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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전진은 안착하고 김종국은 수렁에 빠지다



 <패밀리가 떴다>에 돌발 사태가 터졌다. 김종국이 등장한 것이다. 이것은 프로그램에도, 김종국 본인에게도 안 좋은 일이 되고 있다.


 김종국이 과거 예능에서 큰 인기를 끈 것은 김종국 본인의 능력 때문이 아니었다. <X맨>에서 윤은혜와의 러브라인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그 관계 덕분에 본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예능의 스타가 될 수 있었다.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한 것도 <X맨>의 인연 덕분이라고 한다.


 물론 요즘 리얼버라이어티에선 웃기지 않는 사람들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하는 추세다. <1박2일>은 웃기지 않는 가수들을 모아 성공했다. 이 경우와 김종국은 조금 다르다. 김C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존재감이 없었다. 이승기나 은지원에게 어차피 대단한 것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기대치가 낮았던 상태에서 시청자들은 이들에게 점점 ‘정’이 들었던 것이다. 이들의 캐릭터가 성장할 때 시청자들은 함께 흐뭇해했다.


 김종국도 처음 <X맨>에서 성장할 때는 그런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패밀리가 떴다>에서 김종국이 등장했을 땐 전혀 다른 위상이었다. 김종국은 마치 ‘왕자’처럼 등장했다. 뭔가 엄청나게 대단한 ‘분’이 왕림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 웬만한 사람에겐 시큰둥하던 이효리도 김종국에게는 특별대우를 아끼지 않았다. 프로그램 전체가 김종국을 띄워주는 형국이었다. 이러면 시청자들은 눈을 크게 뜨고 보게 된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저러나? 어디 한번 두고 보자.’


 이경규가 토크쇼에 나오면 여타 연예인이 나왔을 때와는 기대치가 다르다. 이경규는 누구나 토크 본좌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연예인 같으면 10분에 한번만 웃겨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이경규는 수시로 웃겨야 하는 부담을 안는다. 그래도 이경규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경규의 본좌 지위는 온전히 그의 능력으로 이룬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놀러와>에 김구라와 출연했을 때도, 이 둘은 당대의 토크 본좌임을 증명했다. 굳이 주위에서 떠받들거나, 캐릭터를 설정해주거나, 관계를 형성해주지 않아도 초고수 낭인처럼 강호를 장악했다.


 김종국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수수하게 등장해서 자연스럽게 캐릭터와 관계가 형성되고, 그 과정에서 시청자와 ‘정’이 드는 수순을 밟았어야 했다. 하지만 ‘본좌’로 등장했다. ‘세자전하 납시오’같은 분위기였다. 이러면 실망도 커진다.


 <패밀리가 떴다>는 최근 최고의 인기를 얻으며 열성적인 팬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주요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팬들의 충성도는 매우 높다. <무한도전>과 <1박2일> 팬들의 열정적인 성원이 그것을 보여준다. <패밀리가 떴다>도 그런 팬층을 빠른 시간에 만들었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에 자부심을 갖는다. 그런 프로그램에 신참자가 끼어들었는데, 숙이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 레드 카펫을 펼쳐놓고 무등 타고 들어온 것이다. 여기서부터 ‘꺼끌꺼끌’한 심정이 들기 시작한다. ‘김종국이 <패밀리가 떴다>보다 더 높은 사람이란 말인가?‘ 시작이 안 좋았다.


