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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마스크, 추경으로 전량수매도 고려해야

 

공적 마스크 제도에도 마스크 대란은 여전하다. 오히려 국민들의 짜증만 더 커졌다. 정부가 마스크 공급한다며 큰 소리를 쳐놓고 제대로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국민이 속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너무 빨리 매진돼 희망고문당한 것 같기도 하고, 기껏 줄을 서서 받은 물량이 고작 5장이라 허탈감이 밀려오며 분통이 터진다. ‘반값마스크라는 카피는 어떻게 나온 것인지, 현재 폭등한 가격의 반값이어도 사실은 원래 가격 수준이기 때문에 반값이라는 단어가 국민을 현혹시키는 과장광고 같은 인상도 줬다. 

유통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왜 큰소리부터 쳤는지, 설사 유통구조를 갖췄다고 해도 물량 자체의 한계가 있어서 어차피 품귀현상을 해소할 수 없는데 왜 해소할 것처럼 이야기했는지, 지역별로 우체국 따로 하나로마트 따로 약국 따로 등 유통시스템을 복잡하게 만들고 체계적인 공지도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국민들을 헛걸음하게 한 점 등 실무적인 차원에서 문제가 많았다.

 

서울 경기 우체국이 제외된다는 점, 공적마스크 판매 시점 등이 언론에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는데, 왜 많은 언론이 국민을 혼동에 빠뜨리는 보도를 했고 그것이 포털 메인에 걸려 대혼란을 초래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한국 기자들의 문해력과 표현력이 떨어져 정부 보도자료를 헷갈리게 전달한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정부가 애매하게 공지한 것인지 확인해서 재발을 막아야 한다. 

시점도 아쉬웠다. 마스크 대란이 터진지 언제인데 이제야 움직인단 말인가? 국회에서 코로나3법이 통과된 직후에 공적마스크 유통 발표가 나왔다. 그렇다면 법이 미비해서 그동안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인가? 입법의 문제라면 비상사태에 긴급입법을 하지 못한 국회의원들이 질타 받아야 한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공적 마스크 제도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텐데 문제가 남아있다. 시행착오 없이 공적 마스크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면 마스크 대란이 해소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공적 마스크 공급량은 하루 500만 장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국민은 5000만이다. 이 숫자만 봐도 공급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걸 알 수 있다. 게다가 대구경북 지역에 우선배분되기 때문에 타지역 일반 국민에겐 소량이다. 

여기서 더 문제를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들의 불안감이다. 마스크를 앞으로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구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쟁여놓으려고 하게 된다. 국민 모두가 작은 사재기에 나서는 것이다. 마스크의 씨가 마른다.

 

정부는 공적 마스크가 본격적으로 공급되면 그동안 사재기로 쌓여있던 물량이 시장에 나오고, 또 코로나3법으로 수출 통제를 했기 때문에 수출 물량도 국내에 풀려 마스크 수급이 개선될 수 있다고 기대한 듯하다. 하지만 국내 하루 생산량이 1100~1200만 개에 불과한데 이중에서 10%까지는 수출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공급량은 1000~1100여 개가 되는 셈인데 우리 국민보다 훨씬 적은 숫자다. 이러면 불안감 때문에 사재기가 나타날 수 있고, 사재기가 없어도 저 물량이 물 흐르듯이 공평하게 유통될 것이란 보장도 없다. 

물론 모든 국민이 전원 11마스크가 필요한 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체제가 안정되면 상황이 개선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국내 생산 마스크를 정부가 전량 수매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돈이 없어 이런 조치를 생각하지 못했다면, 추경에 마스크 수매 예산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그것을 의학계 같은 위험군, 대구경북 같은 위험지역에 선 배분하고 남은 물량을 일반에 풀면 어차피 부족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가 무조건 해결한다고만 하지 말고 물량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한정된 양만 쓰라는 식으로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해야 한다. 물량의 한계로 인해 마스크 재사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면 표준적인 재사용 수칙도 안내해야 한다. 

유통에 대해선, 개별적으로 나눠주는 것이 가장 좋고 만약 행정력이 매번 국민에게 일일이 나눠줄 수 없다면, 주민센터를 활용하거나 또는 건강보험과 연계해 약국에서 배포하는 방안도 있다. 그렇게 해서 각각의 마스크 취득 내역이 전산에 기록되면 사재기를 할 수 없을 것이고, 남들이 사재기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으면 국민 각자도 안심하고 정해진 물량만 사용할 것이다. 가격은 무상지급이 가장 적절하고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비용만 받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국가의 존재를 느낄 것이다. 생산자와 약국의 이윤은 추경예산으로 해결해야 한다.

 

국민들도 마스크가 날마다 내 손에 들어와야만 한다는 식으로 정부를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생산량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인내심을 보여야 한다. 모두가 힘을 모아야 지금의 국난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