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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진짜사나이 바보 눈물쇼 언제까지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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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이 방영되고 있다. 당황하고 고생하다 우는 과정이 나오는 중이다. 이러다 전우애가 나오고 힘든 과정을 이겨내며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스토리가 이어질 걸로 예상된다.

 

연예인들이 이렇게 당황해하고, 생고생하면서 괴로워하고, 그러다 감동적인 우정을 보여주고, 그런 과정을 거쳐 한층 커가는 모습은 재미도 있고 울림도 있다. 그런 점을 노리고 예능 제작진은 당황과 고생의 강도를 높여간다. 힘들어야 더 리얼하게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성장의 과정도 더욱 드라마틱하게 부각된다.

 

이렇게 고생의 강도가 높아지다보니 이젠 무의미한 가학의 연속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여군특집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은 군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체력도 떨어지는 여자들을 갑자기 군 훈련소에 데려다 놓고 정신없이 다그치는 내용이다.

 

 

출연자들은 실수를 연발하며 당황해하고, 고통을 호소한다. 그런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는 하지만 동시에 ‘왜 이 시대의 예능은 타인의 고통을 웃음꺼리로 삼는 것일까‘라는 질문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체력이 떨어지는 여자들에게 갑자기 군대훈련을 시켜 괴로움을 안겨주는 것이 어떻게 우리의 오락이 된 것일까?

 

다음 주엔 화생방 훈련이 예정되어 있다. 이제 여자들을 가스실로 몰아넣어 콧물까지 흘려가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연출할 것이다. 지난 방송분에선 시력이 많이 떨어지는 강예원에게 갑자기 실과 바늘을 주고 정해진 시간 안에 바느질을 끝내라며 다그치는 장면이 방영됐다. 오락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워낙 극한상황까지 몰아붙이기 때문에 출연자의 정서가 격동되어 쉽게 눈물을 흘린다. 고생의 수위가 높은 프로그램에서 여성출연자들이 흔히 보여주는 모습인데,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은 그 생고생 눈물쇼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눈물을 쥐어짜가며 예능을 만드는 세상인 것이다.

 

 

<진짜사나이>의 또다른 재미 전략은 바보 만들기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바보 캐릭터를 배치해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다. 외국인이 바로 그런 바보 캐릭터에 당첨됐다. 외국인은 한국말과 한국문화를 잘 모르기 때문에 갑자기 한국 군대 훈련을 시키면 혼란스러워하는 것이 당연하다. 한국말을 못 알아들어 눈물 흘리던 엠버는 질책하는 소대장에게 ‘이즈.. 이즈... 잊으시오’라고 황당한 말을 해서 시청자를 폭소하게 했다. 엠버가 한국말을 몰라 말도 안 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제작진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바보와 생고생의 눈물쇼’를 반복적으로 봐야 하는 것일까. 도를 넘는 고생쇼, 외국인까지 동원한 바보쇼의 반복은 웃기긴 웃겨도 그 뒷맛이 개운치 않다. 눈물 콧물 안 쥐어짜고, 생고생으로 사람을 벼랑까지 밀어붙이지 않고도 예능을 충분히 만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