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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강호동은 역시 대박, 무릎팍조연출의 증언

 

영화 <왕의 남자>를 촬영할 당시 이준익 감독은 이준기에게 그랬다고 한다.


‘공길 역할은 너 하기 나름이다. 니가 잘못하면 공길은 비호감이 된다.’


사실 남자가 남자 홀리는 중성적인 캐릭터일 경우 한국사회에선 매장감이 분명하다. 비호감이거나 천박한 느낌, 거부감을 주기 십상이다. 여기까진 기본적인 조건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조건이 기계적으로 모두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 가다 자신의 개성이나 능력으로 그 조건을 뛰어 넘는 사람이 있다. 조선 중기, 국가 기강이 땅에 떨어졌는데 그 오합지졸들을 이끌고 홀로 연승을 구가한 이순신 장군 같은 사람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이치다.


이준익 감독은 이준기가 자신의 힘으로 그렇게 일반적인 조건을 뛰어넘어 주길 기대했던 것이다. 이준기는 그 기대에 부응했고, 그에 따라 대스타가 되었다.



- 한밤의TV연예 사태에서 느낀 것, 역시 강호동! -


최근 <한밤의TV연예>가 욕을 먹었었다. 구준엽을 몰아붙이면서 인터뷰한 사건 때문이다. 일반적인 관례인 상대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는 인터뷰였다. 흔히 연예정보프로그램 인터뷰는 스캔들에 대해 스타가 해명하는 말을 하면, 그 한 마디만 듣고 그냥 넘어갔었다. 그런데 <한밤의TV연예>에선 구준엽에게 따져물었다.


결국 구준엽은 눈에 눈물까지 맺혀가며 항변했다. 그 바람에 <한밤의TV연예>와 해당 리포터는 ‘천하의 죽일 놈’이 됐다. 그 사태를 보며 ‘역시 강호동이야!’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런 식으로 몰아붙이는 토크쇼를 본격적으로 정착시킨 것이 바로 강호동이다. 강호동은 추성훈을 몰아붙이며 비슷한 종류의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시청자의 사랑을 잃지 않았다.


몰아붙일 땐 몰아붙이고, 공감할 땐 공감하고, 자제할 땐 자제하고, 스스로 당할 땐 당해주면서 자기조절을 철저히 했기 때문이다.


<한밤의TV연예> 리포터의 경우 공격적인 컨셉으로 스타의 진실을 끌어내겠다는 의욕은 나무할 데 없었으나, 너무 곧기만 한 것이 문제였다. 강호동처럼 상황을 유연하게 조절할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강호동이 호감과 비호감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스타를 몰아붙이는 데 반해, <한밤의TV연예>는 곧이곧대로 몰아붙이기만 했다. 그 때문에 엄청난 비난을 받기에 이른 것이다.


공격적인 인터뷰라는 설정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고, 시도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비호감이 될 수 있는 약점을 안고 있다. 마치 남자가 여자역할을 하는 것처럼. 이준익 감독은 이준기 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공격적인 인터뷰도 당사자 하기 나름이다.


결국 강호동의 힘이다. <한밤의TV연예>가 시청자의 공적이 되는 것을 보며 강호동의 능력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가 유재석 만큼의 개그감각이 없으면서도 대한민국 최고 MC 자리를 놓치지 않는지. 바로 상대자를 몰아붙여 진심을 끌어내면서도, 스스로 비호감이 되지 않을 만큼 제어할 수 있는 능력, 공격과 물러섬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능수능란함에 그 비밀이 있었던 것이다.



- 무릎팍도사 전 조연출의 증언 -


<무릎팍도사> 조연출을 했던 이와 만나 대화를 나눴었다.


 질문 - “출연자의 얘기를 어떻게 끌어내는 거에요? 다 대본이고 그래요? 박중훈쇼랑 무릎팍도사가 비교되는 것 중 하나가, 박중훈쇼는 출연자의 속에 있는 얘기를 전혀 끌어내지 못했다, 의례적인 얘기만 했다. 그런데 무릎팍도사는 그것을 끄집어내는 데 성공했다.”


 답 - “그게 이제, 호동이형의 장점이죠. 왜 강호동이 잘 나가는가라는 질문의 답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질문 - “무릎팍도사 보면서 강호동 씨의 친화력이든가, 순발력 같은 거에 깜짝깜짝 놀라거든요. 근데 저게 대본에 있는 건가, 아니면 진짜 강호동 씨의 능력인가 궁금했었죠. 대본+능력이라고 보면 될까요?”


 답 - “그렇게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제작진인데도 프로그램의 성공요인 1순위로 제작진의 치밀한 준비라든가, 편집의 힘 등을 거론하지 않고 대뜸 강호동의 능력을 거론했다. 내가 오히려 대본의 역할도 있지 않느냐고 재차 물었을 정도다. 이 말을 하기 전에 그는 MC들에 대해 평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했었다. 어차피 자신과 일을 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MC들에 대한 언급을 아예 피하던 그가, 먼저 강호동을 콕 찍어 언급한 것에 상당히 놀랐다. 강호동의 존재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최근 <무릎팍도사> 이준기 편에서도 출연자를 기분 나쁘지 않게 몰아쳐서 이야기를 살살살살 끌어내는 강호동의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스캔들에 대해 깊이 파고들자 말리던 이준기는 결국 배고프다고 딴전을 피우며 SOS를 쳤고, 강호동은 이때 물러서면서 이준기를 보호했다. 이런 게 감각이다. 강호동이 다시 신기를 발휘하자 이준기는 ‘우아 리액션 대박이야!’라고 했는데, 정말 공감가는 말이었다. 확실히 강호동은 대박이다.


그런 정도의 ‘대박’급 능력이 없으면 남을 다그치는 것은 삼가야 할 일이다. 비호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90%이기 때문이다. <한밤의TV연예>는 그런 능력 없이 금단의 영역에 발을 디뎠다. 결국 시청자의 응징을 받았다. 난타당하는 <한밤의TV연예>를 보며 역설적으로 강호동의 능력을 다시금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