해지나

 

유시민 관련해서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또 나타났다. 대다수 매체들이 유시민이 검찰이 조국에 대해 내사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를 제시한다더니 제시하지 못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것이 이해하기 힘든 이유는, 유시민이 검찰이 내사했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시민이 검찰이 내사했다는 주장을 하긴 했다. 그런데 그건 유시민의 생각이었다. 자기 생각엔, 검찰이 사전에 내사한 것이 맞다, 난 그렇게 믿는다, 이런 얘기다. 이런 추론은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살해했다고 난 생각한다와 같은 것으로 언론에 일반적으로 나오는 논법이다. 

추론이라고 밑도 끝도 없이 믿습니다~’식으로 나와선 안 되고,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근거가 있고 거기에서 논리적으로 도출된 결론이라면, 합리적인 추론인 것이고 이런 걸 보통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한다. 그런 생각을 주장했다가 틀릴 수도 있지만, 이건 거짓주장과는 다른 것이다. 

유시민은 근거를 제시했다. 주요 근거는 윤석열이 조국 사태 초기에, 사모펀드 수사가 본격화 되기도 전에, 사모펀드를 거론하며 조국은 절대로 안 된다는 말을 했고 그것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려 했다고 자신이 들었다는 것이다. 검찰총장이 대통령에게 보고할 정도로 분명한 결론을 내렸다면 조사하지 않고 어떻게 가능하냐는 추론이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자연스러운 추론이어서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할 수 있다. 정리하면, 유시민이 주장한 사실관계는 검찰이 내사했다가 아니라, ‘윤석열이 조기에 조국 불가 결론을 내렸다고 나는 들었다인 것이다. ‘검찰이 내사했다는 거기에서 도출된 추론이다.

 

이것 말고도 검찰이 이례적이고 전격적으로 빠르게 대규모 수사에 착수했는데, 이것도 사전에 의혹을 갖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부분도 논리적인 추론이다. 이런 정도의 추론, 합리적인 의심은 언론에서 수시로 등장하고, 정치권에서도 자주 제기한다. 다만 유시민이 자기 생각을 힘주어 강한 어조로 주장한 것이 과도할 수 있고 이 부분은 유시민도 조심해야 하지만, 어쨌든 그 주장의 성격이 생각이고 추론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별로 복잡할 것도 없는 논리구조의 주장이고 평소에도 언론이 자주 사용하는 논법인데, 왜 유시민의 추론에 대해선 대다수 언론이 추론과 사실관계 주장을 혼동하는지 미스터리다. 언론은 유시민이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유시민은 자신의 추론 근거를 이미 밝혔다. 그 내용은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 여기서 유시민의 생각이 틀렸다고 하려면, 위의 근거에서 다른 결론을 도출하며 유시민의 추론이 불합리하다고 논박하면 된다.

 

검찰의 태도도 이상하다. 유시민이 근거 없는 추측성 주장을 한다며 공격한다. 유시민은 추측성 주장을 한 것이 맞고, 그 추측의 근거를 밝혔다. 이 자체는 공격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논거와 논리가 뒷받침된) 추측성 주장을 할 자유가 있다. 검찰이 여기서 사실 관계를 반박한다면, 유시민이 자기 추측의 중요한 근거로 제시한 윤석열의 본격 수사 전 빠른 결론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해 확인해주면 된다. 이 부분이 거짓 주장이라면 추론 구조가 모두 무너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땠든 유시민은 도의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 

검찰이 유시민의 추측에 민감하게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이 가장 이상하다. 검찰 입장에서 보면, 조국 가족은 비리가족이고 검찰이 마침내 그 혐의를 입증하고 있으니 이런 중대 사안을 자체 내사로 잡아냈다고 하면 큰 공을 세운 것이다. 그러니까 내사했다는 말은 검찰에겐 칭찬이다. 별 문제 될 것이 없고, 아니라면 아니라고 일축하면 그만인, 검찰 말대로 유시민의 추측에 불과한 주장이다. 이 추측에 대해 검찰이 왜 때문인지 예민하게 반발하고 언론이 받으면서 일이 커졌다.

 

최근 유시민 방송 관련해서 언론의 이상한 대응이 잇따라 나왔다. 언론이 정경심 PB의 뜻을 한 달여간이나 거꾸로 전했다는 걸 유시민 방송이 밝혔는데 매체의 반성 같은 것은 없었다. 거꾸로 유시민 방송이 정경심 PB의 말을 짜깁기 왜곡했다며 그 PB의 뜻을 재차 왜곡했다. 심지어 그 PB유시민 방송이 내 뜻을 왜곡했다, 출연을 후회한다고 말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PB 본인이 유시민 방송 내용이 자신의 뜻에 부합한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그 PB의 뜻을 재차 왜곡한 것에 사과한 매체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더니 이번엔 유시민이 추론한 것을 가지고, 확정적으로 사실관계를 주장한 것처럼 왜곡하며 주장하지도 않은 사실관계의 증거를 대라고 보도한다. 왜 요즘 대한민국 언론이 유시민하고 얽힐 때 때때로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보이는 것일까? 의아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