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했어요> 3기 커플들이 출범했다. 시들어가던 시청률은 3기 커플 등장과 함께 반등하는데 성공했다. 이시영이라는 복병이 화제가 되면서 언론 노출도 많아졌다. 일부 언론에선 <우리 결혼했어요>의 부활을 점치기도 한다. 과연 <우리 결혼했어요>가 ‘V’자형 반등, 혹은 ‘U’자형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3기 커플은 이윤지-강인, 김신영-신성록, 이시영-전진, 태연-정형돈으로 구성됐다. 강인과 태연, 즉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라는 요즘 가장 ‘핫’한 아이돌의 전진배치가 눈에 띈다. 특히 소녀시대 태연의 캐스팅이 일단 성공적이다. 이시영과 함께 가장 많은 화제를 양산하는 이슈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시청자 다변화 전략도 보인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일요일 예능의 경쟁작인 <1박2일>, <패밀리가 떴다>에 비해 시청자 층이 젊은 여성으로 한정돼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소녀시대의 등장은 젊은 남성을 끌어들일 소재가 된다. 소녀시대가 가요프로그램에 등장했을 때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은 남자 목소리 일색이다. 그들을 흡수할 수 있다면 <우리 결혼했어요>에겐 천군만마가 될 것이다.
또, 이윤지는 젊은 연기자 같지 않게 일일드라마와 사극을 통해 중장년 시청자와 친숙한 존재다. 일일드라마 시청자들이 이윤지의 신혼극을 일일드라마처럼 받아들인다면 연령대가 넓어진다. 시청자 층이 수평, 수직으로 다변화되는 것이다. 제작진은 이제 매니아들만 이해할 수 있는 줄임말 자막도 없앤다고 한다. 이 또한 저변확대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3기에겐 ‘충돌’이라는 코드도 있다. 김신영-신성록, 이시영-전진 커플이 모두 삐걱대는 것이다. 태연-정형돈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돌이다. 천편일률적인 로맨스극 재탕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 다양화를 모색하는 느낌이다.
다양화의 또 다른 측면은 리얼리티 강화다. 김신영의 존재는 누구라도 반복되는 선남선녀의 로맨스라고 비난할 수 없게 만든다. 가장 판타지와 거리가 먼 ‘생활’ 캐릭터였던 정형돈을 굳이 다시 투입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이시영이 강력한 4차원 캐릭터 조커 역할을 한다. 적어도 화제성 면에서 이시영은 대박을 쳤다. 언론에서 <꽃보다 남자> 이민호와 함께 벼락스타로 분류되고 있는 중이다. 2기 출범 당시 4차원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줬던 화요비보다 이시영이 더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변화들을 통해 <우리 결혼했어요>의 봄날이 올 수 있을까?
- 로맨스 판타지가 없는 게 문제 -
3기 커플의 변화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로맨스 판타지로부터의 탈피’다. 대신에 상황극적 요소와 생활극적 요소가 강화됐다. 김신영-신성록 커플과 태연-정형돈 커플은 그 자체로 극적이다. 이시영-전진 커플은 성격과 기호의 불일치로 인해 극적인 요소가 생겨난다. 이윤지-강인 커플도 좀 더 자연스러운 생활극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결혼했어요>가 점점 지리멸렬해지자 언론은 도식적인 로맨스 판타지가 문제라고 지적했었다. 한 매체는 ‘어느 순간부터 '우결'은 타인이 만나 부부가 되면서 사랑하고 싸우고 다시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더 이해해가는 모습을 담으려던 초심을 잃어가고 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좀 더 리얼하고 자연스러운 결혼생활을 주문했던 것이다.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가 시들해진 신애-알렉스 커플이 그 대표적인 근거가 됐었다. 알렉스는 여자들을 단꿈에 젖게 만들고 남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로맨스가이‘ 캐릭터를 선보였다. 그런 식의 ’달콤한 사랑놀이‘는 이제 질린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면서 결혼생활 속에서 형성되는 진솔한 정서를 다루려 했던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지적.
