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김구라가 공황장애로 입원하면서 방송활동을 중단했다. 한국인은 마음이 여리다. 누군가가 쓰러졌다고 하면 일단 걱정부터 해준다. 평소 여론이 별로 안 좋았더라도 불행을 당했다고 하면 동정론이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김구라의 경우엔 쓰러졌다고 하는 데도 동정론이 별로 안 일어났다. 몸만 아픈 것이 아니라 가정적으로 안 좋은 일까지 당했다고 하는데도 여전히 악플이 주류를 이룬다. 마음 여린 한국인이 왜 김구라에 대해서만큼은 이렇게 냉정한 걸까?

 

원래부터 김구라는 호오가 극명히 엇갈리는 연예인이었다. 그는 막말, 독설 등 ‘센 토크’로 떴는데, 이렇게 공격적인 캐릭터엔 보편적인 호감이 생기기 어렵다. 그래서 그는 기왕에도 많은 비난을 들어왔지만, 또 한편으론 강력한 팬덤도 존재했다. 김구라의 시원시원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많았던 것이다.

 

바로 이것이 김구라가 독한 토크쇼 장르에선 승승장구하지만 리얼버라이어티에선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그는 <라인업>, <오빠밴드> 등 리얼버라이어티 예능에 잇따라 도전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리얼버라이어티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한 토크 능력이 아니라 보편적 인간미인데, 호오가 엇갈리는 김구라에게 바로 이 점에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 혼자만 똑똑한 척하고 타인을 하대하는 듯한 이미지도 따뜻한 휴머니티가 중시되는 리얼버라이어티와 어울리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썰전> 같은 프로그램에선 절대적 지지를 받지만 리얼버라이어티에선 실패를 거듭하며 팬과 안티를 동시에 거느렸던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선호하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선에서 균형이 이뤄졌었다. 그랬던 것이 최근 일 년 사이에 균형이 급격히 무너지며 부정적인 시선이 커졌다. 이런 배경에서 김구라가 병원에 갔다고 해도 동정론이 거의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균형이 무너진 것은 김구라의 독설에 대한 지지세가 약해졌다는 뜻이다. 그 원인은 그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데에 있다. 과거 김구라가 지금보다도 더 독한 말들을 난사할 때는 그가 절대적 약자였다. 약자 입장에서 강자에게 각을 세우는 것에는 대중이 불편한 감정을 덜 느낀다. 오히려 약자의 입장에 감정을 이입하며 시원함과 통쾌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김구라에게는 세상의 쓴 맛을 본 사람에게 느껴지는 페이소스가 있었다. 그것이 김구라의 독한 말들을 중화시켰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김구라의 위상이 급상승하며 유재석의 바로 턱 밑까지 치고 올라갔다. 1급 MC 군단에 합류한 것이다. 한국은 지금 예능 전성시대다. 예능 톱 MC가 되었다는 것은 연예권력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 김구라는 약자가 아니었다.

 

조그마한 개는 짖어도 오히려 귀엽다. 반면에 크고 강한 개가 짖으면 위협감을 느끼게 한다. 독설도 약자의 독설은 별고 거슬리지 않는다. 반면에 강자가 독설을 퍼부으면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김구라는 특히, 자신보다 잘 나가지 못하는 연예인들을 막 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위상이 상당히 높은 곳에 있다는 점을 자주 과시했다. 자기가 ‘급’이 높아졌다는 현실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대중이 가장 불편하게 여기는 것, 바로 ‘거만’의 이미지를 형성했다. 미국에선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사람이 용납될 수 있지만, 한국에선 위로 올라갈수록 고개를 숙여야 한다. 거만한 이미지로 찍히면 대중이 차갑게 등을 돌린다. 바로 이것이 아파서 쓰러졌다는 데도 사람들이 여전히 악플을 쓰는 이유다.

 

특히 요즘엔 사람들이 그전보다 더욱 따뜻한 코드를 선호한다. <삼시세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의 예상을 깬 성공이 그런 흐름을 말해주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타인을 공격하는 것이 장기인 김구라 캐릭터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해도 김구라의 존재 가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모두가 착하고, 인간적이고, 겸손하기만 하면 재미를 만들어낼 수 없다. 누군가는 공격적인 역할도 해줘야 한다. 연예분야부터 시사분야까지 폭 넓게 토크를 진행할 수 있는 능력에서도 김구라는 현재 대체불가의 위상이다.

 

김구라가 약자를 막 대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그것은 그만의 방식으로 약자들을 배려하는 것일 수 있다. 실제로 예의 바르게 진행되는 토크쇼에서보다 김구라의 막 대하는 토크쇼에서 예능신인들이 많이 탄생했다. 물론 그가 종종 이런 점을 과시하며 스스로를 높이는 것은 시청자의 불편감을 초래할 수 있지만, 어쨌든 그가 예능 새내기들을 많이 띄워준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보면 그가 당하는 비난도 너무 과한 측면이 있다.

 

물론 김구라의 캐릭터로는 유재석처럼 보편적인 사랑을 받는 국민MC도,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인간미로 시청자를 매료시키는 호감 예능인도 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 해도 그가 아니면 안 되는 토크쇼의 영역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김구라가 하루빨리 기운을 차려 건강한 독설을 날려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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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