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MBC 연기대상이 2014년의 시상을 앞두고 있다. 이번엔 시청자 투표로 대상자를 선정한다고 해서 벌써부터 논란이 시작됐다.
현실적으로 이번 MBC 연기대상은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았던 <왔다 장보리>에서 나올 가능성이 커보인다. 이 작품은 올 한 해 전 연령대 국민들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았었다. 하지만 시청률이 높고 대중적인 인기가 크다고 해서 그것이 꼭 명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MBC에서 올해 방영된 드라마 중에선 작품성 면에서 더 크게 인정해줄 만한 드라마가 있었다. 바로 <개과천선>이다. 연기대상은 단순히 연기만 잘 해서 주는 상이라기보다는 작품이 거둔 성과를 종합적으로 반영한다는 의미가 크다. 그렇다면 최고의 문제작이었던 <개과천선>도 비록 시청률이 그렇게 높지는 않았지만 대상 후보로 손색이 없어보인다.
<개과천선>은 올 전반기에 나타났던 장르드라마 열풍 전체를 통틀어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방송 3사가 일제히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파헤치는 드라마들을 내놨었는데, 그 중에서 <개과천선>이 일종의 ‘끝판왕’ 같은 위상이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회 지도층의 비리를 고발하면서, ‘그들을 믿을 수 없다’, ‘그들은 음모를 꾸민다’ ,‘그들은 죄를 지어도 용서 받는다’, 이런 식으로 막연히 표현한 작품들은 그동안 많았었다. <개과천선>이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전대미문의 디테일 때문이다.
이 작품은 한국 사회의 새로운 권부이자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작동하는 로펌권력의 작동방식에 대해 메스를 들이댔다. 로펌의 법률 전문가들이 어떤 위계질서 속에서 움직이고, 그들이 권력자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지배집단을 형성해가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특히 신문지상이나 사회고발프로그램에서 다뤄져도 일반인들이 그 진상을 파악하기 어려운 금융스캔들을 치밀하게 다룬 것이 이 작품의 놀라운 미덕이었다. 은행이 어떻게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약탈적 영업을 했는지, 대기업이 어떻게 서민들을 상대로 사기에 가까운 꼼수를 부리며 회사를 키워가는지가 한국 드라마 사상 최고 수준의 디테일로 그려졌다.
물론 마지막에 조기종영하면서 작품 완성도가 일정부분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 부분을 감안하고서라도 이 작품이 올해 방영된 드라마 중에서 <미생>, <정도전>, <밀회> 등과 더불어 최고작 중 하나라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김명민은 이 작품에서 인격이 변하는 변호사를 열연했다. 초반 차가운 기득권 변호사역을 할 때는 이미지가 전작들과 겹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었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린 후 달라진 인격을 연기할 때는 ‘역시 김명민!’이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뛰어난 표현력을 보여줬다.
물론 ‘시청률이 깡패’인 업계에서 <왔다 장보리>의 엄청난 성공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과천선>처럼 사회적 의미를 성취한 작품을 제대로 평가해준다면 수많은 논란으로 얼룩졌던 우리네 TV 시상식도 구원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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