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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송혜교의 얼굴은 송혜교의 것이다

 

송혜교가 한 주얼리 브랜드 J사와 초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모델 계약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브랜드에서 송혜교의 사진을 상업적으로 활용했다는 사유다. J사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PPL 협찬광고를 집행했고, 드라마제작사와 작품 장면을 사용할 수 있다는 계약서까지 작성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J사는 이번 분쟁과 상관없는 송혜교의 과거 세금문제까지 언급해, 마치 연예인인 상대방을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가려는 듯한 모습까지 연출했다. 당연히 반발이 나타났고 곧바로 이에 대한 사과를 한 상태다. 그러나 더 이상 언론을 통해 분쟁하지 않겠다고만 할 뿐 자신들의 주장 자체를 접은 건 아니어서 논란이 계속 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첫째, 계약의 문제, 둘째, 원칙의 문제, 셋째, 도의의 문제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봐야 한다.

 

 

먼저 계약의 문제. 정말 제작사와 J사는 드라마 장면을 활용해도 좋다는 계약을 맺었는가? 이에 대해 J사는 계약서를 공개했다. 드라마 장면을 활용해도 좋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거기엔 조건이 있었다. 어떤 사진을 활용할 지에 대해 반드시상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제작사 측은 동의가 없었다고 한다. 즉 계약의 차원에서 J사의 입장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둘째 원칙의 문제. 설사 J사가 주장하는 계약이 정말 있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봤을 때 그것을 정당하다고 할 수 있는가? 협찬사가 PPL 협찬만 하고도 배우들 이미지를 가져다 쓸 수 있다면 이 세상에 정식으로 모델계약을 할 회사는 없을 것이다. 유명 드라마 배우들의 모델료를 다 합치면 최소 수십억 원대가 된다. 예컨대 1억 원 정도의 협찬 광고만으로 그 배우들의 이미지를 쓸 수 있다면 누가 모델을 따로 쓴단 말인가? 그러니까, 계약이 있든 없든 배우 얼굴을 임의대로 가져다쓴다는 건 원칙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셋째 도의의 문제. J사가 송혜교의 과거 약점을 언급한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 일단 망신부터 주고 보자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계약서를 공개한 것도 문제가 있다. 계약서는 매우 내밀한 문서로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함부로 아웃팅해선 안 된다. 제작사나 송혜교 입장에서도 난처한 일이고, 앞으로 태양의 후예가 정식 방영될 나라의 시청자들에게도 민폐가 된다. 로맨스에 몰입해서 봐야 할 스토리가 계약서로 인해 깨지기 때문이다. 달콤한 사랑의 선물인 줄 알았던 보석이 실은 계약서에 적힌 광고로, 시청자를 우롱하는 쇼라는 인상이 생긴다.

 

바로 이러한 점들 때문에 송혜교를 지지하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심지어 중국에선 J사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생각지도 않았던 역풍이 부는 셈이다.

 

이번 일은 신한류 시대가 정착되는 과도기에 나타난 사건으로 보인다. 과거엔 배우들 이미지를 비교적 자유롭게 활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류 스타들의 가치가 서구 팝스타, 무비스타와 동급이 된 신한류 시대다. 송혜교 같은 국제적인 스타의 가치가 폭등했다. 그렇다면 이젠 당연히 그 이미지를 함부로 써선 안 된다.

 

송혜교의 얼굴은 송혜교의 것이다. 그러므로 협찬사와 제작사가 자의적으로 송혜교 이미지 사용에 관한 계약을 해선 안 된다. 송혜교가 사전에 제작사에게 권리위임을 하지 않는 한 말이다. 송혜교도 모르게 사용된 송혜교의 얼굴에 대해 송혜교가 법적 대응을 한다 해도 상대 회사가 고깝게 생각해선 안 된다. 송혜교의 얼굴 사진이 남의 재산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가져야 한다.

 

신한류 시대에 스타 이미지의 재산 가치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김수현, 송중기의 경우 연간 천억 원대 매출이야기가 당연하게 나올 정도다. 그런 스타의 이미지를 자의적으로 쓰는 건 절도나 다름없다. 이번 일을 그런 인식을 확고히 하고, 계약관행 등 제도적으로도 정비가 이루어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