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김세아가 <샴페인>에 출연해 한 말이 문제가 됐다. 네티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요즘 예능토크는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것이 대세다. 김세아가 자기 사생활을 까발린 것이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김세아는 엉뚱하게 남의 얘기를 했다.
인기 배우 K씨가 자기 집 앞에서 밤새 사랑을 구걸했다는 폭로였다. 잘 생기고 인기 많은 유명 남자 배우가 과거에 자기를 혼자 좋아했다는 것이었는데, 전체적으로 그 남자 배우를 우스개꺼리로 만드는 느낌으로 얘기했다.
혼자 사랑을 키워갔던 그 남자 배우는 어느 날 김세아에게 무작정 만나자고 하더니, 안 만나주니까 ‘고집을 부리며’ 밤새 안 가고 버텼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김세아는 그 남자 배우가 더 싫어졌다고 했다.
우스개꺼리로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 프로그램은 ‘스토커필’이라는 친절한 자막으로 그 남자 배우를 ‘확인사살’했다. 서로가 서로를 우스개꺼리로 삼는 예능인도 아니고, 정극 배우의 이미지를 어떻게 이런 식으로 ‘찌질’하게 만들 수 있는지 황당한 일이다. 동종업계의 예의도 없단 말인가?
이 얘기가 있은 후엔 그 ‘K'씨의 정체탐구가 이어졌다. 진행자와 출연자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진실(?)‘을 파헤쳐갔다. 결국 <다모>로 뜬 김 모 씨라는 잘 생긴 남자 배우라는 것까지 밝혀졌다. 여기까지 가면 누구인지 모를 수가 없게 된다.
프로그램은 이 대목에서도 방심하지 않고 시청자에게 자막 서비스를 했다. 이미지까지 동원해 ‘다모에 출연한 김00’라고 적시한 것이다. <다모>의 주요 배역 중 김씨 성의 남자 배우이며 이 드라마로 스타가 된 사람은 김민준 한 명밖에 없다. 김민준에게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떨어진 것이다.
사람들은 김세아에게 비난을 퍼붓고 있다. 결국 김세아는 소속사를 통해 반성의 뜻을 밝혔다. 김세아만 욕먹고 반성하면 되는 일인가?
애초에 진행자가 현장에서 수위 조절을 할 수도 있었고, 하다 보니 도를 넘어섰다면 편집에서 정리할 수도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항상 나오는 것이 편집 걱정이다. ‘가위손’이 얼마나 가차 없이 촬영원본을 자르는 지 알 수 있다. 그 만능 가위손으로 문제 있는 부문을 잘라내면 문제 될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제작진은 가위손은커녕 이 이야기를 오히려 더 자극적으로 포장해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김세아의 얘기가 시작될 때 프로그램은 ‘또 다시 강력한 특종 예감’이라는 자막을 내보내며 시청자의 주의를 집중시켰다. 이제 곧 한 사람이 망신당할 테니 채널 고정하라는 메시지였다.
김세아가 얘기하는 중에도 끊임없이 자막으로 이야기에 강조점을 찍었다. 제작진이 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이 폭로를 얼마나 즐기는지 느낄 수 있었다.
김민준은 미니홈피에 올린 글을 통해 김세아의 말을 부정하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정신 좀 차리세요!
생각없이 떠들고 개념없이 끄적이고.
OTL
진실? 내가 혹시 치매?
사실이 아니라면 더 큰 문제고, 사실이라도 문제다. 망신스런 사생활을 까발려 주목 받고 싶으면 자기 얘기를 해야지 왜 남 얘기를 하나? 망신은 남이 당하고, 그 사람의 피해를 이용해서 얘기한 사람은 재밌는 예능인이 되고, 프로그램은 시청률 따먹고, 진행자는 훌륭한 MC 되는 황당한 구도다.
요즘 실명토크와 직설화법·막말이 결합되면서 예능 프로그램 중간에 출연하지 않은 사람 이름이 수시로 거론되고 적나라한 사생활이 튀어나온다. 80년대같은 꾸밈이 사라지고 좀 더 솔직해지는 이런 흐름이 나쁘지만은 않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문제는 정도다.
도를 지나치면 피해자가 아닌 보는 시청자마저 불쾌해진다. 김세아 사건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김세아 말고도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경우는 많다. 이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서유정이 동료배우들의 사생활을 말하는 것도 여과 없이 방송됐다. 물론 자막과 함께. 프로그램은 그런 말들을 하는 서유정에게 ‘독특한 캐릭터’라는 호감어린 표현을 선사했다. 앞으로 더 많이 남들의 사생활을 까발려달라는 격려였나?
김민준은 자신의 불쾌감과 별개로 김세아가 집중포화를 맞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김세아도 잘못했지만, 김세아 이상으로 제작진에게 화살이 가야 한다. 이야기를 그렇게 끌어가도록 유도하고, 그것을 자극적으로 포장해 ‘특종’이라며 공중파로 살포한 것은 김세아가 아니라 제작진이니까. 욕은 제작진이 먹을 일이다.
친숙함을 자기 캐릭터로 하는 연예인과 ‘환상’으로서의 이미지를 지키는 연예인은 분명히 다르다. 공중파에서 사생활을 까발려대면 그 환상이 깨질 것이다. 그것은 추상적인 명예 이전에 실질적인 자산에 흠집을 내는 것이다. 한 순간 시청률 장사하려고 남의 인격과 자산을 훼손하는 방송행태가 문제의 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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