- 전진의 안착 -


 만약에 <무한도전>에 전진이 무등 타고 왕자님처럼 등장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리고는 대뜸 고정 멤버가 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무한도전> 팬들은 전진을 고깝게 바라봤을 것이다. 전진이 조금만 잘못하거나, 활약하지 못해도 비난이 쏟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전진은 영리하게 ‘바보’처럼 등장했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낀 전진은 그들보다 더욱 어리숙하게 굴었다. 처음부터 고정이라고 하지도 않았다. 이런 식으로 등장하면 사람들은 경계심을 풀게 된다. 그 다음부터 전진이 <무한도전>에 적응하면서 당당한 고정멤버로 성장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무한도전> 팬들에게 아주 흥미로운 테마가 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무한도전>의 고정멤버가 되면서 캐스팅 논란이 없었던 것은, 전진의 진입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김종국이 만약 오랜만에 복귀하는 톱가수로서 게스트 출연을 한 것이었다면 문제는 조금 달랐다. 그러나 김종국은 일치감치 고정이라고 발표됐고, 이것이 팬들의 경계심을 더 키웠다. 옥의 티를 찾게 되는 사람의 심리를 부추긴 것이다. 이러면 반드시 안티가 생긴다. 전진의 경우엔 사람들이 옥의 티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가 옥이 되는 과정을 보며 함께 기뻐하는 구조를 형성했다. 반면에 김종국은 너무 큰 부담을 안고 출발했다. 프로그램의 실책이다.


- 캐릭터까지 문제다 -


 캐릭터라도 잘 잡았다면 상황이 조금은 더 나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종국은 최악의 캐릭터를 잡았다.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잡았을까? 정말 황당하게도, 김종국이 <패밀리가 떴다>에서 보여준 캐릭터는 바로, ‘천하장사’였다!


 <패밀리가 떴다>에서 김종국은 최강자의 이미지다. 뭇 남성들을 힘으로 위압하는 최강자라면 누구나 전투력도 최강일 거라 느낀다. 그렇다면 특공대라도 다녀왔을까? 여기에 비극이 있다. 불행하게도 그는 ‘공익’ 요원이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그에게도 사정은 있을 것이다. 내밀한 사정이야 어쨌든 겉보기 등급으로는 최악의 구도다. 왜 공익요원이 천하장사가 되어 군림하며 왕자님 대우를 받는단 말인가? 누구나, 특히 남성이라면 이런 의문을 강하게 가질 수밖에 없다.


 정작 특공대 나온 신정환이 왜 ‘부실닭‘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는지 생각해봤어야 했다. 신정환은 프로그램 속에서 워낙 당하는 이미지이기 때문에, 현실에서의 불미스러운 사건조차도 시청자들이 매우 쉽게 잊어줬다. 그러나 공익을 마치고 천하장사로 군림하는 사람에겐 모든 게 불미스러워 보일 수밖에 없다. ’천하장사’는 미운털을 자초하는 캐릭터다.


 전진은 망가지며 <무한도전>에 안착했다. 망가진 아이돌로 전진은 말하자면 <무한도전>의 이효리라고 할 수 있겠다. 혹은 <무한도전>의 이승기. 반면에 김종국은 남들 다 무너지는 리얼버라이어티에서 혼자 톱스타다. 게다가 나이가 훨씬 많은 유재석을 벌벌 떨게 하며 위세를 부린다. 이건 마치 <무한도전>에서 정준하가 박명수짓하며 군림하는 것과 같다. 정준하는 원성의 표적이 될 것이다. 박명수는 왜소하다. 그가 우악스럽게 행동해도 되는 것은 그의 풍채가 가소롭기 때문이다.


 진짜 천하장사인 강호동은 스스로 무너지면서 자신의 지나친 강함을 감춘다. 과거에 ‘부실닭‘ 신정환이 모두에게 동네북 취급을 당했지만, 강호동은 또 신정환에게 당하며 캐릭터의 연쇄관계를 형성했었다. 강호동은 언제나 ’힘 세지만 어리숙하고 만만한 덩치‘의 이미지를 유지한다. 만약 강호동이 힘자랑이나 하면서 어딜 가나 군림했다고 생각해보라. 지금처럼 국민의 사랑을 받는 ’강호동‘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강호동이 천하장사로 군림해도 시청자가 불편해 할 판인데, 하물며 공익요원이! 


 김종국이 현재와 같은 캐릭터를 유지한다면 <패밀리가 떴다>와 김종국 본인에게 모두 해가 된다. 김종국은 지금 불필요한 안티를 양산하는 중이다. 김종국 캐릭터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