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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김생민의 연이은 악수가 안타까운 이유

 

김생민은 성추행 피해자 A씨를 만나 "정말 미안합니다. 너무 바보 같은 일을. 술에 너무 취해서제가 원래는 좋은 사람인데"라고 했다고 보도됐다. 사과할 때는 온전히 미안한 마음 그 자체만 담는 것이 좋다. 그런데 김생민은 술에 너무 취해서라며 마치 술 핑계를 대는 듯한 인상을 줬다. 이러면 대중이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게다가 원래는 좋은 사람이라며 자신을 미화하기까지 했다. 성추행 사건 이후 2차 가해로 인해 방송국을 그만 두고, 10년 동안 TV에 나오는 김생민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피해자 앞에서 할 말이 아니다.

 

A씨는 술에 취했었다는 김생민의 말을 듣고 아니요. 그때 많이 취하지 않으셨어요. (노래방) 회식 장소에서 빠져 나와 '밀실'을 따로 잡을 정도로라고 반박했다고 보도됐다. 이런 A씨의 반박으로 인해 김생민의 주장이 더욱 비겁한 변명처럼 느껴지게 됐다. 

공식사과문에서 김생민은 그 당시, 상대방이 상처를 받았다고 인지하지 못했고 최근에서야 피해사실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이것이 석연치 않은 것은 당시에 같은 날 성추행 당했다는 B씨에게는 김생민이 사과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B씨에게 사과했다면 A씨에게도 사과할 일이었다는 걸 인지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A씨는 B씨와 달리 김생민의 하차를 요구하는 등 당시 강력히 문제제기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A씨의 입장에 대해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아무 것도 몰랐다는 듯이 말한 것이 대중을 실망시켰다.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전면 하차 자숙 발표도 함께 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날까지 김생민이 거취 문제에 대해 묵묵부답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것은 김생민이 방송활동에 계속 미련을 가진 듯한 인상을 줬고, 사과의 진정성을 무너뜨렸다. 

김생민이 피해자 측의 연락을 받은 시점과 공식 사과가 나온 시점의 차이도 문제였다. 김생민이 A씨를 만나 사과한 것이 321일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폭로 보도는 42일에 나왔다. 보도가 나올 때까지 김생민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활동을 이어갔다. 보도가 나오고서야 사과문을 발표했다.

 

A씨를 만난 것이 321일이니 연락을 받은 것은 그보다 전일 것이다. 그렇게 연락을 받고도 보도가 터질 때까지 상당 기간 정상활동을 이어간 것이다. 이것도 김생민 사과의 진정성을 사람들이 의심하게 된 이유다.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아직 기사가 나오지 않아서 대중이 분노하기 전에, 그때 술에 취해서, 피해자의 상처를 몰라서운운하지 않고 제대로 된 사과문을 내놓으면서 자신의 잘못을 온전히 인정하고 전면적인 자숙을 선언했다면 그나마 최악은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과를 하면서도 핑계를 대는듯한 인상을 주고, 자숙 발표를 일찍 하지 않아서 방송활동에 연연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연락 받은 시점부터 기사가 터지기 전까지의 기간 동안 대중을 속이며 활동한 것까지 더해져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말았다. 벼랑 끝까지 몰려서야 하차와 자숙을 발표했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좀 더 일찍 결단하지 못하고 연이은 악수로 최악을 자초한 형국이어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