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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유이의 퉁퉁 부은 얼굴은 좋아보였지만

 

전에 유이가 위태롭게 보인다고 쓴 적이 있다. 유이의 인기가 거품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이의 행보가 그 거품을 빨리 꺼뜨리는 쪽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에 위태롭다고 지적했었다.


언제부터인가 유이는 ‘허벅유이’라는 애칭과 함께 신드롬의 주인공이 됐다. 네티즌은 찬양 일색이었고, 애프터스쿨이 TV에 나오면 유이에게만 클로즈업이 집중됐었다. 난 도무지 그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시 유이는 <세바퀴>나 <스타킹> 등에 나와 시원시원한 춤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 춤 이외엔 유이에게서 어떤 매력도 찾을 수 없었다. 뭔가 답답하고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녀가 돋보이는 건 오직 춤을 추는 순간뿐이었고, 그렇지 않을 땐 전혀 존재감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꿀벅지’라는 신조어와 함께 그녀는 승승장구하며 예능의 주역으로 부상한다. 이것이 위태로웠던 건 그녀의 장점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단점이 드러나는 길로 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장점은 ‘시원시원한 기럭지 + 튼실한 바디라인 + 폭발적인 무대 퍼포먼스’에 있었다. 하지만 얼굴이나 태도에선 존재감이 약했다. 그러므로 그녀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쇼를 준비해 선보이는 것이 유이를 위한 가장 합리적인 전략으로 생각됐다.



반대로 TV에서 폭발적인 무대가 아닌 방식으로 자꾸 노출되면 단점이 눈에 띌 수 있으며, 당대 최고의 섹시퀸으로 대접받는 것과 그 단점 사이의 괴리감에 의해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난 그녀가 예능의 주역으로 부상하며 드라마에까지 진출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봤던 것이다.


위에 말한 것처럼 차라리 그럴 시간과 에너지를 솔로 데뷔 당시의 효리처럼 최일류급의 무대를 만드는 데 투자하는 것이 나은 전략이라고 여겼는데, 이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유이의 신체적 장점은 다른 한국 여성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것이 유이에게 이로울 것이다. 한 마디로 유이는 일상에서의 클로즈업보다 쇼무대에서의 풀샷이 더 매력적인 사람인 것이다.


- 덤순이의 작은 반전 -


하지만 계속해서 유이를 부정적으로 봤던 것에서는 지난 주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패밀리가 떴다>와 <미남이시네요>에서 그녀가 ‘허벅유이’로 뜰 당시의 답답함이 아닌 당당하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여가수는 무대 위에서 화려해보이다가 드라마에 진출하는 순간 냉정한 외모 평가를 받게 된다. 드라마는 무대 위에서의 카리스마를 배제하고 가수의 외모를 더 냉정하게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유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미남이시네요>에서 CD만큼 작지는 않은 얼굴의 크기가 부각됐다. 한예슬처럼 CD만큼 작은 얼굴이 각광받는 요즘 분위기에서 이것은 유이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그 단점이 <패밀리가 떴다>에서 퉁퉁 부은 얼굴로 극대화됐다. 하지만 유이는 그것을 전혀 감추거나 의기소침해하지 않고 웃으면서 내보였다. 이 대목에서 그녀가 당당해보였다. ‘덤순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녀의 행동도 자연스럽고 활기차보였다. 과거의 답답함은 느낄 수 없었다.



<미남이시네요>에서 그녀는 구설수에 오른 몇몇 여가수 출신 배우들과는 전혀 다른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보통 외모로 뜬 여가수들이 드라마에 출연하면 대사는 답답하고, 표정은 밋밋하기 마련이었다. 몸을 던져서 생생하게 연기한다는 느낌이 없었던 것이다.


유이는 달랐는데, 특히 지난 주에 황태경의 마음을 확실히 알고 난 후 격하게 반응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얼굴을 구기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고, 소리치는 것도 시원시원했다. 유이의 또 다른 재능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예기치 못했던 연기력과 <패밀리가 떴다> ‘덤순이’의 활기찬 모습을 통해 모처럼 유이가 좋아보였다. 이건 긍정적인 일이다. 여기까진 좋다. 하지만 유이의 장점이 몸과 무대 퍼포먼스에 있다는 것은 여전하다.



제시카는 그렇게 많은 쇼프로그램에 출연했었지만 전혀 존재감이 없었다. 심지어 비호감의 분위기까지 있었다. 그러다가 올 여름 완벽했던 ‘냉면’ 무대를 통해 한 방에 다른 차원의 존재감을 획득할 수 있었다. TV에 마냥 많이 나간다고 무조건 좋은 일이 아니라 결정적인 한 방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사례였다.


유이도 여기저기서 이미지를 소모하는 것보다 결정적인 무대를 보여준다면, 한국 여성에게 ‘넘사벽’인 그녀의 신체적 장점이 작용해 눈부신 아우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아우라가 생기면 다른 단점들을 가릴 수 있게 된다.


‘기럭지와 바디라인과 폭발적인 무대 퍼포먼스를 과시할 수 있는 그녀만의 컨텐츠로 사람들을 후덜덜하게 만들어 확고한 카리스마를 형성하는 것‘이 그녀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전략으로 생각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