<우리 결혼했어요>의 추락이 과연 로맨스 판타지의 과잉반복 때문이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로맨스 판타지에 질린 것이 아니었다.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로맨스 판타지가 사라진 것이 추락의 진짜 이유였다. 알렉스-신애 커플이 처음에 열광적인 반응을 받았던 건, 사람들이 그들의 사랑을 진짜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속에서 누군가 눈물을 흘렸을 때 엄청나게 화제가 됐던 것도 그 눈물이 판타지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곧 깨닫게 됐다. 그 모든 건 ‘쇼’의 일부라는 것을. 알렉스-신애 커플은 공백기 후 두 번째 등장했을 때 결코 이전의 영화를 회복할 수 없었는데, 그건 사람들이 이미 ‘깼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각자의 스케줄과 프로그램 상황에 따라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는 출연자일 뿐이구나‘라고 생각한 이후엔 로맨스 판타지가 형성될 수 없었다. 사람들은 ’질린‘ 것이 아니라 ’깼던‘ 것이다. 그러자 그 이후엔 누군가 눈물을 흘려도 사람들은 심드렁할 뿐이다.
- 설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
사람들이 ‘리얼’을 원하는 것이 맞긴 맞는데, 그렇다고 달콤한 사랑이 아닌 ‘찌질한’ 생활성 리얼을 원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사랑 이벤트에 질려서 티격태격하는 부부를 보기 원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리얼은 판타지를 줄 수 있는 ‘마치 진짜처럼 보이는 사랑’, 혹은 ‘마치 진짜처럼 보이는 정서와 관계의 전개’다. 이런 건 상황극이나 설정의 변화로 충족시키기 힘들다.
<우리 결혼했어요>의 근원적인 한계는 여기에 출연하는 사람들이 모두 바쁜 스타라는 데 있다. 오늘 알콩달콩 손발이 오그라드는 무한애정행각과 감동의 눈물까지 보였던 사람들이, 내일이면 다른 프로그램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남녀와 웃고 떠든다. 이러면 환상이 유지될 수 없다. 또 스타들은 지킬 것이 많아서 프로그램 속에서 진솔한 감정을 발전시키기 힘들다. 그들이 프로그램 속에서 진짜로 사랑하거나 미워하게 될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것이다. 이런 조건은 <우리 결혼했어요>를 ‘리얼’할 수 없도록 만든다.
만약 그들이 리얼한 감정을 프로그램 속에서 발전시킨다면, 즉시 대박을 맞을 것이다. 그땐 캐릭터나 설정 따위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게 된다. 반대로 그런 감정의 전개가 없다면 아무리 캐릭터와 설정을 다르게 변주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은 것이 된다. 시청자 입장에선 어차피 쇼라면 다른 재밌는 쇼도 많은데 굳이 이것을 봐야 할 이유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때 <우리 결혼했어요>가 줄 수 있는 것은 재미뿐이다. 요즘 소녀시대가 단체로 등장해 요란한 이벤트를 벌이는 것은 그런 한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렇게라도 시청자의 오감을 자극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결혼했어요>는 그 구조적인 한계상 ‘리얼’이 되기가 어려워졌으니까. 두 남녀의 진솔한 감정이 전개된다는 환상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1회용이었다. 이미 1기 커플이 그 자원의 상당부분을 소비한 이상, 그 다음 출연자들은 판타지를 회복하기 위해서 악전고투를 벌이다 추락하기 십상이다.
캐릭터와 설정의 문제가 아니라 정서적 리얼함에 의한 판타지의 회복이 관건이다. 생활적 리얼함이 아닌 정서적 리얼함. 즉 좋아하고 미워하는 감정이 진짜라는 환상을 주는 것. 그게 아니라면 확실한 예능적 재미라도 줘야 한다. 이도저도 아니고 그 중간에서 상황극으로 표류한다면 커플이 아무리 교체돼도 대대적인 반등은 힘들 것이다. 정서적 리얼 아니면 확실한 재미, 둘 중 하나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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