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데뷔한 포미닛과 2NE1을 비교하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제2의 원더걸스-소녀시대 구도가 탄생하나?‘라는 기대들을 담고 있다.
2NE1은 데뷔하기 전에 빅뱅의 이미지에 기대 지명도를 높였다. 포미닛은 원더걸스 전 멤버가 소속됐다는 것으로 원더걸스에 기대 지명도를 높였다.
데뷔한 후 2NE1은 아주 빠른 시간 안에 ‘그냥’ 2NE1이 되고 있다. 빅뱅에 묻어가는 여자 그룹이 아니라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진 그룹 2NE1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포미닛은 데뷔 시기를 기점으로 기존에 기대던 대상이 사라지고 홀로서기를 하는 방향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단지 기대는 대상이 바뀌는 변화를 겪고 있다. 즉, ‘원더걸스의 전 멤버가 소속된 그룹’에서 ‘2NE1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것이 기대되는 그룹’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남의 이름이 먼저 걸리고 그곳에서부터 그들의 입지가 생겨난다는 점에 있어서 본좌급 존재감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본좌는 남에게 자기 이름을 빌려줬으면 빌려줬지, 남에게 기대지는 않는다.
2NE1은 등장하자마자 제2의 빅뱅이라는 꼬리표가 쏙 들어갔다. 걸그룹으로서 2NE1이 보여준 모습이 본좌급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부터 구차하게 빅뱅의 이름을 걸지 않고, 과대 포장도 안 했으면 지금보다 더 빠른 시간에 더 큰 호응과 평가를 얻었을 것이다.
2NE1 자체가 뿜어내는 존재감이 스스로 본좌급이었기 때문이다. ‘자체발광’이라고나 할까? 반면에 포미닛에겐 자체발광의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두 걸그룹을 애써 한 범주로 묶으려는 것은 매스컴의 섣부른 기대로 보인다. 기사를 쓰는 입장에선 ‘소녀시대 vs 원더걸스’, ‘2NE1 vs 포미닛’ 이런 식으로 딱딱 정리되면 흥미진진하고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좋겠지만, 아쉽게도 현재까지 2NE1과 포미닛은 데뷔 시기가 비슷하다는 점을 제외하곤 존재감이 전혀 다르다. 저렇게 깔끔하게 묶기가 힘든 것이다.
- 애프터스쿨 분위기 -
애프터스쿨과 소녀시대, 원더걸스, 2NE1 등을 한 범주에서 논하는 기사는 없다. 그런데 포미닛은 소녀시대, 원더걸스, 2NE1보다 애프터스쿨에 더 가까워보인다.
1부리그라고 할 수 있는 본좌급 걸그룹에 비해 뭔가 존재감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에선 카라를 떠올리게도 한다. 하지만 카라는 청순하고 발랄한 소녀그룹 컨셉이다. 포미닛은 이 범주로 볼 수도 없다.
그러므로, 존재감이 강력하지 않으며 동시에 청순한 소녀 컨셉이 아니라는 점에서 애프터스쿨과 같은 범주라고 한 것이다. 어린 애프터스쿨? 작은 애프터스쿨? 아직 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애프터스쿨? 울긋불긋한 옷이나, 노래의 분위기, 목소리 등이 모두 그런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시원시원하고 파워풀한 느낌은 없는데, 그렇다고 귀엽거나 여성적인 느낌도 아닌 뭔가 애매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반면에 본좌급 걸그룹들은 모두 어느 하나 딱 부러지는 느낌이 있다. 요즘 각광받는 소녀시대는 귀여운 소녀 이미지이고, 원더걸스는 여성적인 소녀 이미지다.
2NE1는 시원시원하고 파워풀한 느낌이다. 거기에 섹시함과 귀여움이 조금씩 섞였다. 무엇보다도 무대에서 그들은 자연스럽고 자신감에 넘쳐 보인다. 정해진 안무를 순서대로 이수하는 느낌이 아니라 자신들의 넘치는 끼를 발산한다는 느낌이다. 이런 것들이 본좌급 존재감이 느껴지는 이유다.
포미닛은 분명하게 다가오는 무언가가 없다. 이런 2% 부족한 느낌은 애프터스쿨에서도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더 포미닛이 애프터스쿨의 범주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데뷔하자마자 나타난 존재감의 현격한 차이(혹은 포스의 차이?)로 인해 2NE1 과 포미닛을 하나의 범주로 묶으려는 매스컴의 노력이 허망해지고 있다.
포미닛이 진정으로 2NE1과 대결구도를 형성하는 날은 ‘제2의 ***’, ‘누구와 대결하는 ***’라는 식의 소개 없이도 그 자신의 존재감으로 자체발광할 때일 것이다.
과거에 핑클도 데뷔곡에서는 ‘제2의 SES'라는 식의 유사품 취급을 받다가, 다른 노래를 내놓으면서 소녀 이미지를 확고히 한 후 본좌급 자체발광 모드로 진화했다. 포미닛도 현재의 데뷔곡 컨셉은 약해보인다. 다음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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