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시민사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토크콘서트 연사에게 사제폭탄을 투척한 사건이 터진 것이다. 다행히 사람이 죽거나 심각한 중상을 입는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것이 심각한 사태인 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일탈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어떤 사회적 흐름 속에서 이미 예고되어왔었고, 현재의 흐름을 보면 앞으로 보다 강한 형태로 비슷한 사건이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즉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사회적 변화의 한 부분이 드러나는 상징적인 사태여서 심각한 것이다.

 

 

그 변화란 일베라는 사이트를 중심으로 일부 청년층의 분노가 결집되고, 이것이 인증샷 문화와 맞물려 행동으로 부추겨지는 흐름을 말한다. 이번 테러를 저지른 범인도 버젓이 자신의 범행을 과시하는 이미지를 인터넷에 게시했고, 여기에 대해 일부 네티즌이 영웅적으로 떠받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극단적인 행동을 과시하고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 문화에선 점점 더 극단적인 행동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일베의 게시글 문화가 결국 사람을 향한 실제 폭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이미 누차 경고했었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선 이런 폭력행동이 더 발전했으면 발전했지 잦아들 것 같지 않다.

 

일베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행동문화가 우리 자유대한의 질서에 반하는 것은, 그것이 자유민주주의 여론 소통의 핵심인 공론장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과거 대학가에서 대자보 바람을 불었을 때, 한 네티즌은 대자보를 찢어버리고 그 인증샷을 올렸었다. 자유민주주의의 방식은 마음에 안 드는 대자보가 있을 때 거기에 반박하는 다른 대자보를 써서 게시하는 방식이다. 반면에 북한, 나찌 등의 방식은 마음에 안 드는 대자보를 없애버리고 나아가 그걸 쓴 사람을 처벌한다.

 

일베를 중심으로 일각에서 나타나는 행동문화는 북한, 나찌 등의 방식과 닮았다. 따라서 대자보를 찢어버린 것은 초기단계이고 결국엔 마음에 안 드는 주장을 하는 사람을 찾아 테러를 가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을 보면 결국 그렇게 돼가고 있는 것 같다.

 

일부 청년, 청소년들이 이런 행동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단순히 영웅적 행위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우리 교육이 입시 문제풀이만 시키는 사이에 자유시민사회에 걸맞는 시민적 소양을 가르쳐주지 못해서 발생하는 일들이다.

 

근대시민사회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폭력은 국가가 독점한다. 따라서 자유시민에겐 폭력을 행사할 자유가 없다. 우리는 오로지 말로서 토론할 뿐이다. 처벌하거나 배제해야 할 대상이 나타나면 신고하면 된다. 그러면 국가가 물리력을 행사한다. 이것이 우리 자유대한의 가장 근간이 되는 질서다.

 

이런 질서를 무시하고 서로 자기 분을 풀겠다며 사적 폭력을 휘둘러대면 우리 사회는 순식간에 지옥이 될 것이다. 이념적 테러가 가해지면 반대 진영도 방어를 빌미로 물리력을 보강하게 된다. 그러면 극한대결을 펼쳐지고 극단적 주장을 일삼는 강경파들이 모든 진영에서 득세하게 된다. 결국 중간지대에서 합리적 해결을 모색하는 온건파들은 축출당하고 끝없는 대결과 보복, 증오만이 남는다. 일베 등의 움직임에선 그런 사회적 퇴행의 전조가 읽힌다. 우리가 이번 일을 심각하게 봐야 하는 이유다.

 

물론 백두혈통을 추종하는 북한 봉건왕조 사이비종교 체제가 우리의 시민사회원리와 심각하게 대립한다는 점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 논의와 별개로, 일베를 중심으로 일각에서 나타나는 폭력테러의 조짐도 우리 시민사회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이야기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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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행동 자체만 보면 비판받을 일이지만, 그 행동의 대상이 종북이기 때문에 마땅히 할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사전인증, 사후인증을 하는걸 보면, 참 철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 2014.12.12 14:24  수정/삭제 댓글주소

      이 글을 전혀 이해 못한 사람이네요.
      나 역시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북한 왕조를 싫어하고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과의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테러를 가하는 행위는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 사람들이 정말 간첩에 준하는 '종북'이라면 신고하면 됩니다. 그러면 사법적 절차에 의해서 처벌을 받겠죠.

      행위는 잘못됐지만 취지는 이해한다?
      아뇨, 테러에는 취지를 이해한다는 부분이 없습니다. 잘 기억하세요. 자칫하면 이 사건이 훗날 수 많은 폭력의 에스컬레이트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 벌레 인증하지 말고 꺼져라

      김정은 김정일 다 개새끼들이지만
      너희같은 친일파 민족 반역자놈들도 다 잡아죽이고 싶으니까

    • 꺼져! 일베버러지만도 못한 잡충아!

  2. 광화문 시청에 촛불들고 모여서 시민 위협하고 경찰 따귀 때리고 쥐어패는건 정당한 민주시민의 권리다. 하지만 좌파 콘서트에 폭탄들고 설치면 테러행위다. 자 다들 잘 알겠지?

  3. 심각하네요. 죽창이 폭탄으로 바뀐 것뿐이지 이게 그토록 증오하는 북한식 정의와 뭐가 다른가요? 내편 아니면 테러도 허용된다? 테러의 정당성을 부르짓는 댓글을 보니 이 나라가 얼마나 병들었는지 보이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칩니다. 내편 아니면 죽여도 된다는 논리도 나오겠어요.

  4. 폭력사회 2014.12.13 01:36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종북도 일베도 싫지만 더 싫은 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고 그 행위가 지지를 받는다는 상황이다.
    우리가 북한보다 그래도 낫다고 생각하는 건 다양한 의견들이 토론과 절충이라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그걸로 차근차근 발전을 이끌어
    왔다는 건데 그걸 폭력을 통해 일거에 소거해버리는 건 북한이나 하는 짓과
    무엇이 다른가.

  5. 테러를 정당화 하고 영웅시 한다면 이슬람 테러 집단이랑 뭐사 다르지? 뇌. 개념이 들은건지...

  6. 방송에서 다음 날부터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정말 무서운 정부입니다.

  7. 방송에서 다음 날부터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정말 무서운 정부입니다.

  8. 참나원 2014.12.16 18:27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하도 뭐라하기에 유튜브 2시간 짜리 동영상을 봤는데..

    그냥 자기 여행 인상 비평수준이던만요


    요즘 종편에서 신은미가 대단한 종북활동을 한 마냥 연일 선전을 하는데..

    자세히 들어보면 신은미가 무슨 종북활동을 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고 그

    냥 무조건 "종북을 왜 국가가 놔두냐" 그얘기만 주구장창 무한반복하더군요

    그들이 뽑은 신은미 종북활동의 최대치가 고작

    "북한 주민에 대한 김정은 기대가 크다" "탈북자 90프로가 돌아가고 싶어한다"

    요 두개의 발언 말고는 없더군요..

    게다가 후자의 발언은 잘못을 인정하고 신은미가 사과를 했구요

    도대체 요즘 종편은 북한 없었으면 뭐먹고 살았나 싶어요

    북한에대한 관음증이 거의 포르노 수준이예요