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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타블로 악플 왜 끊임없이 이어지나

 

가수 타블로를 향한 악플 사태는 최근 몇 년 사이 벌어진 대중문화계 이슈 중에서 가장 이상한 일이었다. 몇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일개 가수가 대통령 다음으로 악플을 가장 많이 받은 사건이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학력위조 의혹이 원인인데, 이건 이상하다. 왜냐하면 학력위조에 연루된 연예인이 많았었는데 그 중에 누구도 타블로처럼 집단적 증오의 표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타블로였을까?

 

요즘 벌어진 일은 더 이상하다. 법원에서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카페) 측 사람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언론은 이것으로 사태가 일단락됐다고 했다. 그런데도 악플은 사라지지 않았다. 최근에 타블로가 ’힐링캠프‘에 출연한다고 하자, 3주에 걸쳐 관련 기사에 악플들이 달렸다. 왜 법원 판결 후에도 악플이 사라지지 않는 걸까?

 

애당초 이 일은 미국에 살고 있는 왓비컴즈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이 제기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왓비컴즈는 타블로에 대해서만 의혹을 제기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여러 연예인에 대해서 의혹을 제기했다. 그런데 유독 타블로를 건드리자 일이 이렇게 커졌다. 수많은 대중이 뜨겁게 동조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한국사회는 왜 타블로 관련 의혹에만 이토록 예민하게 반응했을까?

 

이 의문을 풀어야 타블로를 향한 악플 사태의 실체를 알 수 있다. 많은 방송 프로그램이 이 사태를 다루며 악플러들의 심리를 분석했는데, 그런 방식으론 사태의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 일부 비뚤어진 악플러의 행태는 언제나 존재하는 일반적인 조건일 뿐이어서, 왜 한국사회가 유독 타블로 관련 의혹에만 뜨겁게 반응했는지를 설명해주진 않는다.

 

사실 이 사태는 학력위조 사건이 아니다. 학력위조와 관련된 그 누구에게도 이런 증오가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보면, 한국인이 학력위조 때문에 증오를 폭발시키진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일까?

 

바로 병역이다. 유승준이 아직까지 입국도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우리 사회에서 병역 이슈가 가진 폭발력을 알 수 있다. 과거 대세론을 누리던 이회창 후보도 아들의 병역 논란 때문에 낙선했었다. 병역은 가장 기본적인 평등성을 상징한다. 입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든, 철수저를 물고 태어났든, 어쨌든 다 똑같이 나라를 ‘몸빵’으로 지켜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한국인은 사회지도층이 병역을 회피하며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의심하다. 이것은 민주공화국의 붕괴를 의미한다.

 

왜냐하면 민주공화국이란 시민 사이의 절대적 평등성을 그 원칙으로 성립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봉건 시대엔 신분이란 것이 있어서 사람들이 누리는 권리와 의무에 차등이 있었다. 민주공화국은 신분질서를 무너뜨리면서 출발한 정체다. 이제 귀족이나 노비는 없다. 모두가 자유시민이다. 모두가 자유인인데, 자유와 자유 사이에 차등이 있을 수 없으므로, 자유인과 자유인, 즉 시민과 시민은 절대적으로 평등하다. 이게 민주공화국의 대전제다. 그런데 힘 없은 사람은 군대에 ‘끌려’ 가서 ‘뺑이’ 치고, 힘 있는 사람은 거기에서 빠진다? 누구는 의무만 지고 누구는 권리만 누린다? 이러면 평등성이 무너지는 것이고, 그래서 민주공화국이 무너진다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부유층은 자기 자식들을 군대라든가, 한국의 입시경쟁 같은 고행에서 빼주려 했다. 그 방법론으로 2000년 정도를 전후해서 논란이 됐던 것이 바로 원정출산이었다. 아이에게 외국 국적을 주기 위해 해외에서 출산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바로 ‘검은머리 외국인’이 된다.

 

한국 남자들은 죽으나 사나 한국에서 입시경쟁에 시달리고, 학교폭력과 왕따를 감내하고, 군대에서 ‘뺑이’ 치다 나와서, 실업의 공포에 짓눌리며 돈이 없어 연애도 제대로 못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런데 검은머리 외국인들은 외국에서 우아한 교육을 받고, 해외 명문대 학벌을 취득하고, 유창한 영어실력을 장착한 후, 한국에 돌아와 여성들의 선망을 받으며,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에 대한 분노가 쌓이고 쌓였을 때 타블로라는 ‘떡밥’이 나타난 것이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마치 상위 1퍼센트 집안에 태어나, 검은머리 외국인이 되어 군대도 안 가고, 해외 명문학벌이라는 문화자본을 누리며, 한국 여배우와 결혼까지 한 것처럼 보이는 스타. 그런 이미지는 그동안 쌓인 분노를 폭발시킬 방아쇠였다. 이러면 왜 한국사회가 유독 타블로 관련 의혹에만 반응했는지, 왜 법원에 판결에도 불구하고 악플이 계속 되는지가 설명된다. 그리고 왜 네티즌이 타블로뿐만 아니라 그의 집안 전체를 공격했는지도 알 수 있다. ‘윗분’들을 향한 분노였다.

 

문제는 왜 그런 사회적 분노를 일개 연예인을 희생양 삼아 터뜨리느냐는 점이다. 여기에 우리 사회의 비합리성이 있다. 지금처럼 당장 눈에 띄는 사람을 집단공격하면서 분풀이를 하는 방식으로는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없고, 그러면 분노도 계속 되며, 누군가가 그 분노의 희생양이 되는 비극이 반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