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영상 칼럼

너무 웃기는 김명민 최고의 존재감이다



김명민의 존재감이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김명민이 연기를 잘한다는 것은 예전부터 익히 알려진 일이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선 그것이 더욱 두드러진다.


<불멸의 이순신>은 김명민 원톱 드라마였다. <하얀거탑>엔 여러 인물들이 있었지만 김명민이 가장 중요했다. 이 두 작품에서도 김명민의 존재감이 압도적이긴 했다. 둘 다 일관되게 진중하고 강한 역할이었다.


<불량가족>은 원톱 드라마는 아니고 <하얀거탑>처럼 여러 인물들이 있었지만 김명민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다. 이 작품에서 김명민은 성질이 먼저 앞서는 캐릭터였다. 동시에 웃겼다. <불멸의 이순신>과 <하얀거탑>과는 전혀 다른 역할이었다. 이 작품에서도 김명민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베토벤 바이러스>에선 폭발적이다. 앞의 작품들은, 원래 훌륭한 작품에서 김명민이 역할을 워낙 잘 소화해 작품과 배우가 함께 뜬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작품이 화제에 오르면서 동시에 김명민의 극중 이름인 이순신, 장준혁이 배우 이름 이상으로 많은 사람 사이에서 회자된 것이 그것을 방증한다. <불량가족>에서도 오달건이라는 극 중 이름이 강하게 인식됐었다. 드라마가 웬만큼 히트해도 배우는 배우 이름으로 인식되지 극 중 이름으로 인식되지는 않는다. 


반면에 지금까지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면 드라마를 김명민이 끌고 가는 느낌이다. 워낙 훌륭한 판에서 배우가 빛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가 자신이 딛고 있는 판 자체를 훌륭하게 만들어가는 느낌이랄까? 물론, ‘강마에’라는 극 중 이름이 많이 회자되긴 하지만 그건 극의 완성도 때문이 아니라, 이름 자체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불량가족>에서 오달건의 상대역 김양아, <하얀거탑>에서 장준혁의 상대역 이주완, 노민국이라는 이름은 곧바로 기억이 나지만 <베토벤 바이러스>에선 강마에 말고는 곧바로 떠오르는 극 중 이름이 없다. 그러니까 강마에가 기억되는 것은 극의 힘이 아니라, 이름 자체의 힘 그리고 김명민의 힘인 것이다. 진정한 원톱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김명민은 괴팍하고, 오만하고, 이기적이고, 안하무인이고 경쟁심에 가득 차 있으며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그러면서 동시에 ‘쪼잔한’ 강마에를 너무나 훌륭히 표현해낸다.


김명민은 그동안 강한 캐릭터를 많이 소화해 왔으나 ‘쪼잔한’ 모습은 처음이다. 그것을 얄밉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웃기게’ 표현한다. <불량가족>에선 아예 대놓고 웃겼지만 <베토벤 바이러스>에선 미묘하게 웃긴다. 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이 미묘하게 웃기는 것이 캐릭터의 존재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극 중에서 이지아의 사기극이 들통 났을 때, 시장이 김명민에게 왜 그동안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따지자, 얄미운 표정으로 ‘내 개를 죽인다고 협박을 했습니다’라고 낼름 고자질을 하던 모습은 지금 상상해도 웃음이 터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쟁자와 비교되자 녹차티백을 씹어먹으며 전의를 불태우는 장면도 강렬했다. 단순히 분노하는 감정으로 표현될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그랬다면 별다른 느낌은 없었을 것이다. 김명민은 느긋한 표정과 절제된 음성으로 냉소하며 허세와 같은 자신감을 표현했다. 이럴 때마다 존재감이 강렬해진다.


이기적이고 차가운 역할은 많다. 그걸 단순하게 곧이곧대로 진지하고 차갑게만 연기하면 별다른 감흥이 없을 것이다. 김명민은 마술처럼 그것을 웃기게 만든다. 김명민의 극 중 대사 “마술이군요. 대단합니다.”처럼.


송옥숙이 마음 속 깊은 상처를 토로할 때, 김명민은 시종일관 냉정하게 대응했다. 한쪽에선 열정적으로 진심을 말하는데 반대편이 외면하는 설정은 흔하다. 하지만 김명민의 대응은 묘하게 웃음을 자아냈다. “전 피로 엮이지 않는 이상 누나라고 안 부릅니다.“ , ”얘기가 딴 데로 새고 있습니다“, ”가족 문제는 가족들과 함께“라고 냉소하며 말하는데 어찌나 웃기던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최근 <예능선수촌>에서 이한위가 자기 귀 뚫은 얘기를 진지하게 하자 그 묘한 진지함 때문에 ‘빵’ 터진 적이 있었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김명민의 진지함은 그런 식의 웃음을 만들어낸다.


극 중에서 김명민이 시장 앞에서 단원들을 감싸고 이지아가 거기에 감동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러면서 상호간의 신뢰가 싹트는 중대한 전기가 될 듯한 장면이었다. 여기에서도 김명민은 그 냉소적인 표정과 말투로 “지휘자와 악장 단원은 일심동체야. 그러니까 공연 잘못되면 시장 발 마사지는 니가 하도록 해.”라고 깨는 말을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쪼잔하고 얄미운데 미워할 수가 없다. 웃기기만 한다. 김명민은 지금까지 강한 역할, 멋있는 역할, 웃기는 역할들을 해왔는데 <베토벤 바이러스>에선 강하고 멋있고 쪼잔한데 웃긴다. 미운 역할인데 안 밉다. 김명민 때문에 드라마가 기다려진다. 최고의 존재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