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하를 또 한번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억울하다’ 발언 기사가 사라졌다. 정준하 측은 절대로 억울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정식으로 인터뷰를 한 적도 없고 문제의 기사를 쓴 기자와 인사말 정도를 나눈 게 다라고 한다.
추측컨대, 그 기자가 던진 떡밥을 정준하가 덥석 물었고, 와중에 그 기자는 정준하의 반응 이상으로 과장된 기사를 써서 정준하를 지옥으로 몰아넣으며 <무한도전>에 재를 뿌린 것으로 보인다.
‘미안하다’라고 사과해서 용서 받은 지 며칠 만에 ‘억울하다’라고 말을 바꾸면 정준하가 어떻게 될 거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기자가 일부러 ‘억울하다’는 카피를 뽑았다면 가히 정준하 죽이기라 할 만하다.
설사 정말로 정준하 입에서 억울하다는 말이 나왔어도 그게 정식으로 입장을 밝히는 인터뷰가 아니라 사적인 대화중에 잠시 스쳐가는 푸념이었다면, 그것을 기사로 전해선 안 됐다. 사람을 죽이는 게 기자가 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정준하가 하지도 않은 억울하다는 말을 카피로 뽑은 것이 사실이라면 해당 기자는 무슨 비난을 듣더라도 할 말이 없다. 황색저널리즘도 이런 황색저널리즘이 없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기자들의 낚시성 취재행태에 문제가 있다. 한 PD가 자신은 기자랑 절대로 대화를 안 한다고 했다. 왜 그러냐고 하자, 전에 인터뷰를 했는데 인터뷰가 다 끝나고 기자가 수첩을 덮으면서 농담조로 한 마디 물어봤다고 한다. 별 생각 없이 가볍게 대답했는데, 다음날 기사를 보니 마지막에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 제목 카피로 나와 있더란다. 그때 이후로 기자만 보면 무서워서 아예 입을 닫아버린다고 했다.
취재원이 한 말 중 가장 논란을 부를 만한 섹시한 문구만 떼어내서 앞뒤 자르고 기사화하는 관행. 취재원이 그런 말을 하지 않으면 이리저리 질문을 툭툭 던지며 유도하는 관행이 모두 문제다. 이번엔 아예 하지도 않은 말까지 기사화해 논란을 부추겼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아마도 사람 좋은 정준하가 기자와 소탈하게 대화를 나눈 것이 악의적인 기사로 둔갑한 것 같다. 사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나눈 대화가 활자로 객관화될 때의 충격은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그런 식으로 사적인 대화를 까발리는 건 폭력인데, 거기에 없는 말까지 지어내는 건 정말 무서운 폭력이다. 정준하가 그런 폭력의 희생자가 됐다면 동정할 수밖에 없다.
- 정준하에게 여전히 안타까운 것 -
그렇다고 정준하가 마냥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위에 한번 당하고 정신이 번쩍 들어 아예 기자와 말도 안 한다는 PD처럼, 몇 번 접해보면 누구나 기자의 위험성을 알게 된다. 정준하처럼 구설수에 많이 올랐던 유명인은 그 세계의 생리를 더 잘 알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주의했어야 했다. 기자가 민감한 사건에 대해 아무리 사적으로 물어봤다고 해도 긴장을 풀면 안 됐다. 아예 노코멘트했거나, 시청자에게 죄송하다는 입장만 반복해서 얘기했다면 기자에게 꼬투리를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억울하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기자와 인사말을 나누는 과정에서 속상하다는 말은 했다는데, 이런 식으로 기자가 던지는 떡밥을 문 것은 정준하의 부주의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정준하 정도 되는 유명인은 대중에게 비치는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언제나 긴장할 필요가 있고, 기자를 만날 땐 특히 더 그래야 한다. 더구나 이번에 문제의 기사를 쓴 기자는 <무한도전> 팬들 사이에서 ‘안티 무도’ 기자로 아주 유명한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긴장했어야 했다.
기자들의 보도행태가 하루 아침에 변하길 기대하는 것은, 내일 당장 통일이 되길 바라는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그러므로 당하는 사람이 주의해야 한다. 정준하가 더 주의해야 한다는 말이다. 구설수의 아이콘이 된 정준하가 안쓰러운 것과 별개로, 그에게 더욱 영리해질 것을 요청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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