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남성들 사이에서 한국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비하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최근 작업 경험담(field reports)'이나 '작업기술 공유(guides and tips)'등 여러 테마별로 나누어진 게시판에는 노골적인 성행위 관련 속어를 이용해 한국 여성들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고 한다.
"한국 여자들은 보수적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
"순결과 관련된 한국 여자들의 말은 그대로 믿지 말라"
"(한국 여성들은) 만난 지 1~2시간 만에 함께 은밀한 장소로 이동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여자들"
"공주병에 걸린 한국 여자들은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남자들을 테스트하고 대접받기를 좋아한다"
이런 식의 한국 여성평도 있다고 한다. 이 외국인들은 강남 클럽에서 ‘한국 여성 꼬시기‘ 이벤트도 진행한다고 한다.
분통이 터지는 뉴스다. 외국인들이 하는 말이 단지 기사가 표현한 것처럼 ‘비하’이면 얼마나 좋으랴. 비하가 아니라 정확한 사실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더 분통이 터진다. 과거 조선이 중국에 사대할 때도 여인들이 중국인에게 몸을 던지지는 않았었는데, 지금은 어떤 면에서 그때보다 더한 것 같다.
분통 터지는 소식이니만큼 당연히 이 기사엔 열폭하는 네티즌의 댓글들이 달렸다. 대체로 ‘(일부) 골빈녀’, ‘한국 된장녀’ 등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여자들이 나라망신 시킨다는 한탄도 있었다.
한국 여성들의 극단적인 외국인 밝힘증은 이미 공인된 현상이기 때문에, 굳이 이것을 ‘비하’라고 할 필요는 없다. 사실이고, 우리의 치부가 드러난 일로 봐야 한다. 하지만 그 치부가 단지 여성들만의 일일까? 남성들은 일부 ‘골빈녀’들을 단죄하고 훈계하기만 하면 되나?
- 한국사회 자체가 썩었다 -
기사는 외국인이라고만 했지만, 그 외국인들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인도인? 흑인? 중국인? 당연히 아니다. 그 외국인들이란 당연히 ‘영어 쓰는 백인’들일 것이다.
영어 쓰는 백인이라면 설사 무지하고 무능력한 ‘양아치’라도 한국에선 떠받들어진다. 여성들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남성들도 그런다. 한국사회의 시스템 자체가 그렇다. 그러니까 그들이 한국인을 우습게 아는 것이다. 영어와 미국을 숭배하는 마음이 한국인의 골수에 사무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우리는 일본을 우습게 여기지만 일본은 우리처럼 미국과 영어를 숭배하지 않는다. 일본은 우리처럼 미국 박사들이 대학 교수자리를 휩쓸지도 않고, 미국식 영어를 국민에게 강요하지도 않고, 미국식 경영을 제일로 여기지도 않는다.
일본의 전후 경제발전은 미국과의 대결의식 속에서 가능했다고들 한다. 일본에서 정밀전자기술이 발달한 것은 그들이 2차대전 당시에 정밀전자기술 때문에 패배한 것에 한이 맺혀서 그런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인이 사죽을 못 쓰는 니콘 카메라 등도 일본이라는 국가가 서구와 대결하는 과정에서 육성한 기업이다.
반면에 요즘 한국에는 미국에 대한 대결의식 같은 것이 아예 없다. 엄연히 국가 대 국가이므로 우호관계도 맺고 때론 대결도 하면서 각자 주체적으로 정립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한국에선 오로지 미국을 추종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드높다.
국가를 이런 분위기로 몰아간 것이 ‘골빈녀’ ,‘된장녀’들인가? 아니다. 권력을 가진 ‘아저씨‘들이다. 아저씨들은 광복절날 성조기를 들고 집회를 열기도 한다. 미국은 분명히 우리의 맹방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우리 광복절날 남의 나라 국기가 등장하는 것은 과잉충성이다.
2000년 전후에 한 미국계 회사원의 한국 근무담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 황제처럼 살았다고 했다. 낮에도 밤에도 모두가 자신을 떠받들었다는 것이다. 밤에는 한국 여자들이 그랬다. 그럼 낮에는? 멀쩡한 한국의 중견 회사원들과 관료들, 그 뒤에 있는 경영자들이 외국인에게 벌벌 떨었다.
일부 여성들은 외국 남성들과 잠시 쾌락을 나누는 수준이지만, 남성들이 백인 남성들에게 퍼준 것은 ‘국부’다. 아주 빠른 시간에 한국은 멕시코 수준으로 금융을 외국인들 손아귀에 넘겼고, 여타 기업의 지배권도 넘겼다.
왜? ‘백인 남성‘들은 훌륭하니까. 그들이 바로 글로벌 스탠더드니까. 그들이 은행과 기업을 잘 경영해줄 테니까. 과연 그렇게 됐을까? 천만에!
- 여자 말고 정치를 논하라 -
그들은 ‘투기자본’이라는 신조어를 남겼을 뿐이다. 수많은 은행과 기업 등이 그들에게 부를 강탈당했다. 그러고도 한국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민영화와 개방으로 여전히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려 한다. 그것이 선진화란다. 그러면서 전 국민더러 영어를 써야 한다고 윽박지른다.
‘백인 = 선진화 = 영어 <-> 후진 한국’
한국인의 의식 속에 이런 관념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사회 전체가 백인을 숭상하며 각자 능력껏 그들에게 퍼주고 있다. 기득권 남성은 국부를 퍼주고, 일부 여성은 몸을 퍼주는 셈이다.
그들이 보기에 한국이란 나라가 얼마나 우스울까? 한국여성뿐만이 아니라 나라 전체가 우스울 것이다. 조선 중기 명청교체기, 즉 동아시아 패권 교체기 때 오직 숭명사대만을 주장한 선비들로 인해 조선 여인들이 청나라에 끌려가는 수모를 당했다. 지금은 세계패권 교체기다. 미국패권의 시대가 저물어간다는 소리다. 그런데 한국에선 오직 숭미사대파들의 목소리만이 드높다. 그 속에서 한국경제와 한국여성이 우스운 꼴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골빈녀’. ‘된장녀’들을 아무리 욕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사회 자체의 기풍이 바뀌어야 한다. 미국을 숭상하는 사회분위기, 영어를 숭상하는 교육제도는 굴종적인 국민을 만들 수밖에 없다. 자부심과 오기가 있는 주체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국민의 노예근성이 사라진다. 이것을 위해선 여성들을 욕할 시간에 ‘바른 정치’를 논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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