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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진짜사나이 왜 갑자기 비호감 됐나


 

<진짜 사나이>를 보는 사람들의 눈길이 사뭇 달라졌다. 방영 초반 무렵만 해도 지나친 군사문화 전파에 대한 우려 등 부정적인 지적이 나오면, 네티즌들이 매우 공격적으로 대응하며 <진짜 사나이>를 옹호했었다. <무한도전> 이후 그렇게 공격적인 프로그램 옹호 현상은 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선 네티즌 여론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댓글 반응을 보면 초기와 달리 요즘엔 비판적인 지적이 상당히 많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때 수많은 사람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진짜 사나이>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일까?

 

<진짜 사나이>가 처음에 인기를 끌었던 것은, 그 속의 주인공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네와 같은 보통 사람들이 군대에 가서 온갖 실수도 하고 구박도 받으면서 군생활을 체험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연예인의 화려함도 없었고, 군대의 과도한 경직성도 그렇게 부각되지 않았다. 대신에 인간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고, 그것이 시청자에게 위안을 줬다.

 

한국에서 안보 이슈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정말 글자 그대로의 ‘안보’, 즉 우리 공동체의 안전을 뜻하는 의미. 또 하나는 국내 정치와 관련된 의미다. 두 번째의 의미가 생긴 것은 과거 독재 시절 반대세력에게 안보 위협세력이라는 딱지를 많이 붙였기 때문이다.

 

이런 복합성 때문에 한국에선 안보이슈에 대한 과도한 민감성이 생겼고, TV에서 군을 내세우면 혹시 국내 정치에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의례히 나타난다. <진짜 사나이> 초반에도 역시 그런 비판이 있었지만, 그때도 네티즌은 이 프로그램을 강력히 옹호했다. 왜냐하면 국내 정치와 관련된 맥락에서의 안보보다는, 정말 순수하게 우리 공동체를 지키는 안보를 그리는 것 같았고, 그 속에서 우리네 자식, 우리네 형제들의 순수한 헌신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자는 이 프로그램을 강력히 지원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시청자의 시선이 바뀐 것은,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사람이 아닌 국방부로 바뀐 것 아니냐는 일각의 느낌 때문이다. 일단 최근에 벌어진 이외수 출연 논란이 하나의 변곡점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이외수는 국가 공식발표에 의혹을 제기한 인물인데, 그것을 이유로 삭제된다면 결국 프로그램이 일방적인 홍보방송에 가까워지는 것 같은 느낌을 사람들에게 주게 된다.


 

서해 바다에 간 이후 NLL을 자꾸 강조하는 것도 그렇다. 최근 몇 주간에 걸쳐 NLL이 끊임없이 강조됐는데, 그 전에도 전방에서 많이 촬영했었지만 휴전선을 강조하지는 않았었다. 보통 ‘나라를 지킨다’, ‘조국을 지킨다’라고 했지 ‘휴전선을 지킨다’라고는 그렇게 강조하지 않았다. 그런데 서해에 간 다음부터는 계속해서 ‘NLL을 지킨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일부 사람들이 불편한 느낌을 받은 것은, 지난 대선 이래로 NLL이 국내 정치에서 가장 큰 정쟁 이슈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만약 ‘조국을 지킨다’라고 했으면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을 텐데, 'NLL'이라고 아주 여러 차례 강조해서 일부 사람들이 국내 정치와 관련해 불편을 느낌을 받도록 했다. 그래서 일각에서 프로그램의 순수성에 대한 의심이 나타났다.

 

프로그램이 순수하게 공동체의 안전과 인간을 그릴 경우 이를 불편해할 국민은 없다. 하지만 군의 입장이 너무 과도하게 부각되면 ‘배달의 기수’처럼 되는데, 이 경우 주말 저녁 예능으론 어울리지 않는다. 실제로 최근 들어 <진짜 사나이>에게서 ‘배달의 기수’의 향기가 난다고 지적하는 네티즌이 많아졌는데, 이것은 프로그램의 위기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처음엔 연예인이 마치 일반인처럼 군에 가서 체험하는 설정이 너무 신선하고 재미있었지만 지금은 이미 익숙한 광경이 돼버렸다는 것. 게다가 해군편이 시작된 이후 협소한 공간에서 비슷한 이미지가 반복되는 것이 이 익숙함을 배가시켰다.

 

리얼리티도 의심 받고 있다. 손진영이 갑판장에게 시달리다가 둘이서 커피를 마시며 훈훈한 대화를 나눈다는 설정이, 리얼이 아닌 글자 그대로의 ‘설정’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손진영이 갑판장을 만나러 들어갈 때 이미 카메라가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도 설정의 느낌을 강화했다. 해군에 처음 입소할 때 걸그룹과 노닥거리다가 지각한다는 것도 설정의 느낌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리얼리티와 휴머니티 때문에 인기 있었는데, 일각에서 받는 ‘설정 시트콤 배달의 기수‘ 등의 느낌 때문에 그것이 퇴색한다는 점. 또 신선함까지 사라져간다는 점. 여기에 샘 헤밍턴이 유격 받던 중 밧줄이 전투모 위에 얹혔을 때처럼 웃기는 순간도 요사이엔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이런 것들이 <진짜 사나이>를 보는 시선이 달라진 이유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