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오역파동에 휩싸였다. 추사랑이 엄마와 함께 한라봉 농장에 갔을 때, 한라봉을 먹으면서 엄마에게 새 한라봉을 건넨 장면이 문제가 됐다. 식탐이 많은 추사랑이 한라봉을 끊임없이 먹으려는 듯한 상황으로 번역이 됐는데 사실은 엄마를 배려한 상황이었고, 엄마인 야노시호는 추사랑에게 ‘엄마는 이미 먹었어’라고 했는데 자막은 추사랑의 식탐을 지적하는 듯한 내용으로 번역돼 나왔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고의가 아닌 실수이며 아이들의 말을 방송용으로 의역하는 과정에서 나온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사실 주 단위로 프로그램을 만들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실수는 언제든지 있을 수 있다. 또 방송 제작진이 일본어 능통자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번역자가 따로 있다 하더라도 촉박한 편집 일정 속에서 편집과 자막처리에 미숙한 점도 있을 수 있다. PD가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시사나 다큐처럼 사실관계가 명확해야 하는 프로그램은 아니지 않느냐고 이야기한 것도 맞는 말이다. 예능은 기본적으로 사실보단 재미를 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티즌의 질타가 끊이지 않는 건 바로 얼마 전에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 출연자의 자살 사건이 있었을 정도로 일반인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예능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짝>의 출연자는 자신이 불쌍한 캐릭터로 그려질 것이란 예감에 큰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방송이 나간 후엔 한국에서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걱정도 했다는데, 그런 스트레스가 해당 출연자를 심리적으로 벼랑 끝에 밀어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바로 이것이 ‘악마의 편집’으로 인한 문제다. 악마의 편집이란 출연자를 하나의 캐릭터로 정해, 그것만을 과장해 보여주는 편집을 말한다. 이기적인 캐릭터로 찍힌 사람은 여러 촬영분중에서 그런 모습만을 보여주고, 불쌍한 사람은 일부러 그런 것만 골라서 보여주는 식이다. <슈퍼스타K>에서 독단적인 막말 캐릭터로 방송된 사람과 관련해, 사실 그보다 더한 막말을 한 출연자도 있었지만 제작진이 그 한 사람의 막말만 집중적으로 편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악마의 편집은 스토리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데에 개입하기도 한다. 한 오디션에선 출연자의 사연을 극적으로 꾸며 방영했다가 나중에 그 사연의 주인공이 거짓말을 했다며 시청자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억지로 스토리를 만드는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감동적 이야기의 곁가지를 편집으로 제외했다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코리아 갓 탤런트>에서 ‘한국의 폴 포츠’ 스토리로 부각된 최성봉의 경우 본인이 성악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는 말을 했지만 그건 감동적 스토리와 상관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편집에서 제외됐고, 그 바람에 최성봉이 악플의 희생양이 됐었다.

 

이 모든 것은 출연자를 오로지 재미를 위한 도구로 여기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살아있는 인격이 아닌 그저 편집상의 소재, 캐릭터로 생각하기 때문에 특정한 성격만을 부각시킬 수 있고, 그 때문에 발생하는 왜곡, 상처, 악플 등에 둔감한 것이다. 이미 예능에서 이런 문제가 심각했었기 때문에 이번 추사랑 오역 문제를 네티즌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추사랑은 윤후의 뒤를 잇는 먹방계의 ‘끝판왕’으로 군림했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가장 핵심적인 캐릭터가 바로 추사랑의 식탐 캐릭터였다. 그동안 제작진은 추사랑이 음식 먹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편집해서 방송해왔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번에도 제작진이 추사랑의 말을 일부러 식탐의 캐릭터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오역, 혹은 의역했다는 의문을 제기한다. 추사랑에게까지 악마의 편집을 적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제작진 말대로 단지 오해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의혹을 제기할 이유는 충분하고, 이번 기회에 방송의 진실성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도 충분해보인다. 연예인은 자신이 특정 캐릭터로 부각되는 걸 감수할 수 있지만 일반인은 그렇지 않다. 본의 아니게 하나의 캐릭터로 부각된 일반인은 실생활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일반인에 대한 악마의 편집은 엄연한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크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부모와의 진솔한 관계를 보여주는 청정예능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악마의 편집, 오역, 조작 논란에 휩싸이면 타격이 매우 커진다. 이번 일을 예방주사로 삼아 앞으로 더욱 신뢰성을 높인다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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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게 실수라구요?
    비슷한 내용이어야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이해를 하지...전혀 다른 내용인데
    실수이며 해프닝이라구요?
    요즘 예능PD들 정말 머리에 뭐가 들었는지.
    예능 좀 띄워주니 참 가관이네요.
    솔직하기나 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