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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무한도전 노홍철 하차에 새삼 치미는 생각

 

노홍철이 무한도전에서 하차했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지 단 하루도 안돼서 내려진 결정이다. 정확히 혈중 알코올 농도가 얼마인지 아직 밝혀지지도 않았다. 전에 길이 하차했을 때는 0.1%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지만, 노홍철의 경우엔 그보다 훨씬 경미한 수준일 수도 있다. 혈액 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아직 기다려야 하는데도 노홍철은 하차를 전격 결정했고 <무한도전> 제작진은 받아들였다.

 

이런 경과를 보면서 새삼 화가 치밀어 오른 것은 정작 이렇게 전격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사람들은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데 엉뚱하게 연예인들이 그 사람들 몫까지 다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바로 공인들 말이다. 연예인 같은 ‘사이비’ 공인 말고 진짜 공인들. 국회의원, 장관 등 공직자, 정치인,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무책임이 연예인의 무한책임과 비교된다.

 

 

노홍철은 주차한 차를 옮기다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정도의 사건으로 즉시 하차를 결정했는데 반해, 장관 등 고위공직 인사청문회장에선 ‘기억이 안 납니다’, ‘모르겠습니다’,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정도의 발언만 하고 자리에게 뭉개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웬만한 불법, 탈법 사례들 몇 건 정도는 그냥 ‘밑밥’으로 깔고 가는 분위기다. 만약 주차한 차량 옮기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실이 있다며 국회의원 사퇴하라고 했다가는 비웃음이나 살 것이다.

 

요즘 삼성SDS 주식 대박 이야기가 화제다. 삼성가 인사들이 삼성SDS 상장으로 엄청난 거액을 챙기게 됐다는 뉴스다. 그런데 이것은 애초에 불법행위로부터 비롯된 일이었다. 삼성SDS 주식을 헐값에 관련 인사들에게 넘겼기 때문에 상장 후 거액을 챙기게 된 것인데, 이 부분은 이미 업무상 배임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도 결국엔 거액을 챙긴 것이다. 유죄 판결이 나오건 말건 부와 권세를 누리는 데에 별 지장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엽기적인 행각이야 더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국회의원들을 보면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에게 사퇴란 없다’라는 굳은 의지가 느껴진다. 의원이 경찰에 잡힐 것 같으면 동료들이 방탄국회도 열어준다.

 

장관 후보자나 장관들은 구설수에 올라도 국민의 원성보다 대통령 눈치를 더 살피는 것 같다. 아무리 질타가 쏟아져도 대통령의 신호가 있어야만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종종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일개 연예인인 노홍철은 일이 터지자마자 전격적으로 사퇴했고 제작진은 사후에 승인했다. 왜 한국에선 연예인이 ‘높은 분들’보다 더 큰 사회적 책임을 지는 걸까? 이건 뭔가 크게 잘못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는 국민들이 진짜 공인인 높은 분들, 지도층의 잘못엔 매우 관대한 반면, 사이비 공인인 연예인들의 잘못엔 서릿발처럼 엄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 구설수나 범법행위에 연루된 사람이라도 고위직엔 쉽게 복귀하는 반면, 연예인으로의 복귀는 어렵게 됐다. 결국 연예인만 국민을 무서워하고 고위층 인사들은 국민을 우습게 아는 나라가 돼가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