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갑자기 중견배우 김영철이 인터넷에서 떴다. 2002년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두한으로 분한 김영철이 미군과의 임금 협상에서 ‘4딸라를 외치는 장면이 뒤늦게 회자됐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짧게 편집돼 짤방이라는 형태로 인터넷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김영철은 십수 년 전 드라마 대사 하나로 창졸간에 제2의 전성기를 당하고 이 대사를 활용한 광고까지 찍었다. 여세를 이어 2019 올해의 브랜드 대상 CF모델 부분 대상을 받았고, 한때 한국당이 영입 리스트에 올리기까지 했다. 이렇게 네티즌들에 의해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으로 전성기행을 당하는 것을 강제 전성기라고 한다.

 

올해 강제 전성기를 당한 사람이 또 나타났다. 2006년 개봉작 타짜에서 조폭 곽철용을 연기한 김응수다. 곽철용의 영화 속 모습이 짤방으로 퍼져나갔고 묻고 더블로 가”,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화란아, 나도 순정이 있다" 등의 곽철용 대사가 유행어에 등극했다. 

세상 모든 것을 희화화하며 유희의 소재를 찾는 것이 인터넷 문화다. 순간적으로 재미를 느낄 만한 소재가 발굴되면 광속의 속도로 퍼뜨리며 거대한 유희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원 재료를 짧게 잘라 짤방으로 소비하고 패러디로 확장해나간다. 그렇게 인터넷을 뒤덮으면 예능과 광고계가 호응해 실제 현실 세상에서 강제 전성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김응수도 곽철용 현상으로 잇따라 예능에 출연하고 버거킹, BBQ 등의 광고도 촬영했다. 배우 생활 30여 년 만에 화장품 광고에도 진출했다. 모델료가 2배 이상 뛰었다고 한다 

펭수도 네티즌에 의해 강제 전성기를 맞이했다. 원래는 EBS에서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으로 만든 캐릭터였다. EBS 캐릭터의 특성상 일반인들의 스타가 되기는 어려웠는데, 네티즌이 펭수를 발견했다. ‘EBS 아이돌 육상대회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네티즌이 반응했고, 그 소문이 인터넷에 퍼져나가 펭수 신드롬으로까지 발전했다.

 

방송조작으로 PDCP가 구속되는 엄청난 일이 벌어진 프로듀스 사태도 네티즌이 터뜨렸다. ‘프로듀스 X 101’의 투표 결과에 대단히 이상한 수치들이 등장한다는 것을 네티즌이 밝혀내 공론화에 이른 것이다. 네티즌이 이런 분석을 하지 않았다면, 기성 매체에 의해 문제점이 드러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까웠다. 

인터넷이 시작된 이후 네티즌의 힘은 점점 강해져왔다. 이젠 십수 년 전 작품들에서 스타를 점찍어 끌어올리고, EBS 캐릭터를 대중스타로 만들고, 방송프로그램 비리를 터뜨리는 수준에까지 달했다. 네티즌의 힘이 대중문화판을 좌지우지하는 네티즌 파워의 시대, 네파시대인 것이다.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싸이가 네파에 의해 강제 국제가수가 됐고, 방탄소년단을 세계 최고 보이밴드로 만든 것도 네파다. 인터넷을 통해 그물망처렴 연결된 대중의 힘이 기성 시스템의 권능을 뒤흔들고 있다. 자본과 언론이 점지한 스타를 대중이 추종하기만 하는 것이 아닌, 인터넷에서 대중이 스스로 발굴한 스타를 자본과 언론이 모셔가고 기성 시스템의 문제를 대중이 파헤치는 시대. 지금은 네파시대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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