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중사회문화 칼럼

소녀시대 떡밥 작가가 얄미운 이유

 

이 문제에 대해 가만히 있었지만, 논란이 이미 커져서 사태가 되었으므로 간단하게 지적한다. 정초부터 인터넷 언론을 달군 이른바 ‘소녀시대 성희롱 만화’ 사태 이야기다.


모 작가가(이름을 거론하기 싫다) 소녀시대를 성적으로 부적절하게 표현했다는 것으로부터 발생한 논란이다. 그것을 일컬어 성희롱이라고 하며 언론들이 일제히 기사를 쏟아냈다. 한 포털에 ‘소녀시대 성희롱’이라는 검색어를 치니 무려 15페이지에 걸쳐 관련 기사들이 이어진다.


아무래도 매체들이 성희롱이라는 ‘떡밥’을 물고 파티를 벌이는 것 같다. 자극적인 떡밥에 앞뒤 안 가리고 올인하며 사태를 키우는 것이 한국 언론의 행태였다. 최고의 걸그룹 소녀시대에 성희롱이라는 키워드가 붙었으니 얼마나 선정적인가?


옳다구나 하고, 소녀시대 성희롱이라는 키워드를 제목으로 달아 일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소녀시대 만화가 매체들에겐 신년 선물이었던 것 같다.



만화가는 그런 식으로 매체를 자극하고, 또 소녀시대 팬클럽을 건드려서 사태를 창조해냈다. 키워드가 소녀시대 성희롱으로 잡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녀시대 VS 만화가‘의 구도가 형성됐다. ’우리 소중한 소녀시대를 왜 건드려!‘


이러면 어떻게 될까? 그 만화가가 뜬다. 사태의 수혜자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눈사태처럼 쏟아진 기사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 만화가의 지명도는 최고 수준에 달했다. 이것이 단지 우연일까?


그게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얄밉다. 그 만화가는 이전에 소녀시대 관련 논란을 한번 겪었었다. 당시엔 그가 순수하게 소녀시대에 대한 느낌을 표현한 줄 알았기 때문에, 그를 옹호했었다. 그는 얼마 전에 TV 시사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이 악플 때문에 고통을 받았다는 식으로 얘기하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나서 이렇게 ‘소녀시대 - 속옷 - 떡치다’라는 비난이 쏟아질 것이 뻔한, 극히 예민하고 부적절한 내용의 만화를 버젓이 그린 것이다. 이미 한번 비슷한 소재로 일을 당했었는데 또 했다? 이건 악플이 쏟아지고, 논란이 벌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정해진 수순대로 언론과 인터넷은 반응했고, 논란과 함께 지명도는 올라갔다. 즉, 이 사태로 인해 그 만화가의 지명도가 올라간 것이 우연이 아닌, 의도된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여겨진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위에 얘기했듯이 얼마 전에 네티즌을 비판하는 시사프로그램에 악플의 피해자인 것처럼 나타났으니 얄밉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이 사태의 본질은 ‘소녀시대 성희롱’이 아니라, ‘소녀시대를 떡밥으로 한 노이즈마케팅’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녀시대 성희롱으로 중심주제가 잡히면, 사안의 선정성과 함께 일은 커지고, 결국 대중이 소녀시대라는 떡밥을 덥석 물어 노이즈마케팅에 놀아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소녀시대라는 ‘떡밥’은, 차후에 얼마든지 다른 악플과 논란을 부를 만한 떡밥으로 교체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작가는 고 장자연 씨 죽음 후에 그녀에 대한 부적절한 만화로 악플을 부른 적도 있다고 한다. 떡밥이 교체될 때마다 그때그때 격렬하게 대응하면 노이즈마케팅만 성공하게 된다.


꼭 이일이 아니더라도 욕먹어서 뜨려고 작정한 것처럼 보이는 사례는 의례히 선정적인 내용을 걸어 사람을 자극하는 법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비난하게 되고, 그렇게 욕먹어서 뜬 다음에 네티즌 비판 프로에 나와 악플의 희생자로 또 뜨면, 네티즌만 두 번 죽는다. 그래서 얄밉다. 힘들겠지만 노이즈마케팅처럼 보이는 도발엔 무시하는 게 정답이겠다.


일을 이렇게 키운 데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떡밥을 애호하는 언론이 한몫했다. 소녀시대 성희롱이라는 키워드가 너무나 탐스러웠나보다. 그것을 제목으로 붙인 기사들을 연이어 뱉어냈다. 잠깐만 생각해도 일부러 도발한 것 같다고 느낄 수 있는데, 굳이 거기에 장단을 맞춰주며 성희롱 파문을 만드는 데 합작한 셈이다. 만화가는 얄밉고 매체는 유감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